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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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메뉴는 야채버섯찜모퉁이다방 2017. 5. 30. 21:59
요즘 디바 제시카의 여행영어 유투브 동영상을 공부하고 있다. 동생이 먼저 듣기 시작했는데, 사실 별로라고 생각했다. 예쁜 척 하는 사람, 이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그래서 동생이 들을 때 다른 컨텐츠를 찾아서 듣고 있었다. 그것들은 지루했다. 그런데 먼저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는 동생이 틀어오는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때문에 그녀를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여행영어 동영상을 봤는데, 재밌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치더라. 발랄해서 듣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업이 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디바 제시카의 다른 영어 컨텐츠를 찾아 공부해 봐야겠다. [디카 제시카의 '이 여자가 사는 법 - 진정한 여행이란?' 편] 부자신가봐요? 마음이 부자죠. 전 진짜 십만원 이상의 가방을 사본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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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맥주 없는 전기구이 통닭모퉁이다방 2017. 5. 27. 08:07
티비가 이번주에 사망했다. 동생이 아침에 티비를 켰는데 화면이 나오질 않았다. 그 뒤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았는데, 화면은 나오지 않고 소리만 나온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백라이트가 나간 거란다. 우리는 엄마가 알뜰폰을 살 때 경품으로 함께 주던 중소기업 티비를 쓰고 있는데, 고장이 나고 검색해보니 17만원에 팔고 있는 티비였다. AS를 신청하면 8만원이 든단다. 방문하면 3만원. 11만원을 내고 고칠 가치가 있는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티비는 내 베프여서 보지 않으니 영 아쉽다. 8시 뉴스도 봐야하고, 심심함을 달래줄 예능도 봐야 하는데. 8시에는 영 아쉬워 티비를 켜고 목소리만 들어보았다. 거대한 라디오가 따로 없네. 이건 또 운명 같아서, 티비 좀 그만보고, 핸드폰 좀 그만하고 책 좀 읽고 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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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은 타코야끼에 생맥주모퉁이다방 2017. 5. 26. 00:04
오늘 아침엔 혜진씨가 선물해준 에코백을 꺼냈다. 혜진씨는 이것저것 보내줬는데 무언가를 싸서 보냈던 실의 색깔이 고와 버리지 않고 같이 보관해두었다. 아침에 그 실로 에코백에 골드소울이라고 수를 놓았다. 부적같이. 친구가 오후에 연락이 왔다. 수업을 들을 거냐고 물었고, 나는 나중에 보자고 답했다. 우리는 7시 즈음 신촌에서 만나 묽디 묽은 거대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들고 들어가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은 타인의 장점을 무척이나 잘 발견하는 사람이었다. 구석구석 숨겨진 장점을 기어코 발견해 칭찬하고 마는 것이다. 나는 그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두고 볼 일이다. 우리는 밝고 깨끗한, 새 것처럼 보이는 강의실에서 황정은의 짧은 소설을 읽고, 각자의 짤막한 이야기를 써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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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샐러드모퉁이다방 2017. 5. 24. 21:01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핸드폰 액정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깨어진 금이 줄어들 일은 없다. 산산이 부서질 일만 남았을 뿐. 한번 일어난 마음은 언제고 다시 일어나는 것을. 왜 평상시엔 그렇게 잊고 지내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걸 다 기억하고 살다간 지독한 염세주의자가 될 거다. 아직 거의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6월의 휴가엔 노트북을 가져가서 하루하루 모두 기록할 계획이다. 시간이 지난 뒤 가라앉을 것은 가라앉힌 채 기록하는 것과, 순간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것. 무엇이 더 좋은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번에는 후자의 기록을 해 보겠다. 그러므로 오늘부터 시작하는 건, 그날들을 위한 습관을 기르는 일. 지난 일요일에는 친구를 만나러 동쪽으로 갔다. 우리는 긴 숲길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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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오키나와여행을가다 2017. 5. 17. 21:08
여행 끝에 선생님은 놀라운 말을 했다. "덕분에 즐거운 여행을 했어요. 혼자 왔으면 보지 못했을 것을 봤어요." "선생님, 저도 즐겁게 놀다 가요. 선생님은 세상에서 제일 관대해요. 저를 용안사에 데려갔잖아요. 기쁨은 희귀한 것이니 기쁨을 주는 사람만큼 관대한 사람은 없어요. 기쁨을 느꼈으니 잘 논 것 아닌가요?"- p.103 정혜윤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中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날, 비가 왔다. 비가 많이 왔다. 우리는 펼쳐놓았던 짐을 챙기고, 시큰한 냄새가 고요하게 나던 숙소를 나왔다. 빗길을 걷고 횡단보도를 두어 개 쯤 건너 인적이 드문 커다란 길가의 정류장에 섰다. 시내의 백화점에 가기로 했다. 막내가 첫날 사고 싶어했는데 고민하다 사지 못했던 것들을 사고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가 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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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날, 오키나와여행을가다 2017. 5. 11. 21:23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조르바를 만났다.' 아테네의 외항, 피레우스에서 나는 조용히 읊조렸다. 이 문장을 좇아 마침내 여기 서 있어, 라고 생각하니 행복으로 마음이 뻐근했다. 눈앞에는 나를 크레타까지 데려다 줄 거대한 6층짜리 배가 서 있었다. 십사 년 전의 일이다. 그리스에 가면 뭐가 있는데? 하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나는 무심코 이 말부터 나올 것 같다. 카잔차키스의 묘지가 있지. 그 묘지에서 내려다보이는 작은 이오니아식 마을과 에게 해가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볼 만한 곳이야. 아마 이렇게 덧붙일 것이다.- 김성중, '묘지와 광장' 中 끊어져버린, 작년 오키나와 여행의 기록들. 이제는 기억이 조금씩 가물가물해져버렸지만 (이러니 기록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데), 기록을 이어가본다. 요즘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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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foot모퉁이다방 2017. 5. 10. 22:48
어제는 일어나자마자 세수만 하고 투표를 하러 갔다. 새벽 6시에. 두 후보 사이에서 고심을 했는데, 투표소로 걸어가는 동안 마음을 정했다. 동생은 투표소 안에서 오랫동안 서있다가 나왔다. 마지막까지 고심했다고 한다. 일찍 일어난 게 아까워 혼자 상암으로 가서 중고생들 틈에 끼여 조조영화도 보고왔다. 중고생들은 아침부터 조용하게 팝콘을 먹고, 나는 그 틈에서 훌쩍거렸다. 울고나니 개운했다. 어제 먹은 음식으로는 순대, 화덕피자, 떡볶이가 있었는데, 순대는 실패했고, 화덕피자는 맛있었지만 양이 너무 적었고, 떡볶이는 오래 전 냉동시켜놓은 것이었다. 그렇게 5월의 황금같은 연휴가 가버렸다. 아쉽기도 했지만, 나는 집에 있으면 너무 많이 먹어대는 인간이라 출근을 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긴 했다. 부처님 오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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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맥주여행여행을가다 2017. 5. 8. 23:50
봄이 오기 시작할 때, 부산으로 맥주를 마시러 갔다 왔다. 2017년, 아직 여름도 제대로 오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기억들이 쌓이고 있다. 좋은 시간들은 좋은대로, 그렇지 않은 시간들은 그렇지 않은대로. 새삼스럽지만 어떤 관계든 늘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게 요즘 나의 결론. 이동진은 좋은 일이 생기면, 지금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곧 다가올 좋지 않은 일을 염려한다고 하는데,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점점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인생은 쉴새없이 오르고 내리는 뽀족한 그래프의 연속 같으다. 내려갔을 때 너무 좌절하지 않고, 너무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되길 위해 매일매일 나름대로 수련하고 있지만, 내려가는 일은 언제나 힘이 든다. 1916년 :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