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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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모퉁이다방 2017. 4. 26. 21:30
찾고 있는 책이 있었는데, 책은 결국 못 찾고 오래 전의 수첩을 찾았다. 거기에 2년 전 친구와 동료의 말이 적혀 있었다. 친구에게 며칠 전 이 사진을 보내줬는데, 친구가 말했다. "걱정마, 38의 여름도 좋을테니까." 서른여덟번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금요일에는 회식을 했다. 여긴 정말이지 감자가 맛있는데, 아마도 고기 육즙이 배어서 인 것 같다. 고기를 잘라주시는 아주머니에게 감자가 정말 맛있어요, 라고 하니 고기집에서 감자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고 뭐라 하셨다. 고기도 맛있다. 하지만 감자는 정말 맛있다. 흐흐- 일요일에는 부지런히 움직여 영화를 봤다. 맥도날드의 시작점에 대한 영화였는데, 마지막 화장실 씬이 인상깊었다. 맥도날드의 처음을 만든 착하고 정직한 맥도날드 형제와 가능성을 알아보고 프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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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모퉁이다방 2017. 4. 25. 23:10
어제는 퇴근을 하고, 어느 동네에 있다는 카페에 가보았다. 길치답게 단번에 길을 찾지 못해 꽤 헤맸다. 초등학교 앞 골목길을 헤매기도 했다. 초등학교 앞에서는 부산에서 직접 공수한 오뎅을 파는 분식점도 있었다. 해가 많이 진 뒤였는데도, 빛이 남아 있었다. 그 빛이 참 고와서 사진을 찍었지만 찍히지 않았다. 지도에 나와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가게를 찾아 골목길들을 한참을 헤맸다. 그러다 이게 몇 개월 뒤에도 이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헤맴을 즐겨야 하는데, 나는 왜 이리 초조할까. 좋아하는 감독은 이 기분좋은 낯선 헤맴으로 한 권의 책을 쓴 듯 하다. 그 책을 사놓았다. 한참을 헤매다 환한 빛을 내뿜는 카페를 발견했다. 카페는 무척 밝더라. 조명도 밝았고, 안에 있는 사람들도 밝았다. 나는 월요일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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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극장에가다 2017. 4. 20. 22:17
이상일 감독이 영화화했다는 이야길 듣고, 요시다 슈이치 원작을 읽고,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개봉주에 보질 않으니 시간표에 올라오질 않더라. 그러다 지난주 주말 시간표에 한 타임 올라온 걸 보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결국 보았다.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니, 영화는 소설의 압축판 같았다. 소설의 엑기스들이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펼쳐졌다. 범인이 누구냐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지만, 범인이 누군지 모르고 영화를 보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이번 영화에서 에서처럼 또 한번 오열하는데, 두 영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우는 것인데도 느낌이 무척 달랐다. 에서는 그야말로 '사랑' 때문이었고, 이번 영화 에서는 '사람' 때문이었다. 츠마부키 사토시도, 나도, 그리고 우리가 감정을 공유하는 영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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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7. 4. 19. 22:34
2017년에도 계속되는 기록들. 택배가 도착했고, 그 안에 혜진씨의 유럽여행과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너무나 고마운 마음. 엄마랑 먹은 어탕국수 한그릇이 잊히지 않는데, 맛있을까? 정말 환불해줄까? 퇴근길, 파주 안개. 그렇다, 영어를 해야 한다고! (불끈) 매일 집을 나서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SBS 뉴스를 보는데, 그래, 여행! 공부하지 않지만, 이지 잉글리쉬를 매달 삽니다. 회식 후 늦게 달려간 1월의 시옷의 모임. 사랑스런 봄이 선물해준 파리. 내게 언제나 힘을 주는 소노스케의 엽서. 연이은 야근에 정말이지 힘이 되었다. 2학년 맥주 학교 첫날. 어떤 맥주가 수입맥주일까요? 아, 거의 다 틀렸다. 나는야, 막입. 추운 겨울, 따뜻한 복층에서. 예매해뒀던 영화들을 취소하고, 오래 전에 보았던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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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 불혹무대를보다 2017. 4. 15. 10:26
가고 싶긴 한데, 어떤 이유로 망설여질 때 요즘은 이렇게 생각을 한다. 그러다 영영 못 간다. 3월에는 최백호를 보고 왔다. '부산에 가면'을 정말 많이, 그리고 오래 들었더랬다. 젊은 가수들과도 많이 작업을 하는 걸 보고, 깨어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공연에서 '부산에 가면'을 부르기 전에 영상이 나왔는데, 그 영상에서 최백호가 말했다. 이 노래가 나의 제3의 전성기를 열어줄 거라 확신한다고. 40년간 노래해온 사람은 겸손했다. 나는 젠체하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 좋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떠벌리지 않아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저절로 빛이 난다. 그는 화려하게 입지 않았다. 단정한 셔츠와 자켓을 차려입고 나왔다. 자연스럽게 부르는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박수가 나올 때마다 허리를 많이 굽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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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바이 더 씨극장에가다 2017. 4. 10. 21:31
감상평을 잘 쓰고 싶었는데, 벌써 2월의 일이네. 결국 아끼다 똥 되는 건 순식간의 일. 아마도 짧은 평을 보고 갔던 것 같다. 좋아하는 미셸 윌리엄스가 나오니 좋겠다 싶었다. 내용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영화의 초반부는 건장한 한 남자가 건물의 잡역부로 일하면서 건조하디 건조한 생활을 해나가는 걸 보여준다. 여자들이 유혹을 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일이 끝나면 동네 펍에서 맥주를 마시다 괜히 자기를 힐끔거리는 남자들에게 가 주먹질을 한다. 밤새 폭설이 쏟아지고 아침에 눈을 치우고 있던 남자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형이 위독하다는 것. 남자는 곧바로 출발한다. 형이 있는 도시로. 그 곳은 한때 남자가 행복한 일상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제 머무를 수 없는 곳, 맨체스터 바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