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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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동안티비를보다 2016. 10. 5. 23:57
할머니의 먼 집립반윙클의 신부다가오는 것들바다의 뚜껑물숨 연휴 동안의 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연휴 내내 씻기도 싫고, 나가기도 귀찮아서 이틀 내내 집에만 있었다. 집에서 보쌈도 시켜먹고, 통닭도 시켜먹었다. 아, 맥주 사러 마트에 한 번 나갔다. 그래서 살도 쪘다. 집에 있으면서, 책도 읽지 않고, 영화도 보지 않고, 내내 티비만 봤다. 아, 한심하다. 티비를 끄고 책을 읽자, 티비를 끄고 밖으로 나가자, 생각만 수십 번 하고. 마침 비가 내려주었던 순간도 있어서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마지막 날에는 너무 심한 것 같아, 상암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영화 한 편을 보고, 불광천을 걸어 집으로 왔다. 저 리스트 중 만 성공했다! 그래도 연휴 동안 건진 게 하나 있다. 드라마 . 이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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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데이즈티비를보다 2014. 10. 19. 20:38
연인이 된 카이와 사에. 사에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몇년 전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우연히 둘은 만나게 되고, 모난 성격의 사에를 카이는 때로는 이해하고, 때로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마음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사에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그녀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노력한다. 사에는 그 마음을 잘 알지만, 그래서 너무 고맙지만 자신의 현실 때문에 행여 그에게 누를 끼칠까봐 더 모나게 행동하기도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해가고, 좋아하는 마음을 키워간다. 카이에겐 똑 부러진 연상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두 사람은 마음만 각자 키워간다.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들키지 않을 리가 없다. 바라는 미래가 달라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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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격티비를보다 2014. 4. 12. 17:15
이십 대에 꿈꾼 사랑이 있었다. 또렷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그래서 내 생활이 망가지는 것도 개념치 않는 그런 사랑이었을 거다. 삼십 대에 꿈꾸는 사랑도 있다. 이십대의 사랑과는 조금 다르다. 그렇게 무모하게 아프고 싶지는 않다. 을 보고 사십 대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십 대 때는 어리석게도 삼십 대의 사랑은 없을 것만 같았다. 삼십 대가 되니 사십 대의 사랑 같은 건 없을 것만 같았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사십 대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사십 대에도, 오십 대에도, 육십 대에도 사랑은 계속될 거라는 사실. 그게 곁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새롭게 만나게 될 사람일 수도 있고, 짝사랑일 수도 있고. 김희애가 이성재와 동거를 시작하게 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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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투스카니의 태양, 신사의 품격서재를쌓다 2012. 6. 24. 00:08
금요일, 홍대의 한적한 커피집에서 이 책을 끝냈다. 저녁이었고 해가 지고 있었다. 일이 끝나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고,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한참을 가만히 밖을 내다봤다. 이 책은 좋아서, 정말 좋아서 빨리 읽어버리고 싶기도 했고, 아껴 읽고 싶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많아 자주 멈췄다. 책이 두꺼워서 정말 다행이었다. 하루키가 아내와 함께 3년 여동안 유럽에서 지낸 이야기이다. 그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지에 집을 빌려 그곳에서 단기, 혹은 장기적으로 '생활'했다. 장을 봐 와서 음식을 해 먹기도 하고, (싱싱한 연어를 사와 회로도 먹고, 초밥으로도 만들어 먹고 머리쪽은 국으로 끓여 먹는다는 이야기에서 침이 꿀꺽) 주변의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과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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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영화극장에가다 2011. 9. 20. 21:23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왔다. 여전히 사람들이 많더라. 예전에는 커피 자판기랑 캔음료 자판기만 있었는데, 이제 우유 자판기가 생겼다. 들여다보니 흰우유, 커피우유, 초코우유 다 있고, 플라스틱 커피 음료도 들어있다. 신기하다. 유통기한을 잘 맞출 수 있을까. 하긴 여긴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 많으니 우유 많이들 사 먹을 것 같다. 4층에서 대출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서 시장 초입에 있는 만두집에서 고기랑 김치랑 반반 섞어 만두 1인분을 샀다. 다시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 집에 들어와 밥 먹고, 씻고, 창문 활짝 열어놓고 설겆이 하고 가스렌지 때도 간만에 문질러주고. 아, 정말 가을이다. 이렇게 추워지다니. 긴팔 추리닝을 꺼내 입으면서 이건 반칙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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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티비를보다 2009. 2. 8. 02:11
우리는 짧은 지름길을 걷고 있었다. B가 말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어떻게 그렇게 헤어질 수 있느냐고. 어제까지만 해도 사랑한다 말했던 사람이었다고. 그런데 갑자기 어떠한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서는 바이바이, 해버렸다고. 우리는 그래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있으니 그렇지만, 송혜교는 어떻겠느냐고. 얼마나 힘들겠냐고. 얼마나 답답하겠느냐고. 이건 B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의 송혜교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B는 말했다. 왜 현빈이 송혜교랑 헤어진지 알겠어요? 왜 내가 그 자식이랑 헤어지게 된 건지 알겠어요? 나는 그 때 술 마시는 일에, 사람 만나는 일에 바빴던 월요일과 화요일을 보내느라 애청하던 를 여러 회 놓쳤다. 나는 B에게 내가 안 본 사이 그렇게 사랑했던 둘이 어떻게 그렇게 한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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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 2006년과 2008년의 서울티비를보다 2008. 8. 5. 16:25
아직도 이따위 일에 가슴이 먹먹해지다니. 서둘러 익스플로어 창을 닫고 냉장고를 열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달콤한 나의 도시'를 펼쳐놓고 통통 튀어다니는 문장들을 때려잡아 머릿 속에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 결국 은수는 김영수를 떠나보냈다. 서른 둘, 다시 혼자가 된 은수는 내리는 비를 맛 보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서울의 맛이라고 했다. 때마침 책을 다 읽은 이 곳의 서울에도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창 밖으로 손을 뻗어 비를 맛보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서울의 맛. 이건 2006년 8월의 나의 흔적. 2006년 8월의 나의 말이다. 2006년. 이런 말도 덧붙였다. 그 아이는 또 다시 연애를 시작하고, 나는 여전히 연애를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 사이에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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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달콤한 인생, 안녕티비를보다 2008. 7. 22. 02:17
나는 이 드라마를 아주 열심히 봤다. 주말 밤, 집에 있을 경우 꼬박꼬박 챙겨 봤다. 거의 대부분의 주말 밤에 집에 있었기때문에 거의 다 본 셈이다. 그건 전적으로 드라마의 초반, 오타루에서의 화면들 때문이었다. 언젠가 혼자, 혹은 누군가와 단둘이 홋카이도를 여행하고 싶은 소망이 내게 있다. 그건 영화 탓도 있겠지만 내 마음을 더 움직이게 만든 건 윤대녕의 때문이었다. 오래전에 읽어서 이 소설의 배경이 정확하게 어디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눈이 아주 많이 왔고, 이미 눈이 아주 많이 쌓였던 곳. 소설 속 소설가는 어느날 그 곳으로 떠나고, 그 곳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거품 많은 일본 맥주를 마셨다. 아니, 나는 그렇게 기억한다. 내 기억이 완전히 잘못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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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보이스 앤 로보 - 우주에서 나 자신뿐이니까티비를보다 2008. 3. 28. 03:15
고백하건데 나는 10화의 어떤 부분을 술에 취해 열 번 이상 되돌려봤다. 한 때는 꿈과 희망만 가득했던 만화가와 그의 부인이 있었다. 만화가는 성공했고 돈도 많아졌지만 점쟁이의 말을 맹신해 자신은 곧 죽을 것이고 다음 생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걱정한다. 그의 부인은 꿈과 희망과 사랑이 가득했던 과거를 그리워한다. 정전이 찾아온 순간, 도시는 어둠에 휩싸인다. 성공한 만화가도 과거가 그리운 부인도. '우린 아직 어두운 길을 둘이서 걷고 있어'라고 만화가가 말하는 순간,도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길 위의 사람 앞에 마법처럼 스르르 불을 밝힌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 성공한 만화가는 탄성을 낮게 내지른다. 그리고 자신의 눈에 비친 네모난 창문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는 꿈과 희망과 사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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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 - 영애씨가 돌아왔다티비를보다 2008. 3. 9. 21:20
영애씨가 돌아왔다. 금요일 11시. 3시즌 첫 회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영애씨가 돌아와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막돼먹은 채로 말이다. 내가 영애씨와 사랑에 빠진 순간은 바로 그 때. 명절 때 여전히 뚱뚱한 채로, 여전히 노처녀인 채로 남아있다고 나무라는 친척들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온 영애씨가 놀이터에서 꺼억꺼억 울던 그 순간, 나는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어쩜 이렇게 리얼한지. 어쩌면 내 이야기같은 에피소드들인지. 나도 영애씨를 따라 찔끔거리면서 울어버렸다. 그녀가 사랑에 빠졌을 때 나도 두근거렸고, 그녀가 서러워하며 술을 마셔댔을 때 나도 함께 마셨다. 아, 나의 영애씨. 영애씨와 더불어 돌아온 몸만 청결한 도라이 지원씨, 양다리에 빠진 그녀를 사랑하는 윤과장, 기러기 아빠 사장님, 귀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