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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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모퉁이다방 2017. 11. 9. 21:21
지난 한주동안 마음이 사막같았다. 결국 두 달 뒤에 살펴보기로 한 일을, 두 달이 되기 전에 하기로 했다. 차장님이 두 달을 기다리는 동안 너무 힘들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말 그렇더라. 괜찮고 마음을 잘 다스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주에 혓바늘도 나고 눈이 시뻘겋게 충혈이 되었다. 책도 안 읽히고, 음악도 안 들렸다. 안되겠다 싶어 연차를 내고 아침 일찍 병원에 다녀왔다. 덕분에 괜찮아졌고, 안심이 됐다. 가보니 결론은 그냥 두 달 기다려도 되었던 거였는데, 그렇게 초조하고 겁이 나고 서러웠댔다. 오늘 가길 잘했다. 마음과 몸은 정말 연결되어 있는 게 맞는 게, 새벽에 욱씬거렸던 것이 오전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제 마음 편히 기다리면 된다. 마음이 나아지니, 먹고 싶고, 걷고 싶고,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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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산책모퉁이다방 2017. 11. 5. 08:44
아침에는 단호박 스프를 끓여 먹었다. 얼마전 구내식당에 나온 메뉴인데 너무 맛있어서 직접 해보고 싶어졌다. 단호박을 찌고 양파를 잘게 채썰어 포도씨유와 마가린을 넣고 볶았다. 버터와 올리브유를 넣어야 한다는데, 집에 있는 게 포도씨유와 마가린 뿐이었다. 우유를 넣고 끓이다 조금 식히고 난 뒤 믹서기로 갈았다. 그리고 다시 몽글몽글 끓여 후추를 뿌리고 먹었다. 건강한 맛이 났다. 점심으로는 당근을 채썰어 계란말이를 만들고, 이번주에 주문한 노르웨이 고등어에 카레가루를 뿌려 구웠다. 어젯밤에 쪄 놓은 브로콜리와 버섯도 함께 먹었다. 밥은 검은 콩을 넣은 현미밥으로 지었다.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조그만 북페스티벌이 열리는 서울혁신파크에 가봤다. 처음 가보는 거였는데, 불광동인 줄 알았는데, 녹번동이었다. 불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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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모퉁이다방 2017. 11. 1. 20:43
어제는 퇴근을 하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있는 서점에 들러 영어 잘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강사는 듣기부터 해야 말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한 문장을 수십번 따라하다보면 저절로 말을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했다. 외우지 말라고 했다. 그냥 끊임없이 따라하라고 했다. 세상의 온갖 손쉬운 학습법에 현혹되지 말라고 했다. 임계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더디지만 물을 한 방울 한 방울 담다보면, 언젠가 항아리에서 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은 대부분 서스럼 없이 접근을 하지만, 3분도 안돼 이 아이가 내 말을 하나도 못 알아 듣고 있구나 눈치 챈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웃펐다. 우리는 서점 지하에 줄지어 앉아 와우, 마델, 쉬즈마델, 룩킹굳, 하우스더패밀리굳 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