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
-
전래동화음악을듣다 2017. 1. 17. 23:28
오늘 이 노래만 스무 번 넘게 들었다. 지금의 나는 완전히 이 앨범에 빠져들어, 듣고 있지 않은 순간에도 가사와 음을 생각하고 있다. '평정심'에 빠져 있었는데, '언니'를 듣다 어느 순간 가슴이 저려왔다. 그러다 이번에는 '전래동화'이다. 드럼이 쿵쿵 소리를 내고 '고인들'이라는 가사가 시작되면 왠일인지 나는 고등학교 때 가슴 졸이며 보았던 소설책이 생각난다. 지금은 제목도 정확하게 기억나질 않는데, 그 책을 참 좋아했었다. 야한 부분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장면만 나오면 방 구석에서 가슴을 쿵쾅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배경은 선사시대였다. 사냥을 하고, 무리를 지어 생활을 하던 시대. 이 노래를 들으면 이유 없이, 아주 넓은 들판 위에 고인돌이 드문드문 서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
-
10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7. 1. 15. 22:20
2016년은 내게는 좀 특별한 해여서 미뤄두었던 기록들을 남겨본다.2016년 10월의 일들. 하진이는 9월의 모임에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다. 세심한 하진이. 언제나 옳은 치맥. 언제나 옳은 거품. 김연수의 문장을 읽는 가을. 서울 구석구석을 오래된 사람의 시선으로 산책하고 싶어졌다. "이제 서울 시내에서 답교할 다리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나는 명절이면 집집마다 수박들, 붕어등과 풍경을 내다걸고 부녀자들이 소원을 빌며 다리를 걸어다니는 광경을 그리워한다. 백 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우리가 가졌던 가장 아름다운 광경들이 모두 사라졌다. 내가 세태소설을 유난히 좋아하는 까닭은, 박태원의 천변풍경을 두고두고 읽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마트에서 구입한 가을. 상암의 저렴하고 맛난 커피집도 발견했다. 늘 혼자..
-
염소의 맛서재를쌓다 2017. 1. 15. 21:11
예전부터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지난 늦여름 노홍철의 책방에 가서 뭔가를 구입하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발견했다. 벽면에 전시되어 있던 책 딱 한 권이었는데, 계산을 하려고 할 때 노홍철이 이 책을 왜 사느냐고 물었다. 궁금했던 책이라고 말했고, 자기는 이 책을 다 읽고나니 '그래서 어쩌라구?'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읽고나면 어떤 느낌인지 꼭 알려달라고도 했다. 책을 사고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버스 정류장에서 읽었는데, 그때의 빛에 담긴 표지의 빛깔이 참 좋았다. 참 이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백하건데 나는 제목의 '염소'를 동물로 알았다. 수영장 그림이 있는데도 염소를 그 염소로 생각하지 못했다. 아쿠- 책을 다 읽고 나니 노홍철의 말이 이해가 됐다. 잔잔한 이야기에 미스테리한 결말이다. 여자아..
-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티비를보다 2017. 1. 12. 23:24
선생님, 오랜만에 편지 드립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회사를 그만둔 후 전혀 예상도 못했던 가게를 시작하고 시간은 어느새 물 흐르듯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만남도 조금은 쓸쓸했던 헤어짐도 있었습니다. 오래전 몇 번이나 이 마을에서 벗어나려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태어난 후 줄곧 집에만 머물렀던 자신이 답답하고 화가 나서 풀죽어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랬던 저에게서 갑작스레 어머니가 떠나시며 내치듯 혼자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왔던 장소에서 시작된 새로운 시간 가운데 저는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날 묶어두었던 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선생님, 저는 너무 진지하기만 했습니다. 이제부터 조금 불량해지렵니다. 자신이..
-
2017 서재쌓기기억의기억 2017. 1. 11. 13:06
베를린 일기.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남편의 아름다움. 시옷13월에 만나요. 침묵의 소리. 마음. 시옷 골목 바이 골목. 가고싶다 바르셀로나. 7박 8일 바르셀로나. 수학자의 아침.사랑한다면 스페인. 깊은 강.힘 빼기의 기술.사랑과 순례 : 바닷마을 다이어리 8.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시옷 오후를 찾아요.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한밤중에 잼을 졸이다.애도 일기. 시옷 혼자서 완전하게. 밤의 피크닉.산다는 건 잘 먹는 것.20킬로그램의 삶.교토에 다녀왔습니다.
-
다크씨모퉁이다방 2017. 1. 10. 23:01
두 명이 나갔고, 두 명이 들어왔다. 이번주로 야근이 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야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야근이 확정되는 오후가 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대로 괜찮을까. 그러다 퇴근할 무렵이 되면, 또 생각한다. 그래, 이대로도 괜찮겠지. 아직까지는. 월급을 받고, 좋아하는 책을 사 읽고, 좋아하는 영화를 사 보고, 좋아하는 맥주를 사 마시는 일. 어제까지는 최민석 작가의 를 읽었다. 올해 베를린에 갈 수 있을까. 2주 휴가 동안 베를린에 가 있는 상상을 한다. 에 포르투갈의 포르투 이야기가 나왔는데, 최민석 작가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은 곳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새로 읽을 책을 골라야 했는데, 소설이었으면 했다. 맞다, 지난 달에 황정은의 신간을 사 놓았다. 출근길에 두 장 정도 읽었는데, 느낌이..
-
심야 이동도서관서재를쌓다 2017. 1. 3. 00:11
거기서 나는 위안을 찾았다. 손등으로 코를 훔치고 서가를 둘러보았다. 꽃에서 정성스레 추출한 향이 향수에 담겨 있듯이, 책장에 꽂힌 책들에는 내 삶이 스며 있었다. 나를 바람맞힌 소개팅 상대를 기다리며 카페에서 읽은 바버라 터크먼의 이 보였다. 여러 번 읽어 두툼해진 도 있었다. 나는 를 집어 들었다. 책을 펼치자 글이 57쪽까지만 있고 그 뒤로는 없었다.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이었다. 내가 읽다 만 페이지에 아이스크림 막대가 꽂혀 있었다. - 오드리 니페네거 中 혼자 있을 때, 자다 읽어났는데 혼자이고, 어느새 해가 늬엿늬엿 지고 있을 때, 마찬가지로 혼자가 된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순간이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난 뒤 사무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아버지,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
너의 이름은.극장에가다 2017. 1. 1. 21:53
2016년 마지막날은 계획했던 대로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밥때가 되면 무언가를 시켜 먹고, 티비를 보다 그대로 잠들었다. (그러니 말할 것도 없이 살은 찌고 있다.) 2017년 첫날의 계획도 마지막 날과 동일했는데, 나의 계획에 동참하고 있던 이들 중에 막내가 먼저 샤워를 하고 옷을 입더니 나갔다. 어디를 가는지 물어봤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동생과 나는 이른 오후까지 계획을 무리없이 진행하다 이건 너무 하다 싶어 샤워는 하지 않고, 옷만 바꿔 입고 동네 커피집에 갔다. 창가 자리에 막내가 앉아 있었다. 커피집에서 2017년 첫 커피를 마셨고, 2017년 첫 영화를 보러 갔다. 뒹굴거리다가 본 출발 비디오 여행에 낚였다고 해야 할까. 역시 신카이 마코토는 넘쳤다. 좀더 담백하게 풀어냈으면 좋았을텐..
-
2017 영화처럼기억의기억 2017. 1. 1. 21:12
너의 이름은.녹터널 애니멀스.제인 오스틴 북클럽. * 컨택트.맨체스터 바이 더 씨.아주 긴 변명.매기스 플랜. *문라이트. 싱글라이더.사일런스.파도가 지나간 자리.밤의 해변에서 혼자. 프란시스 하. *우리도 사랑일까.분노.사랑니. *파운더.시인의 사랑. 전주친애하는 우리 아이. 전주돌아온다. 전주 로맨틱 레시피. *내 사랑, 그리스.프로포즈 데이. *목소리의 형태. 도터 앤 파더.히든 피겨스.바르셀로나 썸머나잇. 내 사랑.덩케르크. 와니와 준하. * 아가씨. *행복 목욕탕. * 엘르.아이캔스피크.윈드 리버.우리의 20세기. 남한산성.아이 앰 히스레저.봄날은 간다. 투 러버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토르 : 라그나로크.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베스트 오퍼. *러빙 빈센트.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