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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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목욕탕극장에가다 2017. 8. 27. 22:57
이번 주말에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원래는 아침시간에 진관사에 가거나, 상암에 가 조조영화를 보거나, 저녁 늦게 역촌에 가 좋아하는 우유식빵을 사오는 일 등을 생각했었는데, 그냥 집에 있었다. 요즘엔 몸도, 마음도 무기력해지는 느낌이다. 계획했던 일들을 하지 못하고, 외로운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도 출퇴근은 열심히 하고 있으며, 퇴근 시간 달라진 파주의 공기와 노을과 밤공기에 새삼 가을이란 녀석이 다가오고 있구나 느낀다. 이번주에는 회식도 했다. 서로의 여행 얘기를 하며 드물게 2차까지 갔다. 셋이서 택시를 타고 서울로 왔는데, 자유로를 타고 공덕까지 오는 밤풍경이 아주 근사했다. N씨는 어디선가 본 외국의 어디 같다고도 했다. 어제는 집에서 을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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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 첫번째롤모퉁이다방 2017. 8. 6. 23:11
구닥앱을 구입했다. 필름 카메라 느낌이 나게 필터가 적용되고, 뷰파인더도 엄청 조그맣고, 시간도 꽤 지난 후에 사진현상도 되는 아날로그식 카메라앱이다. 첫번째 롤 마지막 사진을 찍고 정확히 삼일 뒤에 현상이 되었는데, 너무나 실망스러운 사진들. 내가 못 찍어서 이런거겠지? 왠지 진짜 필름 카메라 느낌이 나 고민하고 조심조심 찍게 되더라. 플래쉬는 싫은데, 터뜨려야 하나보다. 그래도 추억이니 남겨본다. 어제는 친구와 간만에 맥주를 오랫동안 마셨고, 오늘은 낮잠을 두번이나 잤다. 빠에야를 만들었는데, 대실패. 흑흑- 개나리를 닮은 샛노란 매니큐어가 있어 발톱에 발라 보았다. 내일은 새로운 여행의 첫날이다. 이번엔 친구와 함께다. 짐을 싸면서 생각했다. 오래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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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서재를쌓다 2017. 8. 3. 22:36
"책을 읽어도 사람들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변하고,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고. 그건 단순히 책만 읽는다고 이루어지는 건 아니고, 노력하는 내가 있어야 한다는 걸. 더 잘 살기 위한, 더 좋은 사랑을 하기 위한 노력. 출판사 시절, 소윤이는 만날 때 마다 많은 걸 건네줬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였다. 언니가 좋아할 것 같아, 읽어봐. 책은 작가의 스펙타클한 이력만큼 잘 읽힌다. 작가 셀리 킹은 잘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 된 이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그 꿈을 이룬다. 이 책이 그 꿈의 실현이다. 말랑말랑한 로맨스 소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읽어 나가다 보면 깊숙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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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서재를쌓다 2017. 8. 2. 23:04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나쓰메 소세키를 온전히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 100년이 더 된 나쓰메 소세키의 이야기가 아직도 잘 읽히고 있는 이유를, 나는 나에게서 찾았다. 나는 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마음이 되었다. 책을 읽을 당시 나는 친구와 싸웠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너는 절대 모른다는 친구의 말이 무척이나 서운했다. 이렇게 말해도 너는 모르는 거야, 라는 마음으로 지금껏 내게 그 많은 이야기들을 털어놓은 건가 생각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내가 아는 친구의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 '나'는 선생님을 가마쿠라 바닷가에서 만난다. 나는 선생님을 '발견'하고 단번에 마음에 끌린다. 그렇게 나의 일방적인 구애로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된다. 선생님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