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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역국
    모퉁이다방 2019. 1. 14. 22:23


       

       물이 끓는다. 똥과 머리를 떼어두고 냉동실에 보관해 온 국물용 멸치와 지난해 주문진에서 잘못 사온 황태껍질을 넣고 보글보글 끓였다. 완도산 미역을 잠시 불린 뒤 잘게 잘랐다. 미역국의 미역은 잘게 씹히는 게 좋더라. 냉동실을 뒤져보니 대구포가 있어 잘라뒀다. 멸치황태껍질물이 누우렇게 우려났다. 참기름도 들기름도 없어 잘게 썬 미역을 그냥 냄비에 넣고 다진마늘과 함께 볶았다. 길게 썰어둔 대구포도 넣었다. 쏴아-하고 냄비가 들뜨는 소리가 나자 멸치액젓과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누우렇게 우려난 미역황태껍질국물을 아낌없이 부었다. 이제 맛이 우려날 때까지 끓이면 된다. 미역국은 오래 끓일수록 깊은 맛이 나니까. 


       이번주 중요한 사람을 만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겨우내 참 많이도 쳐먹고 참 적게도 움직였다. 추운 겨울에 꽁꽁 싸매고 걷는 걸 좋아하는데, 하루건너 뿜어져나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전혀 걷지도 못했다. 러닝머신을 일주일만 해도 몸이 달라진다는 동생의 조언에 퇴근 후 지난 여름 3개월 끊어두고 열 번도 채 가지 않은 헬스클럽에 갔다. 가기 전까지 그냥 내일부터 할까, 하는 내 안의 빠른 포기와 징글징글 게으름 세포들이 마구 활동했지만, 어찌되었든 갔다. 이번에는 심플하게 한달만 끊었다. 비싸더라도 이게 나랑 맞지. 이번에는 한 달을 꽉 채우고 다음달도 등록할 수 있기를. 뉴스를 보면서 열심히 걷다가 오늘이 오지은 일본여행 프로그램 첫방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 이어폰이 없는데. 첫날부터 무리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격려세포들도 활성하다는) 헬스장을 나왔다. 헬스장이 집 앞에 있어 금방 들어와 본방사수를 했다. 오지은의 단단한 황토색 등산화를 보고 있자니 나도 저런 단단한 신발을 신고 일본 어딘가를 여행하고 싶어졌다. 올해는 후쿠오카를 꼭 가보고 싶은데. H오빠가 말한 취향 저격 모츠나베도 꼭 먹어보고. 흠. 결론은, 여행기를 보고 배가 고파져 무언가 내일 먹을 만한 걸 만들어놓고 자자, 생각이 들어 집에 있는 재료들로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는 사실. 내일 가래떡을 넣고 후루룩 후루룩 따뜻하게 먹어야지. 


       사진은 미역국과 전혀 상관없는 치킨 반반. 지난주 인덕원에서 인생통닭집에 갔다. 나는 저런 옛날 스타일의 바삭바삭 튀겨진 통닭을 좋아하는데, 아 정말정말정말 맛있었다. 손님들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지. 아, 지금 당장 또 먹고 싶다! 바삭바삭한 닭살을 크게 베어 먹고 연이어 탄산이 많은 차가운 생맥주를 벌컥벌컥. 캬- 내일은 꼭 이어폰 가져가서 헬스장에서 세계테마기행을 봐야지.



    * 다이어트(diet) : 체중을 줄이거나 미용.건강을 위해서 먹는 음식의 양과 종류를 조절하는 일. 식이 요법. 지나친 ~는 건강을 해친다.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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