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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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ast Point Calico모퉁이다방 2015. 2. 27. 23:51
[Cerveja 1] Ballast Point Calico Amber Ale 여자는 겨울 내내 생각했다. 일을 하지 않고,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 너무 일하기 싫다. 눈이 올 때는 따뜻한 방에서 배 깔고 누워 책보며 영화보며 뒹굴고 싶었고, 바람이 불면 진한 국물을 우려내 따뜻한 찌개를 끓여 먹고 싶었다. 2월의 어느 저녁, 베이컨이 둘러진 안심 스테이크를 먹으며 여자는 알았다. 겨울 내내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던 사람이 두 사람이나 더 있다는 걸. 저는 그래서 빵을 먹어요. 여자의 앞에 앉은 그녀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빵을 마구잡이로 먹는다고 했다. 저는 그래서 자요. 자는 게 제일 좋아요. 여자 옆에 않은 그녀는 세상에서 자는 게 제일 좋다고 했다. 월요일이 되면 그녀의 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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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언덕서재를쌓다 2015. 2. 25. 23:50
지난 도쿄 여행 때 산겐자야에 다녀오질 못했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산겐자야가 을 촬영한 지역이라는 걸 알았다. 가고 싶었지만, 여러 계획들이 있어 가질 못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나왔을 때, 앗! 산겐자야다! 했다. 이 전에 시리즈가 두 권이나 출간되어 있었는데, 산겐자야가 배경인 줄 몰랐다. 하긴 그때는 의 배경이 산겐자야인 지도 몰랐으니까. 그래서 바로 구입해서 읽었는데, 마음에 들었다. 미스터리물인데 세지 않다. 잔잔한 미스터리물이다. 그리고 매 단편마다 맛있는 요리가 나온다. 맥주도 나온다. 이야기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갖춘 셈. 이야기들은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소소하고 따뜻해서 정이 갔다. 그러니까, 도쿄 산겐자야 한적한 곳에 맥주바가 있다. 조용한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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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극장에가다 2015. 2. 24. 23:17
명절을 앞두고 영화를 한 편 보고 내려가야만 할 것 같았다. 명절을 앞두고 있으니까 기분 좋은 영화를 보고 싶어서 선택한 영화. . 소문대로 착한 영화였다. 등장인물들도 착하고, 이야기도 착하다. 그래서 시시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안 그렇다.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막 눈물이 난다. 배우들이 다 딱 그 역할의 사람들 같다. 어쩜 이렇게 맞춤 캐스팅을 했는지. 영화 덕분에, 착한 이야기 덕분에 따뜻한 마음으로 명절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세상에나. 감독이 누군지 모르고 봤는데, 크레딧의 감독이름이 낮익다 싶었는데 의 김성호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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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날, 타이페이에서 인천여행을가다 2015. 2. 22. 21:37
2014년 11월 5월 수요일의 일. 마지막 날. 낮 비행기라 조식을 먹고 일찌감치 숙소를 나섰다.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공항 가는 버스를 탔다. 마지막 날은 첫날만큼 더웠다. 타이페이에 있는 동안 내내 흐리거나 비가 왔는데, 첫날과 마지막 날만 햇볕이 쨍쨍했다. 이지카드 보증금도 환불받지 못했고 마지막 날에야 해가 나서 다시 놀러 오라는 대만의 인사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대만으로 올 때 봤던 영화 를 이어서 봤다. 영화의 말미에 여자 주인공에게 승진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신기하게도 대만에 가서 몇 년 근무를 하는 조건이었다. 와, 여기도 대만이 나와. 반가웠다. 친구와 나는 인천공항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친구는 이사로 바빴고, 나는 또 나 나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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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날, 타이페이여행을가다 2015. 2. 21. 13:27
2014년 11월 4월 화요일의 일. 멀리까지 움직여야 하는 날이라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핑시선 기차를 타고 고양이 마을 허우퉁에 갔다가 스펀에서 풍등을 날리고, 지우펀에 가서 홍등을 보고 딘타이펑의 샤오롱바오를 먹는 일정. 역시 오늘도 조식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핑시선 기차를 타러 가기 전에 시먼딩의 오래된 커피집에 가서 동생에게 선물해 줄 커피콩도 사고, 커피도 한 잔 마시기로 했다. 펑다커피라고 60년 전통의 커피집이었는데, 사실 커피맛은 잘 모르겠더라. 선물할 커피콩도 진열되어 있던 것 중에 제일 양이 적게 있었던 (그래서 인기가 제일 많은 거라 생각했던) 윤기가 차르르 했던 것으로 골랐는데, 서울에 와서 내려보니 탄맛이 너무 강해서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다.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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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포르투갈서재를쌓다 2015. 2. 16. 23:45
한 편의 영화로 시작해 꽃피우게 된 포르투갈 여행. 올해 꼭 가리라 결심하고 포르투갈어도 배우고 있다. 사실 포르투갈어보다 브라질어에 가깝고, 열심히 하지 않고 있지만. 하지만 이상하게 재미있다. 공부를 안해서 저번 주에는 그냥 그만 다니는 게 어떠냐고 선생님이 말하기도 했지만, 같이 다니는 언니랑도 공통점이 많고,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광화문까지 버스 타고 가고, 거기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종로까지 칼바람을 맞으며 걷는 기분도 좋다. 가이드북은 진작에 사놓았다. 기분이 좋지 않았던 월요일 아침에 책장에서 꺼내 가방에 넣고 출근했는데, 지하철에서 리스본이 소개된 페이지를 펼쳐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거기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리스본 사람들은 최고의 부를 경험했고, 바다로 나간 이를 그리워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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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서재를쌓다 2015. 2. 8. 19:39
오늘 학원을 마치고, 지난주에 인터넷에서 봐두었던 네팔인도요리전문점엘 갔다. 1월에 정유정의 히말라야 여행기를 읽었는데, 이 책 덕분에 출퇴근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어찌나 재미나게 여행기를 썼던지. 읽으면서 엄청 웃었다. 특히 화장실 이야기가 압권이다. 정유정 작가에게 히말라야는 첫 해외여행지였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실질적인 가장이 되었고, 그 뒤로는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작가의 꿈을 이룬 뒤에는 또 열심히 썼다. 그러다 을 끝내고 글이 한 줄도 써지지 않았단다. 그렇게 찾아온 슬럼프 앞에서 작가는 혹시나 영영 글을 쓸 수 없게 되면 어쩌나 좌절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히말라야로 가기로. 히말라야는 작가의 등단작 의 주인공이 마지막 발을 디딘 곳. 정유정은 그 곳에 가야겠다고 결심한다.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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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타이페이여행을가다 2015. 2. 7. 15:56
2014년 11월 3월 월요일의 일. 전날 그렇게 맥주를 마셔댔으니 당연하게 늦잠을 잤다. 원래 타이페이 외곽으로 나가 핑시선 타고 허우퉁이랑 스펀, 그리고 지우펀까지 갈 일정이었는데, 그러려면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했어야 했다. 각자의 침대에서 뒹굴고 뒹굴다가 그래도 조식을 먹어야 했기에 조식 마감시간 거의 직전에 내려갔다. 오늘도, 우리는 먹는다. 나는 속에 들어가질 않아 커피만 들이다 부었고, 친구는 이 숙소 음식도 맛나다며 맛있게 먹었다. 전날 숙소가 성대한 만찬 수준의 조식이었다면, 이 숙소 조식은 기본적이고 깔끔했다. 새벽에 숙소로 돌아간 토모상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어제 즐거웠다고 연락을 했더니, 아직 타이페이면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토모상은 오후 늦게 한 달 여행을 함께 할 친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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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서재를쌓다 2015. 2. 3. 22:09
사실 나는 이 책의 보도자료에 반했다. 책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읽고 나는 내가 아는 한 남자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이 책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첫 문장을 읽기도 전에. 친구에게 함께 읽자고 책을 보내면서 이 책이 우리의 2015년 최고의 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책을 다 읽은 친구와 맥주를 마시는 저녁에, 내가 물었다. 어땠어? 친구가 말했다. 진짜 있는 사람 같앴어. 스토너. 그리고 생각했어. 이 사람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은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로 끝난다. 이 책은 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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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극장에가다 2015. 2. 2. 21:48
그녀의 이름은 셰릴 스트레이드. '스트레이드'라는 성은 그녀가 직접 지었다. 그녀와 그녀의 전남편은 이혼을 할 때 각자의 팔에 같은 모양의 말 문신을 했다. 헤어지지만 서로를 이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한 문신이다. '스트레이드'는 이혼할 때 그녀가 직접 지은 성이다. 그녀의 어린시절은 불우했다. 아버지는 폭력적이었고, 그녀의 집은 가난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희망은 있었다. 엄마. 극한 환경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엄마. 너희들이 태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아빠와의 결혼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엄마. 항상 음악을 틀어두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엄마. 일출과 일몰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알려주었던 엄마. 그녀의 전부였던 엄마. 엄마와 셰릴, 그리고 셰릴의 남동생이 행복해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