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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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촌여행을가다 2017. 7. 30. 21:47
"우리 셋이 같이 자야 되겠다." 말했다. 원래 친구는 나에게 아가 때문에 시끄러울 수 있으니 구석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했다. 밤이 되자, 친구는 아무래도 아가가 제일 먼저 자니 구석방에 아가를 재우고 셋이 같이 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애교를 떨면 고생하는 줄 아는지 해맑게 웃어주던 친구의 아가는 밤이 되니 예민해져서 계속 울어댔다. 오빠가 구석방에 가 아가를 재웠다. 그리고 차례차례 씼었다. 친구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라고 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했다. S는 품평회 때문에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야해서 먼저 갔다. 베를린에서 사온 선물을 남기고. 원래 는 나를 제외한 친구부부와 S가 애청하는 프로다. 넷이서 여행을 가게 되면 이불을 깔고 누워서 함께 봤다. 오빠가 이제 이불을 깔자고 했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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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거쳐 순천여행을가다 2017. 7. 27. 21:37
지난 5월, 아버지 칠순을 맞이하여 여수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평생을 경상도에서 보낸 아버지는 전라도 음식에 대한 갈망이 있다. 에서 유시민도 말했지. 전라도에 와서 음식을 먹는데 신세계였다고. 우리는 여수에서 만나 점심으로 장어와 갈치를 먹고, 저녁으로 돼지갈비를 먹었다. 야식으로 삼치숙성회도 먹었다. 다음 날 순천으로 넘어가서는 꼬막정식을 먹었다. 요즘 아버지는 육고기가 좋다고 자주 말씀하시는데, 이번에도 역시 돼지갈비가 제일 맛있었다고 하셨다. 진짜 맛있는 돼지갈비집이었다. 좀 불친절하긴 했지만. 순천에서는 순천만생태공원도 가고, 국가정원도 갔다. 생태공원에서는 가볍게 돌아다니기 위해 짐을 락커에 넣어뒀는데, 핸드폰도 넣어버렸다. 나중에 걷다가 알았다. 핸드폰을 안 가지고 왔다는 걸. 기억해두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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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다리모퉁이다방 2017. 7. 26. 23:51
오후에 졸리기도 해 이동진 라디오를 팟캐스트로 들었다. 김소영 아나운서가 나오는 코너였는데, 3부를 시작하면서 김소영 아나운서가 어떤 글을 읽기 시작했다. 더이상 만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말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 사람은 그 말들을 그 사람의 유언이라고 표현했다. 특별하지 않고 일상적인 말들이었다. 그렇지만 '유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나니, 그 평범했던 말들이 특별해졌다. 이제는 더이상 만나지 않는 사람들의 마지막 말을 나도 떠올려봤지만, 쉽게 떠올려지지 않았다. 아마 더 오래 골몰해도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작가가 이렇게 글을 잘 쓰나 하고 끝까지 귀를 기울였는데, 박준 시인 산문집 속 글이었다. 얼마 전 고민하다 장바구니에 넣어뒀는데, 곧 바구니를 비워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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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스페인서재를쌓다 2017. 7. 25. 21:12
그래도 나름 읽은 게 있어서, 누군가 스페인 여행 어땠냐고 물어보면 나는 바르셀로나를 다녀왔다고 대답했다. 그런 주제에 바르셀로나에서는 장난감 파는 가게 주인에게 아 유 스페니쉬? 라고 물어봤다. 주인은 웃으면서 대답해줬지만, 가게를 나온 뒤에야 아차, 싶었다. "바르셀로나에는 스페인 사람이 없다. 그저 카탈루냐 사람만 산다.(p.20)" 카탈루냐 사람들은 지금도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책은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카다케스와 피게레스에서 끝난다.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돌고 돌아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끝나는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를 읽으며 너무나 좋았던 동생이, 내가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해 사인까지 받아줬다. 다녀오면 읽으라고. 다녀왔고, 읽었다. 읽으면서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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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와인모퉁이다방 2017. 7. 16. 19:46
어제는 녹사평의 한 거실을 빌려 여행에서 사온 와인을 각자 가져와서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이 공간을 예약했는데, 거실이라고 했는데 진짜 거실이었다. 방이 두 개 있었는데 둘 다 작업실로 쓰고 있었다. 우리는 5시부터 9시까지 거실과 부엌, 그리고 화장실을 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조그만 소리로 속삭이며 얘기를 했는데 이내 적응이 되어서 내 집 거실처럼 있었다.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4시간이 금방 갔다. 동생이 와인을 좋아해서 자신이 사온 이탈리아 와인과 내가 사온 스페인 와인과 까바를 열심히 검색을 해서 정보를 수집했다. 한 병씩 딸 때마다 이건 어느 지방의 와인이고, 와이너리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까바는 정보가 없어서 그냥 까바에 대해서만 알려줬다. 샴페인이 프랑스 상파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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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극장에가다 2017. 7. 15. 14:31
바르셀로나에서 극장에 꼭 한번 가고 싶었더랬다. 혹시나 한국영화가 상영하는 곳이 있다면 대박 행운일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런 극장은 없었다. 조림이가 추천했던 을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몇번이나 보아서, 못 알아 듣더라도 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 시간까지 알아뒀지만 결국 가질 못했다. 그러고보니 바르셀로나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일을 한 것도 많았지만, 계획했던 일도 결국 하지 못한 일도 많았다. 당연하게도. 도 극장 상영작에 있었는데 포스터 제목이 원제 'Maudie' 그대로였다. 왜 으로 한국제목을 지었을까. 흑- 금요일에 30분 늦게 퇴근을 했다. 회사에서는 휴가 전에 부글대는 일이 있었는데, 휴가 때는 하나도 생각이 안 났다가, 휴가 직후에는 그래 그래라 마인드였는데, 이제 일상에 완벽하게 적응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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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모퉁이다방 2017. 7. 9. 19:55
돌아와서 몸무게를 재어봤는데, 줄지 않았더라. 젠장. 매일매일 세끼 이상을 먹고 맥주를 챙겨 마셨지만, 쉴새 없이 걸어다닌 탓에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느껴졌는데. 찌지도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근한 수요일부터 계속 기름진 음식들을 줄줄이 먹었던 탓에 하루가 다르게 찌고 있다. 읔- 다음주부터는 진짜 저녁을 조절해야겠다. 여행기를 매일매일 꾸준하게 남기고 싶었던 이유는 솔직한 감정들을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더할 나위없이 즐거웠다는 그런 여행기 말고, 외롭고 힘들고 슬프기까지 한 그 감정들을 그대로 기록하고 싶었다. 물론 행복하고 즐겁고 오길 정말 잘했다 싶었던 충만했던 순간들도 고스란히 기록하고 싶었다. 하루하루의 일상도 그렇지만, 여행도 마냥 좋은 순간들만 연속될 리가 없는데,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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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마르떼스여행을가다 2017. 7. 5. 00:07
바르셀로나에서 암스테르담까지의 비행좌석은 중간자리라 불편했다. 양옆으로 앉은 서양인들은 열심히 핸드폰과 노트북을 했다. 나눠주고 싶은 것들이 많아 이것저것 샀더니 캐리어가 꽉 찼다. 무게에 맞추고 나머지는 에코백에 나눠 들었더니 엄청났다. 환승까지 해야 하는 터라 할 수 없이 배낭을 샀다. 커다란 걸로 샀는데, 짐을 다 넣고 나니 정말 내 상체만 했다. 보안 검색을 하는데, 나만 신발을 벗으라고 해서 기분이 상했는데, 내 뒤에 있는 샌들을 신은 사람들 모두 신발을 벗어야 했다. 흠. 벗은 발들을 보니 괜찮아졌다. 짐이 너무 무거워 공항을 돌아볼 수가 없었다. 동생이 친구 선물로 부탁한 향수를 하나 사고, 게이트가 확정될 때까지 마지막 맥주를 마셨다. 게이트가 확정되자 근처에 앉아 엽서를 썼다. 우표는 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