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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의 일기
    모퉁이다방 2010. 4. 18. 20:19

        
        4월. 일주일에 한 번씩 일산에 있는 퍼즐카페에 간다. 평일에는 사람들이랑, 토요일에는 혼자서. 토요일 근무 끝나고 (거의 약속이 없으므로) 일산으로 건너가서 과장님과 중국음식으로 점심을 거하게 해결하고, 나는 퍼즐카페로, 과장님은 DVD방으로. 둘.둘씩 편을 짜서 천 피스 퍼즐을 맞추는데, 어제는 그 천피스 퍼즐을 꺼내서 했다. 테두리만 맞춘 상태였는데, 3시간 동안 끙끙거리다 테두리 옆에 살만 조금 붙이고 왔다. 수채화풍의 그림이다. 하늘에는 갈매기들이(기러기일까) 날고, 도로 위에는 자동차들이 가득하다. 높은 건물들이 많고, 건물들 사이에 호텔 간판이 있고, 성조기가 날린다. 자동차 전조등들이 켜져 있고, 간판에 불이 들어와 있으니 시간은 저녁 즈음. 그걸 3시간 동안 가만히 들여다보다 돌아온다. 

        이제 일산 번화가 지리를 대충 알게 됐다. 두 번 술을 마시러 갔고, 네 번 퍼즐을 맞추러 갔다. 사람들 바글거리는 거리를 지나 정발산역으로 가선, 거기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매번 앉을 수 있고, 창 밖으로 번화가와 전혀 다른 일산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두 번, 토요일에 퍼즐카페에 갔는데, 돌아올 때마다 지하철 창밖으로 노을이 졌다. 과장님은 찹쌀탕수육을 먹으며 이게 외로운 건가. 근데 외롭다고 전혀 생각되지 않거든, 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그렇다. 저두요. 저도 그래요. 아, 중간에 있던 사람 그림자가 보이던 파란 자동차 퍼즐은 거의 다 맞출 수 있었는데. 다음주에는 목요일에 간다. 꼭 맞춰야지, 그 부분. 이상하지. 둘이 있으면 빈둥거리며 잘 못 맞추겠다면서 빨리 맥주 마시러 가자고 하는데, 혼자 있으면 오직 맞춰버리고 말겠다는 일념 뿐이다. 혼자 있음 이상하게 그렇다. 

                                                                                 *

        어제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는데, (요즘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드라마) 태섭이가 유민이에게 결국 커밍아웃을 했다. 유민의 대사는 작가의 말을 대변하는 아주 설교적인 말들이었지만, 나는 그 상황이 너무 슬퍼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유민은 태섭이를 많이 사랑하고, 그와 결혼하고 싶어한다. 몇 번 태섭이의 집에 들러 집안 식구들을 만났고, 오늘도 바닷가를 보며 스테이크 먹을 데이트 약속에 들떠 넘어지기까지 했다. 그런 그녀가 오늘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고백을 들었다. 나는 여자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야. 유민이가 그런다. 좀 더 일찍 말해주지 그랬어. 맞다. 그랬으면 그를 사랑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이 고백이 세상에서 가장 마음 아픈 고백이 되지 않았을 텐데. 태섭이도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울었다. 그리고 문자로 말한다. 나도 조금 울었어. 

                                                                            *

        오늘은 하루종일 누워서 잠만 잤다. 중간에 일어나서 김치랑 돼지고기를 볶고, 감자조림을 해서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주말이 가는구나. 보고 싶은 시집을 발견했다. 다음 주에는 시집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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