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에 해당되는 글 14건

  1. 저녁메뉴는 야채버섯찜 2017.05.30
  2. Happy Birthday (11) 2017.05.28
  3. 저녁은 맥주 없는 전기구이 통닭 (4) 2017.05.27
  4. 야식은 타코야끼에 생맥주 (2) 2017.05.26
  5. 저녁 메뉴는 샐러드 (4) 2017.05.24


   요즘 디바 제시카의 여행영어 유투브 동영상을 공부하고 있다. 동생이 먼저 듣기 시작했는데, 사실 별로라고 생각했다. 예쁜 척 하는 사람, 이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그래서 동생이 들을 때 다른 컨텐츠를 찾아서 듣고 있었다. 그것들은 지루했다. 그런데 먼저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는 동생이 틀어오는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때문에 그녀를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여행영어 동영상을 봤는데, 재밌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치더라. 발랄해서 듣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업이 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디바 제시카의 다른 영어 컨텐츠를 찾아 공부해 봐야겠다.


   [디카 제시카의 '이 여자가 사는 법 - 진정한 여행이란?' 편]

   부자신가봐요? 마음이 부자죠. 전 진짜 십만원 이상의 가방을 사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건 아껴요. 그런데 전 여행에는 돈 잘 안 아껴요. 여행은 절 성숙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얼마 써요? 저 그때 프랑스하고 스페인 10박 11일이 갔다오는 데 한 450만원 정도 쓴 것 같아요. 저 명품 되게 많아요. 이것도 명품이고, 이것도 명품이고, 동대문에서 사서 그렇지. 여행은 재미 뿐만이 아니라요 너무나 인생의 많은 걸 배우게 해주는 것 같아요. 국내여행도 좋지만 왜 국외여행을 가라고 하냐면 국외여행은 너를 더 멘붕에 빠뜨려요. 나 자신을 내가 돈을 내가면서 멘붕에 빠뜨리게 하면 그만큼 얻는 게 커요. 하지만 국내는 멘붕이 돼봤자 뭐해. 돈 떨어지면 엄마한테 전화하면 되고, 친구들한테 전화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외국에 나가면 내 카드도 안 될 수도 있고, 전화가 안 될 수도 있고, 말도 안 될 수도 있거든요. 그 상황에서의 나를 보는 게 즐거워요, 저는. 그게 성장 같아요. 문화를 배우는 것도 있지만 여행을 갔다오면 가장 크게 배우는 건 나 자신. 아, 난 이런 사람이구나, 라는 걸 여행을 통해서 저는 제일 많이 배워요.

   다 똑같은 길이의 크레파스가 10개 있어요. 그쵸? 그 중의 크레파스 중에 내가 있으면 내가 굉장히 잘나보여요. 그런데 내가 해외여행을 다니면 나의 두배가 되는 사람들, 세상을 봐요. 그럼 내가 작아져요. 그러면 되게 겸손해지는 것 같아요. 여행을 많이 다니면 아, 나 어디 여행했잖아, 나 어디 갔다왔잖아, 이 여행은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 큰 세계를 보고 오면 내가 작아지고 아직도 한없이 배울 게 많다라고 생각되는 게 진정한 여행 같아요.

   배낭여행은 돈 없이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러시는데요. 돈 없이 가면 돈 없이 가는대로 배우는 게 있고, 많은 돈을 주고 호화스럽게 가면 또 그거에 맞게 보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배낭여행자들은 절대 프랑스에서 고급호텔들이 어떻게 시스템이 되어 있는지 배울 수 없어요. 그건 아쉬운 부분이에요. 니가 그걸 배워오면 그것을 통해서 한국에서 어떤 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전 무조건 배낭여행이 제일 좋다고도 말 못하고, 무조건 호화로운 여행이 제일 좋다고도 말 못하겠어요. 그냥 그거에 맞게 배우는 게 있어서 한번으로 모든 걸 다 배웠다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여행가면 어떤 스타일이냐는 걸 배웠냐면, 전 누구하고도 막 친해지려고 해요. 버스에 앉으면 버스에 앉은 사람한테, 와 난 한국에서 왔어, 넌 어디 여행가니? 막 이러구요. 비행기에 앉아도 막 수다스럽게 하고 어딜 가든 저는 막 사람들하고 말 걸어요. 제가 그렇더라구요. 한국에선 안 그래요. 그런데 외국에 나가면 제가 굉장히 사람들한테 와, 너 어디 묵니? 여기 좋은 데 어디니? 그런 식으로.

   그래도 안 친해지던데요, 제가 좀 소심해서 제시카님처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여기 나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 여기 외국이야. 그래, 그러면 쇼타임!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거예요. 나 되게 소심하고 나 사람들 잘 못 만나고 얘기하는 것도 대개 부끄러워. 그런데 그게 싫죠? 그걸 고쳐보고 싶죠? 그러면 외국에 나갔을 때 다른 사람이 된다고 생각해요. 어, 너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 너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 거기에. 너 그냥 하루살이야. 다 거기서 하루만 만나고 다 헤어져, 다음날. 그런 걸 한번 두번 세번 경험하다보면 그게 너가 되요. 그리고 그 성격이 국내 들어왔을 때도 그걸 끌고 들어올 수 있어요. 그런데 한번에 니 성격이 변하진 않아. 두번에 조금 변해요. 세번째 더 조금 많이 변할 거예요. 어느 순간 여행에서 보였던 내 모습이 진정한 나일 수도 있다는 걸 발견하면 그게 내 일상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여행은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여행은요. 아무리 좋은 데 다 있고 있어봤자 결국 여행을 통해서 배우는 건 나 자신이었던 것 같아요.


D-22.


 

Happy Birthday

from 모퉁이다방 2017.05.28 03:52



D-25.


  1. BlogIcon wonjakga 2017.05.28 22:3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생일이셨어요?
    촛불 켜서 축하하는 일은 나이가 들수록 애틋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지났을지 모르지만
    저도 많이 많이 축하해요!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5.30 21:20 신고 BlogIcon GoldSoul

      네네, 생일이었어요. :)
      감사하게도 이번 생일에는 축하를 많이 받아 행복했답니다.
      현정씨의 축하까지 더해졌다. 감사해요! 헤헤-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5.30 21:22 신고 BlogIcon wonjakga

      저 지금 수영하고 젖은 머리로 집에 가는 길인데 댓글 보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5.30 22:02 신고 BlogIcon GoldSoul

      와, 수영하고! 완전 시원하겠어요. 뿌듯하고-
      현정씨의 건강한 밤이 부러워요.
      저는 스트레칭이나마 하고 가야겠어요. 좋은 밤 되어요. :-)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5.30 22:08 신고 BlogIcon wonjakga

      수영하고 라고 쓰고 물장구치기 및 물속 걷기 라고 읽어요 ㅎㅎㅎㅎ 오늘도 애 많이 쓰셨을 금령님, 좋은 밤 보내시길! 참 검정치마 오늘 나온 앨범이 지금 이 밤과 너무 잘 어울려요. 시간되면 들어보셔요.

  2. 새봄 2017.06.01 16:4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생일이셨구나!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어린 애 같지만 생일은 참 좋은 것 같아요. 내 생일이든 다른 사람 생일이든, 케이크에 초 켜고 부끄러워하면서 노래 부르고 초를 끄고 하는 그런 순간들이 좋아요. 사랑하는 누구누구~ 할 때 사람들이 다 다르게 불러서 웅얼대게 되는 것도 좋고 흐흐. 좋은 계절에, 좋은 분들과, 좋은 날 보내셨죠? 그 기운으로 6월도 즐겁게 보내시길! 축축축하드립니당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6.02 11:28 신고 BlogIcon GoldSoul

      헤헤- 네, 생일 잘 보냈어요!
      그러니까요. 생일은 참으로 좋은 것이에요. 축하해주는 것도 좋고, 축하받는 것도 좋고.
      나이 드니까 엄마가 오늘 고생하셨겠다, 생각도 들고.
      고마워요, 새봄씨. 6월이에요. 오늘 셔틀버스 타고 오는데 온 세상이 초록초록인 거예요. 언제 이렇게 짙어졌지 싶을 정도로요. 좋은 초여름 보내요, 우리! :-)

  3. JH 2017.06.05 09:4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새 한동안 못들어와봤더니 생일이셨군요! 가장 날씨 좋고 맑은 날에 태어나셨네요. 생일 즐겁게 보내셨길, 그리고 아름다운 초여름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길 기원해요!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6.06 03:26 신고 BlogIcon GoldSoul

      아, 지현씨. 아기는 무럭무럭 잘 크고 있지요?
      맞아요. 저 엄청 좋은 날 태어났어요. 흐흐- 커보니깐 진짜 좋은 날 태어났구나, 생각 들더라구요. 좋은 초여름! 잘 보내요-
      고마워요. :-)

  4. 9번째방 2017.06.05 15:4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


   티비가 이번주에 사망했다. 동생이 아침에 티비를 켰는데 화면이 나오질 않았다. 그 뒤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았는데, 화면은 나오지 않고 소리만 나온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백라이트가 나간 거란다. 우리는 엄마가 알뜰폰을 살 때 경품으로 함께 주던 중소기업 티비를 쓰고 있는데, 고장이 나고 검색해보니 17만원에 팔고 있는 티비였다. AS를 신청하면 8만원이 든단다. 방문하면 3만원. 11만원을 내고 고칠 가치가 있는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티비는 내 베프여서 보지 않으니 영 아쉽다. 8시 뉴스도 봐야하고, 심심함을 달래줄 예능도 봐야 하는데. 8시에는 영 아쉬워 티비를 켜고 목소리만 들어보았다. 거대한 라디오가 따로 없네. 이건 또 운명 같아서, 티비 좀 그만보고, 핸드폰 좀 그만하고 책 좀 읽고 공부 좀 하라는 말 같다. 책 욕심이 많아 그간 사다 놓은 책이 한가득인데, 책장에 꽂아두지 못할 지경인데, 한달에 한 권도 겨우 읽고 있으니. 속도를 내어 보겠다.

   어제는 친구에게서 날씨가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창이 없는 사무실에서 환상적인 하늘을 보지 못했더랬다. 퇴근을 하고 나오는데, 하늘이 예술이더라. 사진을 찍어 메시지를 보냈는데, 낮에는 이것보다 훨씬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하늘을 봤으면 일하기 싫었겠지.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는 맥주 없이 동네트럭 전기구이 통닭을 먹고, 보고 싶었던 영화 <아버지와 이토씨>를 결제하고 다운받았다. 통닭을 먹고 나니 급 피곤해져 단백질만 먹었으니 괜찮아, 라고 애써 위로하며 이불을 깔고 누웠다. <아버지와 이토씨>를 2/3 정도 보고 잔 것 같은데,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까지였다. 아, 그러고보니 당분간 영화소개 프로그램도 못 보네. 일상적인 식사를 만들어 함께 저녁을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아버지 생각도 나고, 친구 생각도 나고, 내 생각도 났다. 영화에서 집에서 우린 물을 투명한 컵에 따라서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왔는데, 집에 결명차가 있는 게 떠올라 물을 끓여 결명차를 우렸다. SNS에서 아보카도와 명란을 넣고 솥밥을 지은 사진을 봤는데, 무슨 맛일지 무척 궁금했다. 언젠가 시도해보리라. 싸웠던 친구에게 한달 만에 먼저 연락을 했고, 동생에게 부탁한 맥주 한캔은 냉장고에 넣어뒀다.


D-26.

  1. BlogIcon wonjakga 2017.05.27 12:3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내 생각도 났다. 이 문장을 오래 들여다 봤어요. 맞다 그러고 보니 나도 무언가를 보고 읽을 때 내 생각이 많이 났었구나 싶어서요.
    여행이 진짜 얼마 안 남았네요!! 아 어떤 기분일까. 해외여행은 한 번밖에 그것도 친구가 있는 곳을 갔던거라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사람인지라 궁금하고 부럽고 무엇보다 근사하게 느껴져요 :)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5.28 21:03 신고 BlogIcon GoldSoul

      오늘은 내내 집에서 잠을 자다가 저녁밥 해먹고 밤산책을 했어요.
      게을러서 집에 들어오면 산책만 하러 나가는 일은 드물었는데, 나가서 걷다보니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좋더라구요. 아, 지금 달이 무척 예뻐요!
      오늘 산책 중에는 좋은 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 일상을 살아갈 힘이 났음 좋겠다, 생각했어요. 주문했던 스페인 미술관 책이 도착했고, 다음주도 힘이 내어봐야지 다짐하게 되는 일요일 밤이에요.
      현정씨는 어떤 일요일 밤 보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좋은 밤 되어요- :)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5.28 22:35 신고 BlogIcon wonjakga

      저는 오늘 종일 이불 속에서 뭘 한 건지 ㅠㅜ 댓글 보고 저도 산책 나가려다 우리동네 미세먼지 수치가 너무나 안좋아서 것두 포기. 달도 보이지가 않아요.
      그래도 골드소울님 말처럼 다음주도 힘을 내보자고 다짐은 해보았어요. 힘!!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5.30 21:21 신고 BlogIcon GoldSoul

      힘!!!!! :-D



   오늘 아침엔 혜진씨가 선물해준 에코백을 꺼냈다. 혜진씨는 이것저것 보내줬는데 무언가를 싸서 보냈던 실의 색깔이 고와 버리지 않고 같이 보관해두었다. 아침에 그 실로 에코백에 골드소울이라고 수를 놓았다. 부적같이. 친구가 오후에 연락이 왔다. 수업을 들을 거냐고 물었고, 나는 나중에 보자고 답했다. 우리는 7시 즈음 신촌에서 만나 묽디 묽은 거대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들고 들어가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은 타인의 장점을 무척이나 잘 발견하는 사람이었다. 구석구석 숨겨진 장점을 기어코 발견해 칭찬하고 마는 것이다. 나는 그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두고 볼 일이다. 우리는 밝고 깨끗한, 새 것처럼 보이는 강의실에서 황정은의 짧은 소설을 읽고, 각자의 짤막한 이야기를 써보았다. 그리고 언제나 1등으로 과제를 제출하고 발표할 것 같은 조폭 같은 얼룩 무늬 상의를 입은 수강생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건너편의 가게에 가서 밖에서 한 잔, 가게 안에서 두 잔의 맥주를 각각 마시고 헤어진 참이다. 나는 버스를 탔고, 친구는 전철을 타고 택시를 탈 것이다. 오늘 맥주를 마시다 친구에게 해주려다 까먹은 말은 이것이었다. 장윤주가 인스타그램에 이번주에 올린 글. "소설이든, 만화든, 영화든. 원래 잘난 사람보다 성장하는 사람이 늘 주인공이다.​​​​" 친구는 내가 지난 주에 한 말, 이 수업을 듣게 되면 여행지에서 소설을 생각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말을 해줬다. 나는 내곁에 이런 친구들이 있는 게 고맙다. 알콜의 힘을 빌려 쓰-윽 꺼냈던 말을 의미를 부여해 싸-악 하고 되돌려주는 사람. 이번에는 즐겁게, 그리고 힘껏 노력해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D-27.



  1. 오혜진 2017.05.26 12:5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 이쁘다....
    금령씨 마음도 참 이쁘다. :)

    금령씨, 나는 요즘요-
    텃밭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옥수수, 고구마, 고추, 상추, 쑥갓, 가지, 토마토. 그리고 나의 사랑 고수.

    오래전부터 텃밭을 가꾸는 것에 대한 소망이 있었는데...
    어떻게 기회가 되어서 올한해 무료로 텃밭을 제공해 주시겠다는 분을 찾았어요 ㅎㅎ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라 매일 퇴근 후에 물주러 가고 잡초뽑고 상추 솎아주고, 토마토 가지 곁순 따주고. 어제는 지주대 세워주고. ㅎㅎㅎ 요즘 나의 일상이어요.
    옥수수랑 고구마가 잘 되면, 금령씨한테도 보내줄게요-

    여행이 이제 27일 남은거에요?
    아 내가 두근두근하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
    어디론가 휙 가고 싶은 날씨.
    좋은 하루, 그리고 좋은 주말 보내요-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5.27 11:25 신고 BlogIcon GoldSoul

      초보농부 혜진이네요. :-)
      혜진씨 고수 좋아하는구나. 농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뉴스에서 봤는데, 텃밭을 가꾸는 게 정서적으로 엄청 좋대요. 올해 혜진씨 작물들도, 혜진씨 마음도 풍년이길요- 잘 자란 상추에 잘 구운 삼겹살 넣어먹으면 정말 최고겠어요.
      오늘로 25일 남았어요! 세지 않을 땐 몰랐는데, 세기 시작하니 두근두근거리고 걱정스러운 것도 많아요.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지만, 좋을 거다 좋을 거다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헤헤-
      오늘 날씨 대따 좋아요! 혜진씨, 좋은 주말 보내요.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핸드폰 액정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깨어진 금이 줄어들 일은 없다. 산산이 부서질 일만 남았을 뿐. 한번 일어난 마음은 언제고 다시 일어나는 것을. 왜 평상시엔 그렇게 잊고 지내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걸 다 기억하고 살다간 지독한 염세주의자가 될 거다. 아직 거의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6월의 휴가엔 노트북을 가져가서 하루하루 모두 기록할 계획이다. 시간이 지난 뒤 가라앉을 것은 가라앉힌 채 기록하는 것과, 순간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것. 무엇이 더 좋은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번에는 후자의 기록을 해 보겠다. 그러므로 오늘부터 시작하는 건, 그날들을 위한 습관을 기르는 일.


   지난 일요일에는 친구를 만나러 동쪽으로 갔다. 우리는 긴 숲길을 걸을 계획이었는데, 초반부터 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조금 걷다 포기해버렸다. 버스를 타고 가 올림픽 공원을 걸었고, 이런저런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언젠가 함께갈 여행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흥미로운 강의가 있다고 보여줬는데, 친구는 단번에 그 강의가 듣고 싶다고 했다. 고민하다 그래 같이 듣자고 신청을 하려는데, 자세히 보니 여행 때문에 한 번의 수업을 듣지 못한다. 친구에겐 듣지 못하겠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어제 첫날 함께 읽을 소설을 읽었다. 예전에 한번 읽었던 단편이었다. 강의료가 만만치 않아서 내일이 수업인데 아직까지 고민 중이다. 아마도 고민은 내일 점심때까지 계속 될 듯.


   확 트인 바람이 부는 곳에서 간단하게 치맥을 하자고 계획했으나, 앉은 자리가 너무 더웠다. 해가 쨍쨍했다. 첫 잔을 마실 때 열기 때문인지 취기가 금새 오르는 것 같더니, 해가 조금씩 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말짱해졌다. 우리는 한 잔 더 마실까, 한 잔만 더 마시고 갈까, 이러다가 많이 마셨다. 계산을 할 때 아주머니가 계산서를 보더니 술을 많이 드셨네요, 라고 말씀하셨다. 친구의 아이가 태어나기 아주 오래 전에 우리는 홍대의 술집에서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았다. 여행지가 배경인 소설을 읽고 있는데, 초반에 한참 안 읽히다가 이제야 재밌어지고 있다. 책을 펼쳤는데, 바로 졸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리니 김포공항 도착 전이었다. 공덕에서 내려서 6호선으로 갈아타야 했는데, 김포공항까지 간 것이다. 김포공항에서 한참을 기다려 공항철도를 탔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6호선을 갈아탔는데, 일요일 늦은 시간이라 열차가 늦게 왔다. 빨리 자야 하는데, 초초해졌다. 그러다 이동진의 라디오에서 들은 멘트가 생각이 났다. 무척 좋아서 나중에 적어놔야지, 그래서 쓸쓸해질 때마다 봐야지 했던 멘트. 이어폰과 메모지, 볼펜을 꺼내 쭈그리고 앉아 이동진의 말들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다 적고 나니 열차가 왔다.



   3714님께서 엊그제 갑자기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벌려놓았던 학원, 약속 등등 다 정리하고 내친김에 스쿠터까지 하나 새로 장만했습니다. 네비게이션 없이 종이 지도로만 의지해서 여행 한번 해보려구요. 얼마동안 있을지, 어디로 갈지, 아무 것도 생각해둔 게 없지만 우선 출발해보려 합니다. 여행의 끝에 제가 어디에 서 있을지 궁금해지는 밤이네요, 하셨습니다.


   이런 여행을 가보시게 되면 떠나 있어도 이곳을 많이 생각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에 여행을 가게 되면 그곳을 보러 가려고 한다, 혹은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 이런 걸 상상하고 가게 되는데 정말 여행이 길어지고, 혼자이게 되면 결국 거기서 생각하게 되는 건 자기 자신 혹은 떠나온 이곳, 여기서의 어떤 일들, 이런 것들을 굉장히 많이 생각하게 되죠. 그게 여행에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굉장히 큰 소득 중의 하나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D-28.



  1. 오혜진 2017.05.26 14:2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좋다- 좋아요.

  2. 2017.05.26 17: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5.27 11:33 신고 BlogIcon GoldSoul

      긍정적이고 밝디 밝은 새로운 내가 마구마구 나왔으면 좋겠어요!
      좋은 여행기가 될 수 있도록 좋은 여행을 할게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