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촌

from 여행을가다 2017.07.30 21:47



   "우리 셋이 같이 자야 되겠다." 말했다. 원래 친구는 나에게 아가 때문에 시끄러울 수 있으니 구석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했다. 밤이 되자, 친구는 아무래도 아가가 제일 먼저 자니 구석방에 아가를 재우고 셋이 같이 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애교를 떨면 고생하는 줄 아는지 해맑게 웃어주던 친구의 아가는 밤이 되니 예민해져서 계속 울어댔다. 오빠가 구석방에 가 아가를 재웠다. 그리고 차례차례 씼었다. 친구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라고 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했다. S는 품평회 때문에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야해서 먼저 갔다. 베를린에서 사온 선물을 남기고.

   원래 <그것이 알고 싶다>는 나를 제외한 친구부부와 S가 애청하는 프로다. 넷이서 여행을 가게 되면 이불을 깔고 누워서 함께 봤다. 오빠가 이제 이불을 깔자고 했다. 친구가 자리를 정해줬다. 금령이가 제일 안쪽에, 그 옆에 나, 오빠가 제일 바깥쪽. 오빠는 이불을 두 개 깔고 푹신하게 자라고 했다. 우리는 각자의 이불을 깔고 나란히 누워 티비를 봤다. 역시나 나는 보다 졸았고, 티비가 꺼지자 번쩍 일어나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친구는 확실한 증거를 못 찾아서 아직 사건이 오리무중이라고 했다. 캄보디아 여자와 결혼한 남자는 여자 앞으로 엄청나게 많은 생명보험을 들어놓았고, 남자의 졸음운전으로 임신중이던 여자가 죽었다. 남자는 90억이 넘는 보험금을 받게 되었다. 누가 봐도 계획 범죄지만 증거가 없단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걸 친구부부와 S는 매주 즐겨보다니.

   S가 준 차를 커다란 종이컵에 물 가득 담아 마신 나는 화장실이 약간 가고 싶긴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잤다. 내가 제일 안쪽에, 그 옆에 친구, 그 옆엔 오빠가 누웠다. 꿈을 꿨는데, 일을 보는 꿈이었다. 깜짝 놀라 깨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새벽이었고, 아무도 깨지 않았다. 나는 다시 자리에 돌아와 이불을 덮고 누웠다. 친구가 나를 보고 자고 있었다. 구석방에는 아가가, 구석방이랑 제일 가까운 곳엔 오빠가, 그 옆엔 친구가, 제일 안쪽엔 내가 자고 있던 새벽이었다. 고깃집에서는 비싸서 양껏 못 먹는 항정살을 사갔는데 배가 불러 거의 남긴 게 계속 생각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