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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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모퉁이다방 2018. 4. 25. 21:32
월요일 저녁에는 소윤이에게 전화가 왔다. 요가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고 했다. 집까지 30분 정도 걸린다며, 생각이 나 전화를 했다고 했다. 서로 별일이 없는지 안부를 물었고, 최근의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셔틀을 타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니까 어둠이 가볍게 깔린 그 시간의 시내 버스 풍경을 근래에 떠올려 본 적이 없는데, 소윤이 덕분에 그려 봤다. 소도시의 한적한 저녁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느긋한 풍경.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있는 버스 좌석. 운동을 끝내고 봄바람에 가만히 내 생각이 났을 아이. 그렇게 조곤조곤 마음으로 이어진 서울과 전주. 소윤이는 버스를 잘못 탔다고, 내려서 다시 잘 탔다고 했다. 서로 월요일 하루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고 통화를 끝냈는데, 마음이 고요하고 따스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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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서재를쌓다 2018. 4. 10. 22:16
가 무척 좋아서 기대했는데, 흠. 이 작가의 소설을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아마도 꽤 오랫동안 베스트는 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 소개에 의하면, "마흔여덟살, 이혼 후 다시 독신이 된 남자 주인공이 새 동네, 새 집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이야기. 내내 동경하던 단독주택에서의 우아한 삶, 그리고 옛 연인과의 오랜만의 해후."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늙은 뒤에 혼자 혹은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모두가 일찍 세상을 뜨지 않는 한, 언젠가는 늙으니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노년의 삶일까, 하는 생각. 어쨌든 소설 속 주인공처럼, 주인공이 세 들어 사는 주인집 할머니처럼, 우아하고 여유있게 살지는 못할 거다. 주인공의 여자친구처럼 병이 들었을 때 헌신적인 자식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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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여행을가다 2018. 4. 4. 21:47
주문진에 다녀와서 대게와 홍게보다 더 생각이 났던 건, 파래전이었다. 심심하게 생긴 전이 기본반찬으로 나왔는데, 무심히 먹다 바삭한 것이 너무 맛나 사장님께 무슨 전이냐고 물어봤다. 츤데레 스타일의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파래전이래요. 파래로 전도 만드는 구나. 맛나게 먹고 한 장 더 달라고 했다. 두 장째 먹는 데도 맛있더라. 주문진에서 하룻밤 자고 인천으로 왔는데, 인천의 해물찜 식당 티비에서 파래전 부치는 장면이 나왔다. 돌아와서 파래전 만드는 법을 검색해봤다. 별 게 없었다. 파래를 씻어서 다른 재료들과 섞어 전을 부치면 됐다. 인터넷 속 파래전의 재료들은 화려했는데, 주문진에서 먹은 건 파래와 옥수수 딱 두 가지만 들어갔다. 몇 주 뒤에 만나서 무언가를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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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갑니다서재를쌓다 2018. 4. 2. 22:47
'잘'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난해 수술을 하면서 알았다. 수술을 하기 전에 몸을 가볍게 한다고 덜 먹고, 하기 직전에 몸 속의 것들을 모두 빼내고 금식을 하고, 입원을 하면서 먹은 푸짐하고 건강했던 세끼 병원밥, 수술 후에 시간을 들여 챙겨먹은 단백질과 채소와 과일들, 그리고 한동안의 금주, 쉴새 없이 마셔댔던 물과 차. 지금 또 다른 의미로 '잘' 먹고 있으면서 그때 내가 얼마나 건강하고 가벼웠는지 새삼 깨닫고 있다. 그래서 이번주부터 조금씩 그날들로 돌아가려고 걷고, 건강한 저녁을 가볍게 챙겨먹었다. 는 병규가 정한 시옷의 책인데, 모임이 미뤄지고 늦어진 탓에 한겨울에 읽었던 책을 저번주에서야 모임을 가졌다. (손꼽아 기다렸지만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나 ㅠ) 병규가 이 책을 한다고 했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