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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월의 근황
    모퉁이다방 2020. 6. 23. 22:22

     

      시옷의 독촉이 없었다면 이 글은 아마도 아주 나중에 쓰여지거나 아예 쓰여지지 않았을 거다. 평소처럼 저녁을 먹고 요즘 흥미롭게 보고 있는 왓챠의 <검사내전>을 보았을 거고 그러다 벌써 11시네, 자야겠다 그러면서 씻고 정리하다 12시가 되었을 거다. 그러다 진짜 잠들었겠지. 요즘은 정말 눕자마자 잔다. 아, 아니다. 지난 주에는 밤산책도 했다. 긴 출퇴근 끝에 군포에 입성하면 외식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집에만 있는데 어느 날 동생이 자고가면서 동네 산책길을 알게 됐다. 밤에 굉장히 많이 먹고 잤는데 동생이 아침에 눈뜨자마자 걸어야겠다고 했다. 좀더 오래 걸어보고자 평소에 가지 않는 길로 갔는데 왠걸 일년 가까이 모르고 있던 멋진 산책코스가 있었다. 그 길에 몇백년 된 은행나무도 있고, 나무의자와 테이블도 있고, 물놀이 놀이터도 있었다. 노을을 멋지게 볼 수 있는 장소도 있었다. 물론 그 날은 노을을 보지 못했지만. 동생과 아침에 걸었던 길을 밤에 둘이서 걸었다. 곳곳에 조명이 들어와 아침과는 다른 느낌으로 근사했다. 주말에 혼자 아침산책을 해봐야지 했는데 그러지 못했네. 오늘은 남편이 약속이 있어 혼자 저녁을 먹고 밀린 설거지를 했다. 빨래까지는 개지 못하겠어서 바닥에 (하하) 그대로 뒀다. 식물들에게 안부를 물었고. (식물에게 말을 거는 것까진 괜찮은데 식물들이 답을 해오면 그건 정신이 이상한 거란다. 아직까지는 나만 말을 건다. 언니 왔어~ 잘 있었니? 오늘 더웠지? -_-;) 출퇴근길에 책을 많이 읽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핸드폰을 자주 본다. 사고 싶은 식물도 들여다보고 밤새 골라놓은 물건도 주문한다. 지난 주말에는 화원에 가 보경이가 향이 좋다며 추천했던 율마를 샀다. 세 포기로 나눠 심을 수 있을 것 같아 작은 화분과 흙도 주문했다. 집에 푸른 잎들 뿐이어서 꽃이 있는 자그마한 화분도 하나 샀다. 꽃이 오래 핀다는데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요즘 식물에 빠져있다는 이야기. 사실 이 글의 제목은 <썸원그레이트>였는데 그 영화 이야기는 시작도 못하고 끝나네. 제목을 바꿨다. 유월의 근황으로. 분류도 바꿨다. 극장에 가다에서 모퉁이다방으로.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이건 남겨둬야지, 이 이야기는 써둬야지, 하면서 두 달동안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못했네요. 후회막심입니다. 머릿속의 생각들은 연기처럼 사라지는 건데. 여름에는 더욱더 분발해서 기록을 남기겠습니다. 아, 요즘 왠일인지 여름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여름맥주는 꿀맛이고, 해가 긴 것이 이렇게나 축복인지 몰랐네요. 그러니 올 여름도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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