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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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전야모퉁이다방 2016. 5. 26. 23:51
집에 돌아오면 혼자인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동생은 우여곡절 끝에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마지막까지 정말 스펙터클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못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이 일정을 줄여 떠날 수 있었다. 동네 문방구에서 '봉주흐'라고 쓰인 샛노란 수첩을 사서 첫 장에 이렇게 적어 선물했다.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하루키의 새 여행책 보도자료에서 본 문장이다. 동생은 떠났고, 막내는 이번 주에는 집에 오질 못한다고 했다. 이번주 평일 내내 혼자다. 잠에서 깨어날 때도, 집에 돌아올 때도. 처음에는 외로움이 짙었는데, 점점 괜찮아진다. 내일은 막내가 올 테고, 온전히 혼자인 밤이 끝난다는 사실이 아쉽기까지. 동생들이 오면 집은 또다시 쑥대밭이 될 거다. 흑- 동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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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서재를쌓다 2016. 5. 18. 07:10
전주에서 이 책이 내게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한옥 숙소에서 불을 끄고 혼자 누워 있다가. 홍대에 있는 카페꼼마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 앞에서는 흠집이 있어 정상 판매를 하지 못하는 책들을 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그 책들을 둘러보다 발견했다. 김종관 감독의 책. 그렇게 산 책이었다. 한동안 책장에 고이 꽂혀 있었는데, 를 보고 이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 두 편의 이야기'. 서른 두 편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 대한 김종관 감독의 산문이 있다. 그러니까 예순 네 편 모두 김종관 감독이 쓴 거다. 서른 두 편은 모두 사랑 이야기다. 그것도 섹스에 관한. 끈적끈적한 섹스가 아니다. 촉촉한 섹스이다. 읽는 중에 친구를 만나게 됐는데, 이 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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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 전주여행을가다 2016. 5. 15. 23:23
2016년 4월 30일에서 5월 1일까지의 기록. 4월에 떠나 5월에 돌아왔다. 전주에서 기록한 메모장을 열어 봤더니 이런 글귀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조용한 밤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안심하세요. 주인공은 행복해질 거예요." 무엇에 관한 메모였을까, 1분동안 생각했다. 이 메모 앞에는 "최악의 여자"라는 메모가, 뒤에는 "남산 밤산책"이라는 메모가 있었다. 아, 맞다. 영화 대사였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나의 목표는 이 영화였다. 이 영화만 볼 수 있으면, 단 한 편만 보고 와도 좋다고 생각했다. 뒤늦게 전주행을 결정해서 영화는 진작에 매진되었지만, 점심시간마다, 쉬는시간마다 매일매일 들어가 좌석을 체크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같이 취소표 1장이 풀렸다. 바로 예매 완료! 혼자 다녀올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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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날모퉁이다방 2016. 5. 14. 10:45
연휴 마지막 날에는 연등회에 갔다. 조계사 앞에서 연등회 행사를 한다고 해서, 친구가 먼저 가 있었다. 안국역에서 내려 조계사로 걸어 갔는데,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절 안에서 친구를 만났다. 절에 연등이 가득했다. 산 속에 있는 절을 좋아하지만, 도심에 있는 절은 가까이 있어 쉽게 올 수 있으니 그것도 좋으다. 외국인들이 많았다. 친구가 그러는데, 우리나라의 연등회가 외국인들에게 꼭 봐야할 행사로 소개되고 있단다. 깜깜해질 때까지 있다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제 같았다. 고운 색지에 소원을 써서 함께 묶어 띄우는 행사를 하고 있어서, 친구랑 한 장씩 썼다. 가족와 친구들이 건강하고, 나도 건강하고, 좋은 사람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적었다. 친구는 여러모로 여유를 찾게 해달라고 적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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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셋째날모퉁이다방 2016. 5. 11. 22:12
장염과 마라톤, 감기로 길게 쉬었던 운동을 다시 나갔다. 간만에 얼굴이 빨개진 채로 두바퀴를 돌았다. 집에 와서 뒹굴다가 동생이 홍대로 쇼핑을 나간다기에 따라 나섰다. 역시 휴일의 홍대는 나올 곳이 못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오다노에서 진녹색 여름티를 하나 샀다. 배가 고파서 동생이 추천한 홍대와 망원 사이의 양고기 집을 갔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다. 상수의 양고기집보다 공간도 넓고 고기도 맛있었다.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얼음과 레몬, 진토닉을 넣고 한라산 한 병을 나눠 마셨는데, 아깝게도 남겼다. 알딸딸한 상태로 집까지 걸어왔다. 많이 먹었으니 걸어보자고 모르는 길을 잘도 걸었다. 길이 맞나 싶었는데, 맞더라. 불광천 길이 나와서 안심하고 걸었다. 동생이 언젠가 물었다. 언니는 내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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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둘째날모퉁이다방 2016. 5. 10. 22:18
COFFEE. 간판에 불도 안 들어온다. 그냥 커다랗게 COFFEE라고 써져 있다. 운동을 하고 동생이랑 지나가다가 뭐지? 하고 깜깜한 안을 들여다봤다. 뭔가 심상치 않은 커피집이 생긴 것 같다. 다음 날인가 그 다음 날인가 커피를 마시러 갔다. 계산을 하면서 물어봤다. 여기 언제 생긴 거예요? 이 주 정도 됐어요. 황작가로 추정되는 주인님은 매력남이었다. 상냥하고 친절했다. 우리는 이 곳의 단골이 되었다. 주로 운동을 끝내고 가서 공부를 한답시고 수다를 잔뜩 떨고 왔다. 매일매일 회사에 나가야 하는 고단함에 대해. 로스팅도 하는 곳이라 큰맘 먹고 원두를 샀는데, 원두가 내 취향이었다. 나는 묵직하면서도 산미가 강하지 않은 원두를 좋아하는데, 여기 원두들이 그랬다. 닮은 여자애 둘이 와서 커피도 마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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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첫째날모퉁이다방 2016. 5. 9. 00:18
우리는 충무로의 어느 술집에 있었다. 1층이었고, 테라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이것만 마시고 일어서기로 했다. 나는 생맥주를, 친구는 잭콕을 시켰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예고 되어 있었던 비였다. 우리 테이블 뒤로 조금 어려보이는 남여 커플이 들어와 앉았다. 술집이 조용해서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두 사람은 조곤조곤 높임말을 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비는 오고, 음악도 좋고, 두 사람의 높임말 소리도 좋은 거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친구에게 높임말을 쓰며 단둘이 술을 마실 수 있는 남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 두 사람의 소리가 참 예쁘게 들린다면서. 친구랑 헤어지는데, H씨에게 메시지가 왔다. '맥친, 오랜만이죠. 저 금령씨 동네 와서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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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모퉁이다방 2016. 5. 7. 10:26
핸드폰 창에 '포르투갈어 사전'이라고 쳤다. 그리고 '봄'이라고 쳤다. primavera [여성명사] 봄, 청춘, 청춘시대. ex) primavera de vida : 인생의 봄, 청춘시절. a primavera chegou estamos na primavera : 봄이 되었다. chegou a primavera : 봄이 왔어요. 2016년 내 청춘시대의 사진들. 내가 나의 청춘을 느끼는 순간은 먹고, 마시고, 보고, 읽고, 걸을 때인 것 같다. 죄다 그 순간의 사진들이다. 시간은 정말 잘도 간다. 지나가고 있는 봄을 되돌아보니 괜찮았던 것 같다. 여름에는 반짝이는 순간들이 더 많기를. 청춘의 끝자락, 주윤하의 새앨범이 나왔다. 처음 먹어본 시카고 피자. 피맥 먹자고 노래를 부른 동생. 휴일의 끝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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