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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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다이어리 - S에게극장에가다 2015. 12. 31. 23:14
우리는 영화 를 보고 만나기로 했습니다. 내가 먼저 일본영화를 좋아하느냐고 물었죠. 영화를 각자 보고 토요일에 만나 함께 돈까스를 먹기로 했습니다. 나는 간만에 칼퇴를 하고 극장 시간표를 봤습니다. 마침 시간이 맞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추웠지만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나는 S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나 지금 보고 나오는 길이라고. S가 먼저 영화를 보고 보낸 메시지가 있는데, 그 말의 의미가 뭔지 알 것 같다고요.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두리라 결심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의 나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돌아와 메모도 하지 않고 씻고 잠들어 버렸습니다. 기억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우리는 토요일에 만났고, 돈까스 대신 치즈찜닭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동네의 조금은 허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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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리스 아메리카극장에가다 2015. 12. 29. 23:42
십이월의 토요일. 친구와 밥을 먹고 영화나 볼까 하고 상상마당엘 갔다. 마침 시작하는 영화가 있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들어가서 봤는데, 꽤나 재밌었다. 제일 기억나는 장면은, 주인공 여자아이가 엄마와 곧 결혼할 남자의 딸, 그러니까 언니가 될 30대 여자와 신나게 밤을 보내고 돌아와 그 날의 전리품들을 책상 가까이에 두고, 놓고, 붙이고 나서 의자에 앉아 '문제'의 글을 쓰기 시작하는 장면. 그러니까 그 밤이 그 여자아이의 '영감'의 밤이었던 거다. 그 장면이 계속 생각난다. 여자아이 역을 맡은 배우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사진은 코리아 투모로우 2015 전시 보고, 관람 스티커 가슴팍에 붙이고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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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들서재를쌓다 2015. 12. 27. 19:40
은 그해 읽었던 최고의 소설이었다. 어떤 단편은 세 번이나 읽었다. 그 단편의 어떤 장면이 머릿 속에 계속 맴돌아 다시 꺼내 읽었다. 여자주인공이 늦은 밤 뒷마당에서 혼자 조용히 오열하는 장면이었다. 세 번 읽어도 좋았다. 작가의 이름이 외워두고, 언제 새 책이 나오나 주시하고 있었는데, 지난 9월에 새책이 나왔다. 그것도 장편소설. 출간되자마자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장편은 읽으면서 첫 소설집만큼의 느낌은 없었다. 한 가족의 이야기다. 아빠가 있고, 엄마가 있고, 오빠가 있고, 여동생이 있다. 아빠와 엄마는 오랜 갈등 끝에 이혼을 했고, 오빠는 게이고 시인으로서의 재능이 있지만 미래에 대한 의욕이 없다. 여동생은 폭행사건에 휘말린 남자친구의 도피를 도와주고 있다. 소설은 이들 가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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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모퉁이다방 2015. 12. 25. 22:40
사인본을 받으려고 오지은 산문집을 부랴부랴 주문했다. 가사집도 같이 왔다. 어제는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맥주를 잔뜩 마시고 잠이 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편의점에서 세계맥주 다섯 캔을 (그것도 큰 걸로) 사 왔지만, 두 캔도 제대로 못 마시고 잠들었다. 크리스마스,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와 세탁기를 돌리고, 소파 위에 앉아 오지은 가사집을 뒤적거렸다. 어제 길을 걷다가 생각한 건데, 올해 내게 가장 고마운 사람은 이봄이다. 올해 봄이는 내 손을 잡아줬고, 좋은 사람들을 무려 일곱명이나 내게 소개시켜줬다. 두번째 모임에서인가 뒤풀이 자리에서 살짝 취한 봄이 말했다. 언니는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뽑았어. 원래 두 명만 뽑기로 했는데, 셋을 뽑았어.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 좋아. 귀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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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도서관 프로젝트모퉁이다방 2015. 12. 25. 15:46
2015년에 우체통 프로젝트가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지 못했네요), 2016년에는 Goldsoul 도서관 프로젝트. 키워드는, 한달 대출, 맥주 만남, 책 수다, 도서카드 작성. 좋아서 팔지 않고 소장하고 있지만, 두 번 읽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더럽게 봐도 좋아요. 저도 더러운 가방 안에 막 가지고 다님. 하지만 지나치게 더러워졌다면, 대출자가 맥주값을 내기로 해요. 약속날짜를 넘겨도 대출자가 맥주값을 냅니다. 꼭 반납만 하면 됩니다. 반납 안 하면 지구끝까지 쫓아갈 거예요! 리스트는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개인 문의 가능요! DVD도 있어요. , 을 보다가 그 시절이 그리워서 생각해낸 프로젝트랍니다. :) 1. [대출예약] 바닷마을 다이어리 1-6권 / 요시다 아키미 / 애니북스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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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서재를쌓다 2015. 12. 22. 23:56
함께 책을 읽는 친구가 있다. 먼저 읽으면 좋은 책을 읽었다며 선물해주기도 하고, 좋은 책일 것 같은 예감이 마구 드는 책은 처음부터 함께 읽기도 하고. 그렇게 읽고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지난 가을, 친구가 물었다. 혹시 읽었어? 아니. 다음에 만날 때 선물할게. 친구가 가지고 나온 책은 였다. 하지만 나를 버리지 마, 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지금 이 땅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복제인간 이야기지만, 지금의 우리 이야기이기도 한 이야기. 추석 연휴에 이 책을 읽었다. 서울에서 장유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다 읽었다. 좋아하는 음악들이 랜덤으로 이어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낮이었다. 다행히 차는 막히지 않았다. 여러 개의 터널을 지나는 중이었다. 이어폰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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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무대를보다 2015. 12. 21. 23:19
공연을 보고 찾아본 조승우의 인터뷰에 그런 말이 있었다. 사실은 13년 전처럼 베르테르라는 역할에 푹 빠져들 수가 없다고. 조승우는 13년 전, 실제로 깊은 짝사랑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이 아팠다고 한다. 그는 정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던 거다. 이번에는, '젊은'도 빠지고, '슬픔'도 빠졌다. 그냥 '베르테르'다. 항상 무대 위의 조승우를 보고 오면 범접할 수 없는 그의 성장에 설레이면서도 마음이 착찹해지기도 했다. 같은 80년 생이고, 오랫동안 지켜본 팬으로써, 그는 성큼성큼 나아가는데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 이번엔 공연을 보고 찾아본 그 인터뷰 기사 덕분에, 그와 나의 '다름'이 아니라 '같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 우리 같이 나이 먹어가고 있지. 발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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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술들모퉁이다방 2015. 12. 20. 21:42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술은 마시는지 꼭 물어본다. 맥주를 좋아하니까, 함께 맥주를 마셔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좋아하지만 강하진 못하니까, 너무 센 사람보다는 나랑 속도가 맞는 사람이 좋다. 내가 한 잔 마시면, 그 사람도 한 잔. 내가 두 잔 마시면, 그 사람도 두 잔. 세 잔 마시고 싶은데, 이제 더는 못 마시겠다고 하면 아쉬우니까, 세 잔을 함께 마셔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세지 않아서 종종 필름이 끊기기도 하니까, 혼자 끊기면 다음 날 아침에 초조하고 난처해지니까, 함께 끊길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얼마 전에 아끼는 아이와 처음으로 둘이서 맥주를 마셨다. 우리는 같은 양의 맥주를 비슷한 속도로 마셨고, 정확히 같은 시간 동안의 기억이 없다. 그 시간 동안 신이 나서 셀카를 찍었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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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이를테면 에필로그여행을가다 2015. 12. 6. 00:23
이런 일이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 출근을 하고 함께 밥을 먹는데, 내게 '혼자 여행을 가게 된 게 운명인 것 같아요' 라고 말해준 동료가 여행이 어땠냐고 물어봤다. 나는 여행의 감흥이 아직 엄청날 때였으니까 (오랫동안 염원하던 그곳을 혼자서 무사히 다녀오다니!) 신이 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동료가 하품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물론 그녀는 당시 만삭이었고, 자주 피곤해했다. (그녀는 임신하지 않았을 때에도 늘 피곤해했다는) 조회시간에도 팀장님 앞에서 하품을 하곤 했다. 당황한 나는 서둘러 여행담을 마무리했다. 그 뒤 내가 여행을 간 줄 아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사람들이 여행이 어땠냐고 물어볼 때마다, 나는 그 하품을 떠올렸다. 그래, 처음엔 흥미롭다가 길어지면 (자기도 모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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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 마지막 밤여행을가다 2015. 12. 3. 22:21
검색에 검색을 했더랬다. 리스본에서 못 들은 파두를 포르투에서 혹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소박한 곳이면 좋을 것 같앴다. 저녁을 먹으면서, 와인 한 잔을 하면서 잠시동안 그 깊은 울림으로 빠져들 수 있는 곳. 결국 그 곳을 찾았다! 가족 전체가 파두를 너무 좋아해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매주 목요일마다 파두 공연을 하는 곳. 마지막 밤이 목요일이었다. 이런 행운이 내게 찾아오다니! 포르투갈이여! 캐리어에 돈 뭉치가 있는 줄도 모르고, 남은 돈을 끌어 모았다. 안 되면 카드를 긁자. 카드도 챙겼다. 그리고 나섰다. 마지막 밤을 즐기러! 익숙한 길과 초행인 길을 지나 식당에 도착했다. 조금 늦긴 했지만 아직 저녁식사 시간인데, 식당 안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건 좀 불길하다. 하지만 차선책이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