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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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차우! 리스보아여행을가다 2015. 8. 26. 22:08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 가는 기차표는 여행상품에 포함되어 있었다. 캄파냐 역까지만 오픈 티켓으로 예약을 할 수 있었는데, 여행상품에는 상벤투 역까지 가는 기차표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어서 여행사에서 2등석을 1등석으로 업그레이드해줬다. 가보니 캄파냐 역에서 상벤투 역은 무척 짧아서 따로 표 검사도 안 하더라. 아무튼 덕분에 더욱 쾌적하게 이동했다. 공짜 커피도 마시고, 느려 터지긴 했지만 와이파이도 됐다. 12시 즈음의 기차를 타면 좋겠다 싶었다. 그 전에 어제 충전한 비바 카드에 남은 금액이 아까워 빠르게 조식을 먹고 숙소 앞에서 출발하는 28번 트램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탔다. 소매치기 언니들 때문에 가지 못한 대성당도 트램 안에서 구경하고, 테주강이랑도 작별인사를 하고, 그렇게 리스본과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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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단 한 권의 책여행을가다 2015. 8. 26. 21:44
처음엔 페소아의 를 제본해 갈까 했다. 8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니 7권 정도로 제본을 하고 하루에 한 권씩 들고 다니면 좋을 것 같았다. 고작 서문을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황홀할 지경이었으니. 포르투갈에서 포르투갈 시인이 쓴 글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봤다. 결국 게으른 나는 제본할 곳을 찾지 못했다. 두꺼운 책은 서울에서 천천히 읽기로 했다. 요시다 슈이치의 를 주문하기도 했다. 혼자 잘 해내가는 이야기를 읽고 싶었는데, 이 소설이 그런 이야기인 것 같았다. 곡예사 언니랑 언젠가 이 책 얘길 했는데, 언니는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중에 이 책이 제일 좋다고 했다. 나는 나 안 읽었나봐요 기억이 안 나요, 하니 언니가 너도 분명 읽었을 텐데, 했는데. 이번에 주문하면서 보니 내가 주문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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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 마지막 밤여행을가다 2015. 8. 23. 12:28
리스본의 소매치기 언니들을 만난 뒤, 간이 콩알만 해진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맛있는 걸 먹으면서 기운을 내보자고 결정했다. 여행 전, 점심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 블로거들의 이런저런 추천 맛집을 찾아보고 수첩에 적어두고 구글지도에도 저장해뒀는데, 이 곳은 그 중 하나였다. 뭐라고 써뒀냐면, Cervejaria da Trindade 세르베자리아 다 트린다트 레스토랑 겸 맥주홀 -> 흑맥주 (엄지 척!) 1.80 사그레스 맥주회사에서 옛 수도원을 개조해서 운영 Rua Nova Trindade 20C 매일 10시-1시 30분 새우, 삶은 조개요리 15- 포스 궁전 옆에서 전차형 엘리베이터 글로리아선 이용 하차 후 도보 5분 흠. 이 때 리스보아 카드는 만료되었으니, 내일 오전까지 쓸 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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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모퉁이다방 2015. 8. 19. 23:08
오늘 퇴근을 하려고 1층의 커다란 철문을 열었는데, 느껴졌다. 그 녀석이 근처까지 와 있다는 걸. 호시탐탐 때를 노리고 있다는 걸. 올해는 어떤 녀석이 와 주었을까. 어떤 즐거움과 어떤 외로움을 전해줄까. 얼마나 오래 머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셔틀을 탔다. 그리고 핸드폰을 뒤져 올 여름에 찍은 사진들을 봤다. 사진도 많이 찍었네. 사진들을 쭉 보면서 든 생각은, 올해 여름 정말 많은 양의 맥주를 마셨구나, 라는 생각. 뿌듯하다. 다사다난한 여름이었다. 이제 슬슬 이 녀석을 보낼 준비를 해야지. 고마웠어. 2015년의 여름아. 우리,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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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일기, 똠얌꿍모퉁이다방 2015. 8. 17. 23:30
금요일은 위와 같이 분주하게 보냈다. 하루종일 땀 흘리며 돌아다님. 보고 입맛을 다졌던 똠양꿍을 처음으로 맛봤다. 와, 신세계! 태국 여행 가고 싶다. 토요일은 낮에 나와서 영화 한 편을 봤다.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 계속 못 봤던 영화 . 마침 광복절에 이 영화를 본 거다. 이상하게 보는 내내 울었다. 눈물이 계속 나더라. 제일 좋았던 장면은, 변호사가 오스트리아에 다녀온 직후 변화하기 시작하는 장면. "오스트리아에서 뭔가 변했어."라는 대사에는 찌릿찌릿했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좋다. 어떤 일을 계기로 180도 변하게 되는 장면.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좋은 영화였다. 그리고 집에 와서 뒹굴거리다 을 보고 펑펑 울었다. 울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일요일은 하루종일 뒹굴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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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 알파마지구여행을가다 2015. 8. 16. 08:46
7월 5일 일요일. 리스본에서 맞는 세 번째 새벽. 새벽 네시에 깼다. 어제 저녁도 못 먹고 '잘' 잔 탓에, 일찍 잠이 깼다. 몸은 피곤한데, 잠을 길게 자질 못하고 자꾸 중간에 깬다. 잠깐씩 숙면하는 건가. 꿈을 꿨는데 사람들과 신나게 뛰어다니며 밤새 노는 꿈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주문할 때랑 길 물어볼 때만 빼면 거의 얘기를 못했네. 숙소에 욕조가 있어서 피로도 풀 겸 아침 반신욕을 했다. 이번 여행에서 딱 한 권만 읽었다. 욕조에 들어가 몇 페이지를 읽었다. 슬픈 내용인데, 우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낼 수 있을 거야, 토닥여 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7시 땡 하자마자 내려가 조식을 먹었다. 숙소 앞에 트램 출발하는 정류장이 있어 트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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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 두번째 밤여행을가다 2015. 8. 14. 08:59
헤르미온느가 있었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에서도, 발견기념비에서도 헤르미온느가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아빠랑 엄마랑 오빠랑 여행 중이었다. 중학생 즈음 되어 보였는데 이쁘고 발랄했다. 아빠가 카메라를 내밀면 자동으로 귀여운 포즈를 착착- 취하면서 상큼하게 웃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헤르미온느에게 눈이 갔다. 아, 어리구나, 이쁘다. 너의 젊음이 진정 부럽다! 그 헤르미온느가 15E 트램에서 폭발했다. 제로니모스 수도원 정류장에서 출발한 트램이 중간에 한번 멈췄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고, 에어컨 바람은 솜털같이 가벼웠다. 기사가 트램을 점검하는 듯 했다. 곧 다시 출발했다. 그러더니 또 멈췄다. 그렇게 총 세 번을 멈췄다. 그동안 트램은 찜통 같이 달아 올랐고, 에어컨은 아예 나오질 않았다. 평정심을 유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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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일기, 인사동 부암동모퉁이다방 2015. 8. 11. 23:19
토요일. 학원에서 나오니 바람이 어마어마했다. 치마가 뒤집히고, 힘없는 간판들이 날리고. 그러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그리고 금새 그쳤다. 또 쏟아졌다. 나는 비가 오는 동안 백화점 안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고, 또 비가 오는 동안 버스 안에 있었다. 종로로 가는 버스였는데, 반대 방향으로 타서 그대로 종점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오랜만에 버스에 앉아 졸았다. 창가에 앉아 비가 내리는 풍경도 내다봤다. 조용한 음악도 들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비가 그쳤다. 종로에서 내려 인사동까지 걸었다. 제주 오름을 오르러. 그 날 제주의 아침 오름에도, 오늘과 같은 어마어마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이 김영갑의 사진 안에 고스란히 있었다. 사실 전시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정성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김영갑'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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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일기, 남가좌동모퉁이다방 2015. 8. 5. 21:40
막 여행이 끝난 나는 내가 봐도 멋있었다. 해야할 것들이 많이 보였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에 돌아오니 나는 칼퇴만을 바라고 사건사고가 없길 바라는 생기없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결심하는 순간, 8월이 왔다. 8월에는 뭔가를 배우고, 많이 돌아다녀보자고 다짐했다. 여행 가서는 더워도 그게 낭만인데, 일상에서는 움직이기도 싫게 되어 버리고. 일상을 여행처럼.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서울 땅을 열심히 돌아다니고, 열심히 보기. 이게 내 8월의 목표다. 일단 일본어 학원을 등록했다. 그동안 일본어를 위한 숱한 도전들이 있었다. 매번 얼마 못 가 사라져버린 얕은 열정 따위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올해 안에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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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 벨렝지구여행을가다 2015. 8. 3. 21:50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노천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시켜놓고 직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중국인을 봤다. 중국인은 아이 러브 리스본이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신이 나서 양 손 가득 브이자를 그리고 있었다. 리스보아 카드를 사러 인포메이션 부스에 갔는데, 2일권을 사려고 하니 2일권 사지 말라고 한다. 내일이 일요일이고, 일요일은 대부분의 입장료가 무료란다. 착한 청년이다! 그래서 1일권을 샀다. 카드 뒷면에 이름을 쓰고, 사용 시작 시간을 적었다. 야호, 앞으로 24시간 동안 나는 이 카드 하나로 리스본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리하여 처음 트램 탑승. 벨렝 지구로 가는 15E 트램은 신식이다. 길고 깨끗하다. 출발하는 정류장에서 타서 자리에 앉았다. 솔솔 새어 나오는 에어컨 바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