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from 극장에가다 2019.03.26 21:05



   요즘 '잊지 않으려고 쓰는' 일이 예전 같지 않다. 읽는 일도, 보는 일도 예전 같지가 않다. 끙. 써놓고 보면 부족하고, 내가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닌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너무 많은 말을 쓴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설명을 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예전에도 그랬지. 그렇지만 그때는 그래도 쓰려고, 남기려고 나름 노력했는데. 잊지 않으려고 말이다. 그리하여 다시 열심히 해보자는 다짐. 짧은 글이라도 부지런히 남겨보자는 다짐이다. 아자아자.


   삼월의 어느 목요일, 퇴근을 하고 상암으로 가 <우상>을 봤다. 시간이 딱딱 잘 맞았다. 자유로도 막히지 않았고, 7시 즈음 시작하는 영화가 있었고, 여유가 있어 좋아하는 커피집의 라떼도 샀다. 그런데 영화가 계속될수록 그냥 집에 갈 걸, 가서 책이나 티비를 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무거웠고, 어려웠고, 잔인했다. 어쩌면 무료할 수 있는 평일의 일상을 보낸 내가 퇴근을 하고 기분을 전환하고자 하루의 끝에 볼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제일 많이 한 생각은, 배우의 삶은 괜찮을까 였다. 저런 극한의 상황에 그야말로 자신을 풍덩 던지는 일, 그 끔찍한 상황들 속에서 '내'가 되어 몇 달씩 살아가는 것, 촬영이 끝나면 온전한 나로 다시 돌아오는 일. 그런 것들이 걱정이 되었다. 물론 그녀, 그들은 프로니까 잘 해내겠지. 그리고 반대의 좋은 상황 영화일 경우 역할에서 온전히 빠져나올 필요도 없겠지. 예전에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직업들이 마흔이 가까운 어른이 되니 점점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나는 크고 화려한 것 보다, 평범하고 소소한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