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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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이 진짜라는 이야기서재를쌓다 2008. 9. 9. 01:09
나는 아주 오래 이 책을 기다려왔다. 1년도 더 된 것 같은데. 라는 소설이 있는데 아주 따뜻하다더라, 는 말을 듣고 도서관에서 기다리기를 몇 달. 인기 있는 이 소설은 늘 대출중이었고, 심지어 예약까지 되어있어서 그저 반납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날은 집에서 검색해봤을 때 '대출가능'으로 되어 있어서 룰루랄라 뛰어갔는데, 서가에 없어 한참을 찾다가 다시 검색을 해 보면 '대출중'이라는 문구가 떴다. 그러니까 는 우리우리 도서관에서 아주아주 인기 있는 책. 그리고 돌고돌아 드디어 내게도 도착해주었다는 말씀. 나는 몇일을 품에 안고 다니며 이 푸른책을 아껴 읽었다. 지난 금요일에는 친구가 쌀국수를 사준다고 오라고 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내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는데, 바로 서쪽 하늘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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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릿파크 - 살얼음판을 건너는 일에 대하여서재를쌓다 2008. 8. 19. 17:24
불릿파크 존 치버 지음, 황보석 옮김/문학동네 이 소설을 읽고 기억에 남은, 아니 마음에 남은 두 가지. 마법과 노란방. 이 몇 페이지를 읽는 동안 마음이 벅차 올랐다. 아, 이건 내가 찾아 헤맨 마법, 그리고 노란방이야. 미국 교외 중산층에 대한 반어적인 풍자와 코미디 이런 해석은 이미 멀리 보내 버렸다. 토니의 마법, 해머의 노란방. 어제 술자리에서 동생은 인생이란 살얼음판이야, 라고 중얼거렸다. 튼튼해보여도 언제 내 밑의 얼음이 깨져 풍덩 차가운 물 속으로 빠져버릴지 몰라. 동생은 일주일 전만 해도 다닌지 한 달이 채 안 된 회사에서 돌아와 매일 울었다. 나와 동생의 남자친구는 멀지 않은 곳에서 내내 따라가겠다고, 그러다 니가 빠지면 재빠르게 밧줄을 휘둘러 구해주겠다고 안심하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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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다 - 달과 지구, 그리고 당신의 그림자서재를쌓다 2008. 8. 8. 13:04
달을 먹다 김진규 지음/문학동네 가을에 읽었으면 더 좋았을뻔 했다, 라는 생각을 어젯밤에 문득 했다. 서늘해진 가을바람에 마음이 조금은 쓸쓸해지지 않았을까. 스무살에 읽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 봤다. 스무살의 처럼 그렇게 울어버리지는 않았을까. 오늘이 반납마감일이다. 오랫동안 이 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긴 했지만 단숨에 읽어 내려간 건 며칠사이다. 어제는 오늘 이 책을 반납할 생각으로 읽는내내 프린트해 책갈피 대용으로 썼던 그림을 새 종이에 다시 출력했다. 작가의 블로그에 올려져 있던 등장인물들간의 관계도. 이 그림을 보면 묘연이 누구의 자식이고, 누구의 어미인지 난이와 향이의 가여운 운명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누구의 표현대로 '조각보같은' 이 소설을 좀더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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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틈새 - 그녀는 소주를 잘 마시고,서재를쌓다 2008. 7. 25. 15:41
푸르른 틈새 권여선 지음/문학동네 지난 가을 을 읽었다. 아직도 나는 그 소설집을 생각하면 조건반사마냥 입 안의 침이 고인다. 수십마리의 생선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하얀 죽의 빛깔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아직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뽈찜이 무슨 맛일까 궁금하고, 김치볶음밥을 만들 때 김치의 반은 먼저, 반은 나중에 넣게 되었다. 그 뒤로 여기저기서 권여선의 단편을 만났다. 그러다 을 읽을 때에 나는 권여선,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자, 고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적어놓았다. 그녀의 장편소설 를 읽었다. 이번 여름호의 젊은작가특집에 권여선이 실렸다. 아직 자전소설은 읽지 못하고 '미인 작가 권여선을 말한다' 제목의 작가초상만 먼저 읽었다. 이런 식의 구절이 있었다. 그녀가 소주를 마시는 걸 보면 소주는 본래 저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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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 스무살의 그 길서재를쌓다 2008. 7. 23. 18:39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이지민 지음/문학동네 왜 형,에서 민,으로 바꿨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지형,이라고 발음했을 때의 입 안의 울림이 작가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데. 어떤 이유가 있겠지만 이지민,은 너무 여성적인 느낌이다. 여리고 흔한. 그러고보니 우리 사촌동생 꼬맹이랑도 같은 이름이네. 표지가 예쁜 문학동네 책. 이 소설집에서 마음에 들었던 단편들은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와 '오늘의 커피', '키티 부인' 정도. 소설을 읽고 난 후에 책 표지와 차례를 놓고 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오늘의 커피'에서는 번쩍거리는 카페에서 조명을 가장 많이 받는 빛나는 주인장 자리에 어떤 손님이 서서 카페의 주인이 되어 씨디를 고르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모습. '키티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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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두 권의 소설집서재를쌓다 2008. 7. 12. 22:51
네이버 검색창에 '김연수'라고 치면 오른쪽 연관검색어에 김중혁, 박민규, 김현수, 미스코리아(미스코리아 김연수가 있는 모양이지?)가 뜬다. '김중혁'이라고 치면 간단하게 딱 한 사람과 연관된다. 김연수. (문태준 시인은 연관검색이 아예 없구나) 그러니까 김연수와 김중혁은 연관검색의 관계. 김중혁 작가의 과 를 읽었다. 역시 김천. 1970년의(1971년까지, 김중혁 작가는 71년생이니깐) 김천에는 어떤 문학적 태동의 기운이 넘실거렸던 게 틀림없다. 얼마 전,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를 읽고 마음이 먹먹해져 검색창에 문태준만 다섯 번 쳐대며 그의 인터뷰 기사들을 읽었다. '자동피아노'를 시작으로 '펭귄뉴스'까지 김중혁 작가를 만난 동안에 느낀 점이란 이런 거다. 한 문장만 쓸 수 있는 작가의 말이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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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내력 - 고독한 주문을 외자서재를쌓다 2008. 6. 27. 14:00
돌의 내력 오쿠이즈미 히카루 지음, 박태규 옮김/문학동네 나는 이 책을 '돌의 내력'을 담은 장편소설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144페이지에서 뚝 끊겼다. 그래서 큰 챕터가 나눠진 것이라 생각하고 '세눈박이 메기'를 읽었다. 이건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돌의 내력'은 144페이지가 마지막이었다. 그러니까 은 '돌의 내력'과 '세눈박이 메기' 두 중편소설을 담은 책이다. '돌의 내력'을 읽다 가슴이 시릴대로 서늘해진 나는 갑자기 밝아진 분위기의 '세눈박이 메기'를 그냥 덮어버리고 읽지 않으려 했다. 이건 순전히 '돌의 내력'의 서늘함 때문이었다. 그러다 '돌의 내력'을 쓴 작가라는 생각에 끝까지 읽어냈다. 그러다 이 문장을 발견했다. 279페이지. "세계는 그야말로 웅대하고 산뜻했다." 이 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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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2008년 봄호 - Foot,이 아니라 풋,서재를쌓다 2008. 4. 27. 17:07
풋 2008년 봄호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문학동네 Foot,이 아니라 풋,이다. 풋사과할 때 풋. 풋사랑할 때 풋. 풋풋하다할 때 풋. 빠알갛게 여물기 전 단단한 연두빛의 아삭한 접두사. 더 열심히 물을 빨고, 햇살을 쬐면 먹음직스럽고 탐스럽게 영글 글자. 풋,하고 웃는 수줍은 소리. 그 풋,이다. 그러니 내가 이 따스한 봄에 연두빛 청소년 잡지 풋,을 만난건 당연한 일이다. 을 산 건 김연수 작가의 새 연재물 때문이다. 늘 그렇듯 김연수 작가의 글은 따스했다. '원더보이'라는 놀라운 초능력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은 소설의 첫번째 이야기에서 아버지를 잃고 초능력을 얻었다. 그리고 첫번째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소년은 창 밖의 내리는 눈을 마주한다. 눈을 묘사한 마지막 장을 읽고서 나도 모르게 아,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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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 - 서늘하고 아득한 이언 매큐언의 결말서재를쌓다 2008. 4. 14. 02:52
책을 다 읽고 양장 위에 덮여진 파아란 표지를 빼냈다. 4면으로 접혀져 있었던 표지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푸른 체실비치 풍경이 길다랗게 펼쳐졌다. 아니, 푸르다는 표현으로 부족하다. 뭐랄까. 아득해지는 빛깔이랄까.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표지를 펼쳐 보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릴게 분명하다. 해가 거의 진 후, 바닷가에 홀로 서 있으면 이런 느낌일까. 서글프다는 말로도, 시리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아득하다는 말로도, 저리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저기 앞에 하늘하늘 걸어가는 여인. 플로렌스. 나는 에드워드 대신 그 뒷모습에 대고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부르고 단번에 달려가 말해주고 싶다. 당신 마음은 그게 아니잖아요. 에드워드 마음도 그게 아니예요. 이렇게 끝내고 평생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하지만 소설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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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장 쪽으로 - 이 책의 열 가지 장점서재를쌓다 2008. 3. 25. 18:11
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지음/문학동네 작년 겨울,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렸다는 김애란 작가가 쓴 편혜영 작가에 관한 '작가의 초상 - 그녀에게 휘파람'의 일부분을 twinpix님 블로그에서 읽었다. 첫 책이 나온 편혜영 작가가 너댓번 만난 김애란 작가와 마주 앉아 이 책의 장점에 대해 열 가지씩 돌아가면서 말해보자는 글귀에서 피식 웃어버렸다. 이 글을 쓴 김애란 작가도, 그 말을 한 편혜영 작가도 귀여웠다. 두 사람이 돌아가며 책의 장점 하나씩을 이야기할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자꾸 웃음이 나왔다. 언젠가 편혜영 작가의 책을 읽어야지, 생각했다. 며칠 전 도서관에 들러서 한국소설 코너를 기웃거리는데 그 곳에 내가 언젠가 찜해두었던 소설들이 서로 멀지 않은 자리에 꽂혀 있었다. 천명관의 , 한유주의 ,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