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보다
-
노리플라이 공연 - 그의 목에는,무대를보다 2009. 7. 12. 02:30
쓰기, 버튼을 누르고 새하얀 창이 열린 순간, 우두둑 빗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한 방울, 두 방울씩 오후 내내 콧물같이 찔끔찔끔 내리더니 드디어 우두둑 여름비가 온다. 오늘 밤은 선풍기를 끄고 잘 수 있겠다. 아, 좋아라. 내가 노리플라이 노래를 따로 찾아 들어봐야겠다고 결심한 건, 라라라에 나온 권순관(씨. 아, 호칭이 어색하구나. 난 오늘 그를 오고왔으니. 뭔가 친숙하게 부르고 싶건만. ㅠ)을 본 뒤였다. 그 날 건반을 치면서 타루랑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를 불렀는데, 그의 얼굴이 점점 시뻘개지더니 나중에는 목에 선 시뻘건 핏대까지 보였다. 그야말로 열창을 하는 권순관. 나는 그 날 그에게 반한 거다. 오늘은 1시간 반동안 그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보았는데, 오른쪽 목에 생기는 핏줄을 매우 ..
-
박지윤 공연 - 꽃, 다시 첫번째무대를보다 2009. 7. 7. 21:38
지난 토요일에는 박지윤을 만나러 서강대에 갔다. 이번 박지윤 앨범에 루시드폴이 작곡, 작사한 '봄눈'이라는 곡이 있다길래 찾아서 듣기 시작했는데, 앨범이 좋았다. 어찌어찌해서 콘서트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운 좋은 여자라지. 공연에서 안 사실인데, 이번 앨범이 무려 7집이다. 7번째에서 다시 시작하는 그녀의 앨범 제목은 '꽃, 다시 첫번째'. 7은 행운의 숫자니깐 잘 될 거다. 공연은 좋았다. 역시나 눈물 많은 여자인 나는 공연의 처음과 마지막에 가슴이 벅차서 눈물을 흘릴 뻔 했는데, 첫 곡은 이번 7집의 '봄, 여름 그 사이'였고, 마지막 곡은 한 때 내가 정말 사랑했던 곡, 그래서 애창했던 곡 '환상'. 동생은 마지막 곡을 들으며 꼭 지가 눈물 흘린 걸 나한테 보여줬다. 언니, 나 봐. 지금 ..
-
뮤지컬 클레오파트라 - 당신은 왕이 되었죠무대를보다 2009. 6. 15. 23:19
체코에서 초연된 뮤지컬이라 했다. 나는 클레오파트라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이 뮤지컬 속 클레오파트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겠다. 클레오파트라는 아름다운 미모를 빛내며 노래를 부른다. '난 왕이 될거야. 저 태양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는 황금 독수리처럼 강한 왕이 될거야.' 그녀는 카페트에 몸을 숨치고 시저 앞에 등장한다. 시저에게 바치는 선물입니다, 라는 말이 끝나자마차 카페트가 도르르 풀리더니, 요염한 클레오파트라가 등장한다. 그녀는 도도한 표정과 몸짓으로 시저를 유혹한다. 내가 본 그녀의 첫 번째 사랑이다. 뮤지컬에 의하면, 클레오파트라에겐 두 번의 사랑이 있었다. 그녀가 사랑한 두 남자는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한 남자는 자신의 반대세력에게 여러 번 칼에 찔려 죽었으며, 한 남자는 스스..
-
타임 투 락 - 토요일, 오후 2시무대를보다 2009. 6. 3. 23:23
그리고 이건 토요일의 이야기. 어제는 일요일의 이야기였고, 오늘은 토요일의 이야기. 토요일에는 타임 투 락 공연을 보러 갔다. 하루종일 땡볕에서 하는 야외공연을 위해 나는 얼굴과 목, 팔에 썬크림을 듬뿍 바르고, 마트에 들러 물을 2패트 사고, 돗자리를 챙겼다. B씨는 까맣고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가방 안에 하얀 앙고가 든 쑥떡과 삶은 계란을 챙겨왔다. 춤을 추느라 내가 좋아하는 메리 공연이 끝난 뒤에 도착한 J씨는 (순용오빠를 소개해주고 싶었다구요!) 김밥과 커다란 맥주를 세 캔을 사가지고 왔다. 우리 셋은 그 날 많은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마이앤트메리도 봤고, 요조도 봤고, 장기하도 봤다. (드디어 미미 시스터즈를 직접 보았는데, 참으로 멋지더라. 우리를 밑으로 꼴아보며 담배를 ..
-
오지은 2집 발매 기념 공연 - 일요일, 마포구무대를보다 2009. 6. 2. 22:31
지난 일요일 나는 오지은을 만나러 마포로 갔다. 동생은 그녀를 위해 최근에 산 예쁜 하얀색 원피스를 입었고, 나는 그녀를 위해 내가 아끼는 블라우스를 입었다.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려면 좋아하는 옷 정도는 입어줘야 한다구. 그녀는 심장 소리에 맞춰 무대 위로 등장했다. 쿵쿵쿵쿵쿵. 조명은 새파랬다. (기억력 나쁜 내 기억이 제대로라면 말이다) 그녀는 청바지에 반짝이 나시티를 입고,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상체를 흐느적거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2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 내가 직접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녀의 라이브는 CD의 그것과 정말 똑같다. 노래부르는 내내 소름이 돋더라. 너무 잘 불러서. 진심이 느껴지는 노랫소리여서. 얼마 전에 얼굴을 직접 본 요시다 슈이치도 자기가 모르는 건 소설로 쓰지 않는다고..
-
라스트 서클 공연무대를보다 2009. 5. 10. 01:08
나는 마이앤트메리의 3년 된 팬이니까. 그 중에도 토마스의 열혈팬이니까. 오늘 내가 보았던 공연의 토마스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다. 오늘 토마스는 '아티스트'라고 예쁘게 새겨진 티를 입고 등장했다. 그리고 오늘의 토마스는 조금 쓸쓸해보였다. 아니, 고독해보였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3년 된 팬으로써, 그리고 2년 동안 모든 공연을 보러 간 팬으로써, (하지만 아직까지 첫 번째, 두 번째 줄을 예매할 정도로 부지런하지도, 자신도 없는 팬으로써. 그렇지만 오늘은 혼자서 꿋꿋하게 공연을 즐긴 팬으로써), 오늘의 토마스는 조금 고독해보였다. 지금까지의 공연장 중에 제일 무대가 커다랬던 공연장이었는데, 조명 때문이였을까. 하얗고, 노랗고, 파란 조명이 무대 가득 퍼지고, (천장이 무척 높았다.) 그 아래 토..
-
봄의 왈츠무대를보다 2009. 3. 29. 22:36
토요일엔 세계음악기행 공개방송에 다녀왔다. 내가 좋아하는 이바디와, H씨가 좋아하는 이승열이 함께 하는 무대. 더군다나 공연장은 스페이스 공감. '세계음악'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았던 1부가 끝나고, 드디어 2부, 라이브 무대. 이승열'님'이 나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줬다. '기다림'을 불러주었으면 하고 바랬지만, '가면'과 '드림머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레이첼 야마가타의 'Be be your love'를 불러주셨다. 내 주위에 이승열 노래를 울면서 듣는다는 사람들이 있는데(특히 H씨), 음. 그럴만 하다. 가사는 잘 들리지 않지만, 듣지 않아도 느껴지는 뭔가 깊은 울림이 있다.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울림. 그러니까 이승열 노래는 한 두 번만 들어서는 쉽게 좋아질 순 없다. 여러 번 들어야..
-
마이앤트메리, Another Circle무대를보다 2009. 2. 25. 00:24
토요일에는 마이앤트메리 콘서트엘 다녀왔어요. 5집 앨범 내고, 두 번째 공연. 크리스마스 이브 때의 첫 번째 공연도 좋았지만, 나는 이번 공연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공연내내 폴짝폴짝 뛰었죠. '공항가는 길'을 들을 때도, '골든 글러브'를 들을 때도, '푸른 양철 스쿠터'를 들을 때도. '내게 다가와'를 토마스가 오버하면서 불러주었을 때도. 메리진은 입고 있던 탐스런 가디건을 벗더니 민소매 티를 입고 분위기 있게 의자에 걸쳐 앉아서 '다섯 밤과 낮'을 불러주었어요. 사실 '마음을 열고 들어주세요'라는 멘트 따위는 필요없을 정도로 몰입되는, 5집에서 참으로 좋아하는 노래예요. 이번 공연에서 '다섯 밤과 낮'이 나를 촉촉하게 만들어 준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첫 번째는 그렇게 마른 메리진에게 탄..
-
철수 영희 - 스물 아홉, 뻔하지 않아.무대를보다 2008. 10. 4. 21:30
콘밀(옥수수;프랑스산), 정백당, 미강유, 바나나분말, 팜유, 탈지밀, 카제인 나트륨, 정제염, 합성착향료(분말바나나향, 바나나컴파운드향, 바나나향), 환원철, 마리골드색소, 루틴, 유당(우유). 이건 오랜시간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해온, 달콤하고 부드러운 바나나맛을 그대로 구현한 대표적인 콘스낵으로 언제 어디서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바나나킥'에 들어간 성분표시다. 정말 바나나는 단 0.00001%도 들어가 있지 않다. 냄새만 흉내낸 바나나였구나. 그래도 가끔 바나나킥을 먹으면서 0.00001 정도의 진짜 바나나를 먹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나는 오늘 늦게 일어나 '마침내' 배달되어온 를 손에 쥐었다. 따끈따끈한 사인본 안에는 밤하늘을 닮은 남색 종이 위에 은색펜으로 그려진 산과 별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