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9
-
만년필모퉁이다방 2017. 2. 9. 23:12
그녀는 실리의 책상으로 다가가 첫번째 서랍에서 그것을 찾아냈다. 납작한 가죽 필통에 만년필이 들어 있었고 그게 언제나 거기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끈으로 묶인 가죽 필통을 열 때 허둥댔다. 실리의 만년필이 거기 있었고 그녀는 만족스러워 그것을 손에 쥐었다. 종이에 글을 적을 때는 만년필로. 그건 그녀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실리의 생각이었다. 실리는 자주 그렇게 말하곤 했고 평생 두 자루의 만년필을 가졌는데 어쩌면 그녀가 모르는 만년필을 한 자루쯤 더 가졌는지도 몰랐다. 누가 알겠나. 그녀는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누가 알겠나...... 그녀는 서랍에 든 잉크병을 쥐고 뚜껑을 비틀어보았다. 검푸른 가루가 떨어졌다. 잉크는 고체가 되어서 병을 뒤집어도 흐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