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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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J모퉁이다방 2016. 3. 24. 23:20
"금령아, 결혼하지마." 언니가 그랬다. 언니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하지만 나는 알지. 이 말은 새댁들의 단골 멘트인 것을. 언니는 새댁이 되었다. 우리는 간만에 파주에서 만났다. 바람이 살을 에일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나는 언니네 동네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다 새로운 빵집이 생긴 걸 발견했다. 구경하려고 들어갔다가 이것저것 샀다. 두개씩 사서 각각의 봉투에 담았다. 하나는 내 봉투, 하나는 언니 봉투. 언니는 결혼하지 말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간의 안부를 건넸고, 나는 외롭다는 말을 시작으로 그간의 소식을 전했다. 그러는 사이, 언니의 동생이 왔다. 언니는 그동안 동생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만나게 해줬다. 그리고 언니의 신랑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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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가을 혹은 첫눈모퉁이다방 2016. 3. 22. 22:30
이 시간. 지난 계절부터 샤브샤브. 바람. 무화과 타르트. 망원지구. 나의 치맥. 우리의 하늘. 당신의 밤. 사은품. 지금은 없어져 버린, 사은품 2. 아침. 불광천. 앉기. 동네 스시. 시옷의 책. 신도림. 혼자, 토요일의 칼국수. 모과와 모란이. 아빠와 헤밍웨이. 동네 삼겹살. 심플하지만 맛은 일품. 가득한 오늘의 커피. 보고싶은 민정이. 아침. 토요일 삭 포장. 막내 회사의 봄워크샵 후에는. 여의도. 야근. 파주. 늦가을, 커피스트. 전시 후 비어할레. 전봇대. 녹사평, 시옷의 책. 인사동 전시. 베테랑 칼국수. 무지개. 마음. 덕수궁. 돌담길. 친구와 오빠. 사랑한다. 아주 오래된 메모. 박민규 작가와의 만남. 겨울에 만나는 가을방학. 그리운, 크리스마스티라떼. 비밀의 공간. 걷기. 모모세,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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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서재를쌓다 2016. 3. 20. 21:38
토요일이었고, 오전부터 합정에 나와 있었다. B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메시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번에 나온 이기호 소설 좋대.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나는 어떤 책에 꽂히면 그 책을 손에 넣기까지 그 책만 생각하는 (그렇지만 손에 넣었다고 단번에 읽진 않는;;) 조금은 집요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이 날도 온종일 이 책을 재빨리 손에 넣어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결국 오후에 홍대까지 걸어가 재고 한 권 있는 이 책을 구입했다. 짧은 소설 모음집이라 술술 읽혔다. 어떤 소설은 즐겁고, 어떤 소설은 짠했다. 그랬다. 즐겁고 짠하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책이 끝나 있었다. 특별히 마음에 남는 한 편의 소설을 꼽을 수는 없겠는데, 한 문장은 꼽을 수 있다. 111페이지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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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평, S모퉁이다방 2016. 3. 19. 07:00
원래 일요일에 수제맥주 만드는 강의를 들으려고 했다. 이태원의 탈이라는 맥주공방에서 맥주를 함께 만들어보고, 맥주도 4잔이나 마셔보고, 그날 만든 맥주는 일주일 후에 찾아갈 수 있는 수업이라고 했다. 내게는 그야말로 대박 강의. S랑 신청을 했는데, 인원 미달로 폐강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맙소사. 우리는 잠시 절망했지만, 변함없이 일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만나서 탈에서 맥주를 함께 마시기로 했다. S는 맨들맨들한 까만색 애나멜 구두를 신고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의 연갈색 가방을 메고 왔다. 밝고 긍정적이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이 많은 S는 맥주 강의는 취소되었지만, 언니랑 만나 맥주를 마실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탈은 문이 닫혀 있어서 녹사평에서 이태원까지 한적한 골목길에 있는 술집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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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늦여름 혹은 가을모퉁이다방 2016. 3. 15. 18:40
2015년 늦여름 혹은 가을 동안의 기록. 순서는 뒤죽박죽. 서른 다섯이 넘은 언니에게 서른 다섯이 코앞인 동생이 보내준 구절. 시옷에 동생을 초대했다. 연남동의 시옷. 화양연화와 소라닌. 가을에는 출근 전에 스타벅스에 자주 갔었다. 가을에 읽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걷는 듯 천천히. 어느 날의 도시락. 아마도, 퇴근. 친구에게 작가의 약력을 적어 엽서로 보냈다. 트럭 운전수를 하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었다. 아침, 오늘의 커피, 스콘, 그리고 나를 보내지 마. 아침, 메세나폴리스 스타벅스. 아마도, 퇴근. 이제는 배가 제법 나온 임신 중인 친구와 먹었던 그리스 음식. 아침, 커피, 앤드루 포터, 어떤 날들. 예전에 알고 지내던 분에게 얼마 전에 메일을 보냈었다. 앤드루 포터의 새 책을 읽고 어떻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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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모퉁이다방 2016. 3. 10. 23:48
1월부터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대견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운동의 처음은 동생 회사에서 선물해준 1개월 무료 이용권 덕분이었는데, 당시에는 등록만 하고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가 올해가 시작되고 이런저런 소소한 시련들을 맛본 후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땀을 흘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느낌이 꽤 괜찮았다. 내일도 나가볼까, 하고 나갔고. 내일은 나가지 말아보자, 하면 그 다음날 아침 몸 컨디션이 영- 엉망이었다. 그러니 다음에는 꼭 나가자, 가 되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고, 인바디를 쟀는데 모든 몸이 '적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트레이너도 지표를 보더니 놀라면서 칭찬해줬다. 이렇게 딱 5월까지 열심히 하면 몸이 엄청 좋아질 거라고 했다. 이번주 월요일에도 운동을 했고, 화요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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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의 시옷모퉁이다방 2016. 3. 8. 23:02
2월의 시옷의 책은 로베르트 무질의 였다. 기석이가 선정한 책이었다. 나는 거의 읽질 못하고 모임에 갔다. 다들 많이 읽지 못했노라고 고백했다. 소윤이만 다 읽었다. 소윤이는 힘들게 읽었는데, 무질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바로 하지 않고 빙빙 둘러서 이야기를 하더라고, 그런데 그런 무질의 이야기를 빙빙 둘러 따라가보면 그곳에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있더라고 이야기했다. 무질이 일부러 그렇게 쓴 것 같다고. 그러니 그렇게 읽어야 했다고. 그게 무질이 원한 거였다고. (소윤이의 말을 적어두질 않아서 내 멋대로 해석했다) 봄이는 성격 없는 인간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의 자신의 성격이 정확하게 무언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시옷에서 이렇지만, 회사에서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이야. 또 다른 곳에서는 다른 모습이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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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극장에가다 2016. 3. 7. 23:34
영화를 보고 나오니 밤이 되어 있었다. 극 중의 여자아이가 동주와 함께 걷다가 이야기 했던 것처럼 보고나니 조금 쓸쓸해졌다. 여자아이는 동주에게 시들이 좋다고, 읽고나니 쓸쓸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좋았다고 했다. 영화가 개봉할 때는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한 마디씩 해 줬다. S는 엄청나게 울었는데, 울음소리가 새어나올까봐 입을 손으로 틀어 막았다고 했다. 몽규가 강렬해서 몽규의 영화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영화제목이 왜 동주인지 알겠더라고 했다. B는 눈물 세 방울이 동시에 흘러내렸다고 했다. OST도 좋았다고 했다. 곡예사 언니는 크레딧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주와 몽규 두 사람의 일생이 나란히 올라가는데, 두 사람은 태어나서, 함께 자랐고, 항상 함께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