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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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극장에가다 2015. 6. 24. 23:39
나는 이해영 감독이 좋더라. 예전에 EBS 에서 변영주, 김태용 감독과 수다를 떨 때 보면 유쾌하고 좋은 사람 같았다. 연출한 영화는 밖에 보질 못했네. 도 좋았다. 는 평이 아주 안 좋았지만, 나는 이해영 감독을 인간적으로 좋아하니까, 그리고 엄지원도 좋으니까, 봤다. 평이 왜 안 좋은지는 충분히 알겠다. 영화의 전반부는 미스테리하다. 여리여리한 소녀 감성도 풍부하고, 색감이나 미술도 좋다. 도 생각난다. 연덕 역의 박소담 배우의 얼굴도 좋고, 연기도 좋다. 그러다 중반을 지나 영화가 180도 바뀐다. 영화의 분위기가 거의 액션 영화 수준으로까지 바뀐다. 뭔가 그 두 부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질 않아서 평이 안 좋은 것 같다. 나는, 흠. 괜찮았다. 좋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굳이 선을 나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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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극장에가다 2015. 6. 23. 21:56
개봉하는 날 봤다. 요즘은 해가 기니까 퇴근하고 바로 집에 들어가기가 아쉬워서 영화를 열심히 봐주고 있다. 기대했지만, 혹시 실망스럽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는데, 결론적으론 좋았다. 나쁘지 않았다. 영화는 드라마보다 공간도 확장되고, 이야기도 확장되고, 마스터의 움직임도 확장된다. 마스터가 낮에 장을 보러 가는 장면도 나오고, 부엌에 누군가를 들이게 되기도 하고, 식당의 2층 공간도 나온다. 인간적인 모습도 많이 보였다. 세 가지 에피소드와 세 가지 음식이 나오는데, 이야기도 현재의 일본에 집중되어 있다. 일본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나니 조금 더 힘을 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을 봤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었다. 아, 오다기리 죠가 정상적으로 나온다. 뭔가 정상적인 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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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5. 6. 22. 21:00
늦봄과 초여름 사이. 해가 길어졌다. 예전에는 귀찮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던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 원래 여름이라는 계절은 좋아하지 않았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 여름밤탓. 5월에는 사진도 많이 찍었다. 모으고 보니 또 죄다 먹는 사진들 뿐이지만. 2015년 5월의 일들. 5월 첫날 친구와 한강에서 치맥. 그 날의 노을. Y언니랑 걸어가서 먹은 망원의 계림원 누룽지 닭. 비오는 일요일 아침에 버스타고, 프릳츠. 책도 읽고. 부안에서 사온 노오란색 율금 막걸리. 친구 집에서 시켜먹은 연어회. 연휴에 상암에서 영화보고 산책하기. 좋았다. 전시 시작했다는데 챙겨봐야지. 영화보고 자주 걷는 불광천. 시옷의 모임 첫번째 책. 제발트. 어려웠다. 샷추가 고소한 라떼. 목요일 외식하는 날의 커피. 5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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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판타지아 GV극장에가다 2015. 6. 20. 21:48
이와세 료가 내한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가 보고 싶었다는 친구와 함께 명동에 갔다. 영화가 끝나고 GV가 있었다. 영화를 두 번쨰 보니, 여자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됐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굉장히 로맨틱하다. 여자는 여행을 왔고, 남자는 그곳에 살고 있다. 남자는 처음부터 여자에게 마음이 있었다. 여자는 한국에 남자친구가 있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사이가 좋지 않다. 함께 시간을 보낸 이틀째 되는 날 밤, 술을 마시다 여자는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남자는 무척 아쉬워 하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는다. 사실 남자의 마음은 처음부터 보였지만 그렇게 입밖으로 내뱉은 건 처음이다. 여자는 고개를 젓는다. 여러 번 고개를 젓는다. 여자는 처음부터 그랬다. 남자가 자신이 말린 감을 선물로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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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서재를쌓다 2015. 6. 15. 22:14
올해 포르투갈을 못 가게 된다면 마카오라도 가자고 결심했었다. 뭔가를 검색하다가 마카오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알았고, 마카오에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이 여럿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마카오는 카지노가 다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막 열의에 차서 마카오 책을 찾았는데, 마카오만 소개된 책은 없고, 홍콩과 마카오가 함께 소개된 책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은, 여행을 가게 된다면 사람들이 다 가는 곳 말고 좀더 특별한 곳을 돌아다니고 싶어 구입한 책이다.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책. 이 책을 읽고 홍콩이라는 도시는 물론이고 주성철이라는 사람에 빠졌다. 정말 심한 홍콩영화 덕후인데, 뭐랄까. 그 열정이 부러운 사람이랄까. 영화를 보다 인상적인 곳을 발견하면 크레딧의 장소협찬지를 캡쳐해 두고 그 곳을 검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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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부안여행여행을가다 2015. 6. 14. 23:37
2015년 4월 3일(금) - 5일(일) 초봄이라 생각했지만, 늦겨울 날씨였던 전주부안여행. 3월의 일요일, E에게 메세지가 왔다. 날씨가 죽인다고, 잘 지내고 있냐고, 우리 놀러 가자고, 감성여행을 떠나자고, 바람이 살랑살랑한 날에 가자고, 부안에 가 봤냐고, 부안에 좋은 곳이 많다고, 금요일 밤에 떠나자고. 4월의 좋은 날, 우리는 떠났다. 부안에 가는 김에 전주에 들러 가맥집에서 황태구이와 맥주를 마셨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한옥마을도 간만에 걸었다. 부안으로 가는 길에 날이 흐려졌다. 그리고 여행 내내 비가 오거나 흐렸다. 꽃이 피었을 줄 알았는데, 날씨 때문인지 아직 꽃이 피질 않았었다. 우연히 가게 된 길이 유명한 벚꽃 드라이브 길이었는데, 꽃이 하나도 피질 않아서 꽃이 피어있는 상상을 하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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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판타지아극장에가다 2015. 6. 14. 01:37
N언니는 내게 만선호프에 가봤느냐고 물었다. 언니도 처음 가봤는데, 을지로에 있는 호프집이라고, 앉자마자 사람 수대로 생맥주와 노가리를 내어오는 집이라고 했다. 맥주 잔을 비우는 순간, 다음 잔을 가져다 주는 집이라고 했다. 을지로 직장인들의 휴식처라고 했다. 가격도 저렴하다 했다. 초봄부터 나가기 시작한 독서모임이 있다. 모두 다 영화를 좋아해서 를 보고 술을 마시자고 제안을 했고, 결국 여러 사정으로 3명이 모였다. 영화는 보지 못하고 만선호프에서 맥주를 마셨다. 을지로에서 1차를 마치고 2차를 위해 홍대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중간에 비가 살짝 내렸다. 어디로 갈 건지 연남동에 사는 G에게 물었다. G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랬다. 우리 집에 가자. G의 집에는 영화포스터가 가득했고, 무언가를 옮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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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전모퉁이다방 2015. 6. 10. 22:45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침묵과 고독을 끝내고 다시 한번 숨을 내쉬고 자신의 팔을 쭉 펴는 것이다. - 마스 로스코 6월의 연차에 비가 왔다. 미술관에 들어갈 때는 오질 않았는데, 미술관에서 두 시간 여를 보내고 나오니 땅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세상에. 미술관에서 두 시간을 넘게 보냈다. 그것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김연수 단편에서 알게 된 마크 로스코. 전시가 좋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듣고, 꼭 평일의 한가한 오전에 가야지 생각했다. 5월에 N언니와 나는 이대에 있는 책과 술을 함께 파는 책방에 있었다. 그날은 이벤트로 이스라엘 음식과 다양한 술을 함께 먹고 마시는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우리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가 오가던 중 마크 로스코전 이야기도 나왔다.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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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서재를쌓다 2015. 6. 5. 08:21
두 번째로 만나는 구도 마스터. 5월에는 술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셔봤다. 두 번씩이나. 한 번은 강남의 엄청 큰 수제맥주집에서. 한 번은 상수의 아일랜드 펍에서. 처음에는 무척 긴장되었고, 두 번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혼자서도 씩씩한 서른 여섯으로 적응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 사이 을 읽었다. 이 책이 시리즈의 첫 권인 것 같은데, 어쩌다보니 나중의 이야기부터 읽게 되었다. 이제 구도 마스터의 이야기는 출간된 책으로는 한 권이 남았고, 또 마지막 한 권이 출간되겠지. 그러면 끝. 아쉽다. 산타마가와 선 산겐자야 역에서 나와 역 앞 상점가를 지나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좁은 골목으로 들어간다. 2백 미터 정도 되는 골목의 끝에 막다른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 바로 앞 왼쪽에 자리잡고 있는 술집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