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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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모퉁이다방 2021. 9. 2. 12:51
어제는 동생이 회사창립기념일이라 오전 근무만 한다고 오후에 놀러왔다. 서울 동쪽에서 경기도 아래쪽으로 오는 거니 거리가 꽤 되는데도 와 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요즘엔 누가 와주면 그렇게 고맙다. 이번주에 지안이가 지금까지 나름 규칙적이었던 흐름을 깨고 자주 울고 계속 안고 걸어달라고 해 힘들었는데 잠시라도 놀아주고 나와 말상대 해 줄 사람이 와준 것이다. 남편은 부랴부랴 육아책을 찾아봤는데 지금이 새로운 도약의 시기란다. 약 2주동안 지금까지와 달리 신생아 시기로 돌아간 것처럼 아이가 변할 수 있는데 정상적인 성장의 과정이라고 되어 있었다. 다행이긴 한데 또 힘들기도 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2주니까. 새벽에 어김없이 한번씩 깨서 다시 잠들지 않고 울어댄다. 남편은 다시 아이를 데리고 거실 소파로 나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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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래놀라모퉁이다방 2021. 8. 27. 09:54
친구는 문래동에서 노들역 가까이로 이사를 했다. 아무리 못 봐도 서로의 생일 즈음에는 꼭 얼굴을 봤는데 코로나 때문에 정말 오래간만에 만나는 거였다. 처음 가는 길이라 네비게이션을 켜고 갔다. 도착지에 가까워졌는데 한강이 보였다. 와, 좋은 곳으로 이사했네. 친구네 집은 길다란 구조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긴 복도가 이어졌고 양 옆으로 방들이 있었다. 그리고 복도의 끝에 두 면이 통창인 거실과 부엌이 있었다. 통창 때문에 거실이 더 넓고 시원해보였다. 친구는 만삭인 내 배를 만지더니 친구야, 이렇게나 배가 나왔네 했다. 친구는 함께 먹으려고 흑돼지소라찜을 주문해뒀다고 했다. 오빠는 언젠가 생각한, 이렇게 먹으면 맛있겠다 조합의 음식을 에피타이저로 만들어왔다. 이제는 의젓한 유치원생 이나는 자다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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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모퉁이다방 2021. 8. 17. 01:05
팔월도 벌써 반이나 지났다. 아가는 오늘로 태어난지 칠십구일째가 되었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백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루하루 쑥쑥 자라고 있다. 아마도 보이는 게 선명해지면서부터 인 것 같은데, 잘 웃는다. 오늘은 엄마아빠동생과 영상통화를 했는데 화면에 엄마-동생-아빠 순으로 나타나자 웃기 시작하더라. 팬클럽 1호 엄마는 그 모습에 엄청난 함박웃음을 띄고. 이제는 가만히 앉아서 엉덩이를 토닥거려주면 칭얼댄다. 일어서서 돌아다니기 시작해야 조용해진다. 새로운 걸 눈으로 계속 보고 싶어하는 듯 아직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바삐 움직여댄다. 산책이 아가의 시각자극에 좋다더니 이제 정말 산책을 시작해야 될 때가 왔나보다. 유모차를 꺼내뒀다. 남편과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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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세요모퉁이다방 2021. 8. 12. 16:53
산후도우미 관리사 업체는 조리원에서 추천받았다. 조리원 원장님은 자기가 추천해주고 나빴던 사람은 없었다며 혹시라도 이상한 사람이 오면 자기한테 연락을 하라고 했다. 조리원 퇴소가 목요일이라 금요일은 어찌어찌하고 월요일부터 출근하시면 일정이 깔끔하겠다 싶었는데 아무 것도 모르니 목요일에도 남편이랑 둘이서 멘붕이겠다 싶어 금요일 출근으로 변경을 했다.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안 그랬음 전쟁같은 금토일을 보냈을 거다. 관리사님이 출근 전에 문자로 연락을 해와 연락처를 추가하고 카톡 사진을 염탐했다. 장성한 아들 둘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인상이 좋아보이셨다.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걱정하는 만큼 관리사님도 걱정스럽겠지. 어떤 산모와 아이를 만날지. 너무 까탈스럽지는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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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얘기를 쓰겠소모퉁이다방 2021. 8. 5. 00:16
어제 오늘 남편이 재택을 하며 지안이를 같이 봐줘서 낮시간이 여유로웠다. 오늘은 낮잠도 잤고 친구가 지안이 잘 때마다 한 편씩 읽으라고 했던 소설집의 소설 한 편도 읽었다. 오늘 읽은 소설이 좋았다. 가끔 주인공 생각이 날 것 같다. 저녁이 되자 남편이 야구를 보며 닭을 먹자며 세탁소도 다녀오고 닭도 찾아오고 간만에 살짝 산책을 하고 오라고 했다. 이어폰을 챙겼다. 얼마 전 유퀴즈에 나온 SG워너비가 부른 노래의 도입부가 무척 좋았는데 혼자 있을 때 이어폰으로 들고 싶었더랬다. '여기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 가끔 그대는 먼지를 털어 읽어주오.'라고 나즈막하게 시작되는 노래를 들으며 집을 나섰다. 떡볶이와 순대, 오뎅을 파는 반찬집 앞 포장마차에 옥수수 삼천원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여져 있었다. 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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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만두모퉁이다방 2021. 8. 2. 22:57
군만두를 자주 해먹기 시작한 건 새로 산 프라이팬 세트 덕분이다. 남편은 인터넷광고에 적대적이고 홈쇼핑에 관대하다. 내가 파주로 출근을 하던 시절, 전철역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와 자신의 출근시간까지 어중간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남편은 반신욕을 하거나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곤 했다. 합정역에 도착하면 혹여나 자고 있을까 싶어 전화를 했는데 남편은 여러 번 홈쇼핑 얘기를 했다. 지금 나오고 있는데, 살까살까? 그렇게 산 물건이 소갈비탕, 프라이팬 세트 등등. 주부들이 주고객층인 아침 홈쇼핑 덕분이다. 새로 산 프라이팬 세트는 작은 프라이팬 하나, 큰 프라이팬 하나, 윅 하나, 중식도로 구성되었다. 작은 프라이팬은 윅 정도로 깊이가 깊다. 뚜껑도 있고. 어느 날 뭘 먹을까 고민하다 작은 프라이팬을 보니 만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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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퉁이다방 2021. 7. 20. 10:31
창밖이 뿌예지더니 소나기가 쏟아졌다. 두 차례. 어제 오후의 일이다. 막 쏟아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환해졌다. 지금 나가서 동네 한바퀴를 산책하면 얼마나 좋을까. 비가 내려 공기는 서늘하거나 시원할테고 풀들은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을 거고 하늘도 깨끗할테고 초여름같은 선선한 바람이 살짝 불 수도 있을텐데. 책을 가지고 나가 걷다가 커피집이나 빵집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도 있을테고 일찍 문을 연 술집이나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나 맥주 한 캔을 야외 테라스에서 의자 물기만 살짝 털어내고 마실 수 있을텐데. 돌아오는 길에 궁금했던 동네 작은 책방에 들러 책을 한 권 살 수 있을테고 좋아하는 꽃집에 들러 작은 꽃 한다발을 사가지고 올 수도 있을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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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트모퉁이다방 2021. 7. 16. 11:13
요즘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요거트. 시판 요거트는 너무 달고 그리 달지 않은 건 비싸고 해서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예전에 그릭요거트를 만들어 본 적 있는데 면보 걸러내고 냉장고에 숙성시키는 시간도 있고 해서 매번 해 먹기는 번거로웠었다. 요거트 만드는 법을 다시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리고 꽤 맛있어서 계속 만들고 있다. 넉넉한 밀폐용기에 1리터 우유를 붓고 마시는 요구르트도 붓는다. 닥터캡슐로 해봤는데 잘되더라. 나무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준 뒤 예열해놓은 전자렌지 겸 오븐에 넣어둔다. 잠들기 전에 넣어두고 아침에 꺼낸다. 밀폐용기를 흔들어 내용물이 단단해진 걸 확인한 후 냉장고에 넣어둔다. 아침밥을 허겁지겁 먹고 아침수유를 하고 아기가 잠이 들면 밀폐용기를 꺼낸다. 손잡이가 없어 잘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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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모퉁이다방 2021. 7. 14. 16:15
점심으로 샌드위치 세트를 시켰다. 닭가슴살 샌드위치와 디카페인 커피. 출산하고 커피는 두 번째다. 조리원에서 원장 선생님이 작은 종이컵에 따라준 걸 아껴 마셨더랬다. 수유를 끝내고 잠든 아이를 보듬어 트림을 시키려 노력한 뒤 침대에 눕혔다. 밤낮을 구별하게 하려고 낮에는 아기침대가 거실에 있다. 문밖으로 옅게 부스럭 소리가 났고 연이어 노크 소리가 들렸다. 주문할 때 이렇게 남겼다. 아기가 있어 문앞에 두고 노크해주세요. 오늘은 커피가 간절했다. 샌드위치를 한 입 물고 그동안 참았던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창 밖을 보니 그제서야 구름이 보였다. 초록으로 물든 산 위에 짙고 풍성한 구름이 가득 차 있었다. 근사한 구름이었다. 여행지에서 이런 구름을 만났더라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겠지 생각했다. 요즘 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