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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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서재를쌓다 2016. 10. 30. 16:48
마음이 가을 같다. 갑자기 스산해졌다. 계속 헤매고 있는데, 출구가 어딘지 모르겠다. 무리 속에 끼여서 왁자지껄하게 떠들다가 헤어지면 마음이 더 가을 같아진다. 사실 무리 속에 있을 때도 온통 가을 일 때도 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나, 어떻게 출구를 찾아야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시월. 목요일에는 회사 모임이 있었다. 모임이 끝나고 Y씨랑 백석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 아저씨가 창을 내려줬는데 밤바람이 시원했다. 내가 먼저 내렸다. Y씨는 택시를 계속 타고 갔다. 역 앞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데, 내 앞으로 양복을 입은 외국인이 걷고 있었다. 뽀글뽀글한 컬에 까만 피부를 가진 외국인이었다. 백팩을 메고 있었고, 한 손에 하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야식이거나 다음날 아침일 것이다.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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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연차모퉁이다방 2016. 10. 26. 21:22
작년 말에 십만원짜리 적금을 들었더랬다. 제일 짧은 기간으로 6개월 만기 상품이었다. 6월에 만기가 되었다는 문자가 왔었다. 그동안 은행갈 시간이 없어 연차를 맞이하여 은행에 갔다. 기다리는 동안 최순실 관련 뉴스를 봤고, 내 차례의 번호가 울렸다. 만기된 적금이 있어서요, 라고 말하고 신분증을 건넸는데, 검색을 해본 직원이 만기된 적금이 있다고 하셨죠? 라고 되물었다. 흠, 결론은 만기된 적금은 자동으로 내 계좌에 이체된 거였다. 그것도 6월에. 6월에 나는 60만원이 생겼는데, 그것도 모르고 월급이 좀더 들어왔구나, 이딴 생각도 하지 않고, 어느새 다 써버린 것이다. 어느 카드값에 충당된 게 분명하다. 이런 경제관념이 없는 한심한 것아. 은행을 들어가기 전엔 60만원을 어떻게 할까 설레였었는데,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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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러브레터극장에가다 2016. 10. 24. 23:47
오늘 갑자기 너무나도 답답해져 서둘러 이어폰을 찾았다. 핸드폰에 꽂고 멜론 플레이어를 실행시켰다. '러브레터 OST'라고 입력했다. 플레이. '그의 미소'라는 곡이 시작됐다. 영화의 첫 장면, 오타루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그곳에서 샤르르르르 미끌어져 내려왔다. 눈이 가득한 오타루 시내로. 가을바람도 제대로 불지 않던 시월의 어느 저녁에, 눈이 가득한 오타루에 다녀왔다. 우연히 극장상영을 하는 제주항공 행사를 보고, 응모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이틀 전 쯤에 발표가 났는데, '를 극장에서 다시 본다'라는 생각만으로 설레였다. 그렇게 많이 본 영화인데, 극장에서 다시 본다고 설레다니. 영화가 시작되고도, 그 설레임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막 자랑하고 싶어지는 거다. 엇, 저기! 앗, 저기 나 가봤어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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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6. 10. 22. 01:35
11월이 오기 전에 9월의 일들을 기록해둔다.세상에 11월이라니, 올해도 다 갔다. 흑흑- 9월의 첫 불금에는 나탈리 포트만의 영화를 보았다. 흠, 몇몇 영상만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보고 불광천을 걸었다. 면세점에서 사온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아껴 마시는 밤. 동생이 신기한 커피집에 다녀왔다. 인스타를 통해서만 영업시간을 공지한단다. 시간도 매번 일정하지 않다고. 9월에도 많이 다녔다. 썸데이 페스티벌에 다녀왔고, 삼척바다도 보고 왔다. 삼척으로 가는 셔틀버스에서 귀한 여행지를 발견했다.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일본에서 이런 멋진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어떤 선물로 보답해야할지 아직도 생각 중이다. 여행에서 쓴 엽서를 보냈는데,한 장은 도착하지 않았다 했고,한 장은 도착했다고 했다. 한 장의 행방은 아직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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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무대를보다 2016. 10. 18. 23:28
여름동안, 그리고 가을이 오는 동안,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보고, 꽤 읽었는데 기록하질 못했다. 마음에 담아둔 순간들이 많아서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해두어야 하는데, 자꾸만 게을러진다. 더 잊어버리기 전에, 서둘러 보자고 결심해본다. 오늘의 기록은, 여름의 끝에 만난 썸데이 페스티벌. 가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외투도 가져갔는데, 한여름만큼 더웠다. 잔디밭에서 늦여름의 열기를 고스란히 다 받아냈다. 내가 축제에 온건지, 고생을 한바가지 하려고 온건지, 짜증이 잔뜩 날 무렵, 거짓말처럼 바람이 불어왔다. 해가 스물스물 지고 있었다. 그리고 브로콜리 너마저가 나왔다. 동생과 나는 가지고 온 와인을 각자의 잔에 따르고 무대 앞으로 나갔다. 아, 우리가 이렇게 행복해지려고 고통의 시간을 보낸 거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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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가을, 제주여행을가다 2016. 10. 16. 21:19
친구가 결혼식 때문에 제주에 간다기에 따라 나섰다. 숙소가 강아솔의 노래로 먼저 걸어보았던 하도리였다. 진짜, 하도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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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있습니까서재를쌓다 2016. 10. 12. 22:39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 결국 주문했다. 은 사두고 시간이 꽤 지난 뒤에 읽었지만, 이번 책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었다. 책 두 권 읽고, 영화 몇 편 보았다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지만, 나는 그런 착각에 빠져 책을 읽었다. 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에세이가 너무 적다는 거였는데, 이번 책은 모두 에세이다. 좀더 그의 일상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껏 들었고, 좋았다. 가난했던 어린시절의 추억, 영화를 하기 전 고단했던 날의 이야기, CCTV에서 오랜 연애를 끝낸 연인의 걸음거리를 찾아내려 노력했던 시간, 유부녀가 된 예전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밤, 눈이 많이 내린 날 청주의 대학교에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모텔에 가 쓸쓸하게 누워 있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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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극장에가다 2016. 10. 9. 20:27
9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렸다. 피곤해서 집에 바로 갈까 했는데, 나중에 보자고 미뤘는데 결국 극장에서 빨리 내려 못 보게 된 영화들이 많아서, 이제 보고 싶은 영화는 되도록이면 개봉하면 바로 보자고 생각했다. 애정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영화. 원래 복도쪽 자리에 앉는 걸 좋아하는데, 아이맥스관이니까, 그리고 관객도 별로 없었으니까, 정 중앙 자리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이맥스관에서는 정중앙 자리를 사수해야겠다. 정중앙에서 보는 느낌이 좋았다. 왠지 더 푸욱- 영화 속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담담한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먹먹해져 꽤 울었더랬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왜 우리는 그러지 못했는가, 라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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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동안티비를보다 2016. 10. 5. 23:57
할머니의 먼 집립반윙클의 신부다가오는 것들바다의 뚜껑물숨 연휴 동안의 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연휴 내내 씻기도 싫고, 나가기도 귀찮아서 이틀 내내 집에만 있었다. 집에서 보쌈도 시켜먹고, 통닭도 시켜먹었다. 아, 맥주 사러 마트에 한 번 나갔다. 그래서 살도 쪘다. 집에 있으면서, 책도 읽지 않고, 영화도 보지 않고, 내내 티비만 봤다. 아, 한심하다. 티비를 끄고 책을 읽자, 티비를 끄고 밖으로 나가자, 생각만 수십 번 하고. 마침 비가 내려주었던 순간도 있어서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마지막 날에는 너무 심한 것 같아, 상암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영화 한 편을 보고, 불광천을 걸어 집으로 왔다. 저 리스트 중 만 성공했다! 그래도 연휴 동안 건진 게 하나 있다. 드라마 . 이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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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수업서재를쌓다 2016. 10. 3. 20:39
동생이 읽고 있다. 어떤 부분을 읽곤 박수까지 치더니, 결국 복사까지 해줬다. 힘들 때마다 읽어야 할 글. - 많은 직업들이 직장에서의 상황 때문에 자존감에 영향을 받는다. 앞서 소개한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때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직장은 낭만적인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직장은 힘든 곳이다. 그래서 월급을 준다. 그것도 날짜를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준다. 안 그러면 남아 있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이 그렇게 달콤한 곳이고 가치 있는 곳이라면 우리에게 돈을 줄리 없다. 미안하니까, 나가지 말라고 돈을 쥐여준다. 물론 행복을 안겨줄 때도 있다.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동료도 직장에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시적이라 궁극적인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조금 심하게 말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