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
-
삼월모퉁이다방 2017. 3. 28. 23:04
봄을 기다리는 동안, 좋은 영화를 많이 보고, 좋은 책도 읽었다. 이 이야기를 찬찬히 털어놓고 싶은데, 속절없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좋은 이야기도 듣고, 나쁜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나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엔 참아보자, 참아보자 생각하며 들었다. 그렇지만 티가 많이 났다. 누구나 나를 다 좋게 볼 수 없는데, 나는 매번 그걸 바라는 것 같다. 그래서 좋지 않은 생각을 한 시간들도 있었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고, 핸드폰 때문에 집중도 되지 않는다. 엽서를 많이 쓰고 싶은데, 매번 엽서를 꺼내놓고 한 줄도 못 쓰고 만다. 읽고 쓰는 시간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흠. 온라인 상의 나는, 어떤 순간에 ..
-
6월이 되면,모퉁이다방 2017. 3. 22. 23:16
6월이 되면, 2주동안 여행을 갈겁니다. 그럴 계획이고, 그래야만 합니다. (불끈) 처음엔 동유럽에 가보자고 생각을 했는데, 다음엔 베를린에 가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책까지 읽고) 그러다 우크라이나의 어느 도시를 마구 검색해보았습니다. 지금은 동남아 어떤 곳을 상상해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심하게 끌리는 곳이 없어 막막합니다. 정신차려보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6월이. 저는, 어디를 가야 할까요? 혹시 아래와 같은 말 전해주실 분 계시지 않을까 해서 글을 남겨봅니다. - 내가 여기 가 봤는데, 여긴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더라. 꼭 가봐라.- 내가 여기가 좀 궁금했는데, 혹시 가볼래? 먼저 가보고 말해주라.- 내가 그동안 말 없이 너를 쭉 지켜봤는데, 너는 여길 좋아할 것 같다. 가 보아..
-
컨택트극장에가다 2017. 3. 18. 08:54
내가 여행지에서 숙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좋았던 여행들을 떠올려 봤는데, 그 기억들에 항상 좋은 숙소가 있었다. 늦은 밤까지 와인을 마셨던 경주의 호텔은 폭신폭신했고, 위치를 극단적으로 잡아 하루 반나절을 숙소로 이동하는 데 써야했던 제주에서도 마침내 찾아간 숙소가 무척 좋았다. 테라스가 있었고, 나무가 많아서 어마어마했던 택시비가 아깝지 않았다. 에어텔로 예약했던 포르투갈의 숙소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리스본의 숙소는 근사한 거리가 내다보였고, 훌륭한 야경이 함께 했다. 역시 조그마한 테라스가 있었다. 포르토의 숙소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데, 아주 커다란 나무가 바로 앞에 있었다. 커다란 창문이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창문을 활짝 열고 손을 아-주 길게 뻗으면 나무에..
-
싱글라이더극장에가다 2017. 3. 15. 23:10
안산에서 내려와 북촌으로 맥주를 마시러 갔다. 우리는 ㄷ자 한옥을 리모델링한 술집에 앉아 쏟아지는 햇볕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낮술을 마셨다. E는 같은 술을 계속 마셨고, 나는 매번 다른 술을 시켰다. 우리는 극장에서 처음 만났다. E가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를 했다. 를 봤는데, 참 좋아서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처음엔 궁금했는데, 이제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E는 한번 봐 보라고 했다. E는 전도연과 북유럽의 풍광이 나왔던 를 극장에서 보지 않은 나를 탓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집에서 조그만 티비화면으로 를 보다 정말 후회했다. 배우나 이야기가 문제가 아니었다. 저 북유럽의 새하얀 숲은 커다란 스크린 화면으로 봐야했다. E는 를 사람이 거의 없는 극장에서 보았고, 그 덕분에 더 좋은 영화가 ..
-
베를린 일기서재를쌓다 2017. 3. 9. 23:13
이 글은 밀크팬이 없어 양은냄비로 끓인 핸드메이드 밀크티를 마시며 쓰고 있다. 베를린에 가볼까 했다. 그렇다면 관련된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 검색을 했는데 이 책이 나왔다. 최민석 작가가 '고독한 도시' 베를린에 90일간 머물면서 쓴 일기다. 평에 엄청 웃기다는 얘기가 있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웃겼다. 어떤 페이지는 정말이지 너무 웃겨서 책을 덮고 소리내서 엄청 웃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 웃겨서. 그리고 역시 사람은 일기를 써야 돼, 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민석 작가도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 고독한 도시 베를린에서 가을과 겨울을 보내면서 '한 번 써볼까' 하고 독자에게 선물받은 다이어리가 마침 있어 쓰기 시작한 일기다. 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그로 인해 어..
-
안산모퉁이다방 2017. 3. 7. 22:28
토요일에는 안산에 다녀왔다. 경기도가 아니라 서울 서대문에 있는 안산. 역사 이야기를 잔뜩 들으며 걸을 계획이었다. 기대했던 만큼 역사 이야기는 잔뜩 듣지 못했지만, 다시 가고 싶은 좋은 산책로를 발견했다. 이 날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신목사상'에 관한 이야기. 옛날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나무를 한 그루 심었단다. 여자아이는 시집갈 때 만들 장롱을 위해서, 남자아이는 죽을 때 쓸 관을 위해서. 옛 사람들에게 나무는 아주 큰 의미이자 소중한 존재였는데, 힘들 때면 자기 나무를 힘껏 안고 위안을 받기도 했단다. '내' 나무라니. 좋았겠다. 미세먼지 때문에 먼 곳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꼭대기에 올라가 내려다보니 집들이 참으로 많더라. 아파트도 많고. 이 날 이만육천보 넘게 걸었다. 많..
-
분노서재를쌓다 2017. 3. 1. 18:31
"아빠, 내가 다시로 군 데리고 들어갈게."2권까지 다 읽고 요시다 슈이치 인터뷰를 찾아봤다. 거기에 이런 말이 있었다. - 당신은 왜 소설을 쓰는가?- 언어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이 말을 이 소설을 통하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사람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3월에 개봉하는 모양이다. 사실 소설보다 영화가 더 좋을 것 같다. 영화 캐스팅을 알고 소설을 읽었더니 영화의 장면들이 눈에 그려졌다. 내 상상 속에서는 동성애 연기를 하는 츠마부키 사토시가 꽤 잘 어울렸다. 두꺼운 두께로 두 권이나 되지만, 가독성이 상당하다. 잔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최근 곁에 나타나 아주 친해진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뉴스에서 보도하는 용의자와 생김새가 상당히 비슷하다. 나는 그 사람을..
-
12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7. 3. 1. 00:20
2017년 3월을 시작하며 기록하는 2016년 12월의 일들.아, 벌써 1분기 마지막 달이다. 상수에서 아름씨를 만났다. 우리는 세일을 하는, 가격이 꽤 나가는 맥주를 한 병 시켜 나눠 마시기로 했는데, 센스있게 세일가를 저렇게 현금으로 장식해주셨다. 아름씨가 산미가 꽤 있을 거라고 했는데 적당하게 맛있었다. 단둘이서 첫만남이라 나름 긴장했던 저녁. 지은씨와 지숑님이 합류하여 2차까지 갔다. 지숑님은 이날의 술자리를 굉장히 특이했던 술자리로 회자하고 계시는데. 이제 네덜란드 이야기가 나오면 슬며시 웃는 지숑님. 사촌동생에게 좋은 일이 생겼고, 다같이 축하해줬다. 그러니까 퇴근 후의 삶이 필요하구나, 생각했던 저녁. 토마스 쿡의 입담은 여전했다. 원주행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렀던 주말 아침. 원주. 스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