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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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4. 4. 12. 18:12
주말에 일찍 잠에서 깼는데,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 공짜영화 채널을 뒤적거렸다. 이 있길래 간만에 다시 봤다. 날이 밝아올 때까지 봤는데, 너무 좋아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다아시의 손 클로즈업 장면에서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다. 을 보고 불광천을 걸어오다 싫다는 동생을 꼬셔 먹은 자장면. 영화에 자장면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 유쾌한 장면은 아니지만. 맛있게 먹고 아이스 라떼 하나 사서 나눠 마시며 걸었다. 이것도 주말. 모두 외출하고 혼자 맞은 토요일 저녁. 삼겹살 야무지게 혼자 구워 쌈 싸 먹었다. 유인촌은 지쳐 보였다. 지친 말의 역할이긴 했지만, 지쳐 보였다. 공연의 막바지였다. 3월 말에 공연이 끝났던 걸로 기억한다. 지쳐보였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열정이 있다면 나이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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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격티비를보다 2014. 4. 12. 17:15
이십 대에 꿈꾼 사랑이 있었다. 또렷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그래서 내 생활이 망가지는 것도 개념치 않는 그런 사랑이었을 거다. 삼십 대에 꿈꾸는 사랑도 있다. 이십대의 사랑과는 조금 다르다. 그렇게 무모하게 아프고 싶지는 않다. 을 보고 사십 대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십 대 때는 어리석게도 삼십 대의 사랑은 없을 것만 같았다. 삼십 대가 되니 사십 대의 사랑 같은 건 없을 것만 같았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사십 대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사십 대에도, 오십 대에도, 육십 대에도 사랑은 계속될 거라는 사실. 그게 곁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새롭게 만나게 될 사람일 수도 있고, 짝사랑일 수도 있고. 김희애가 이성재와 동거를 시작하게 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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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 봄모퉁이다방 2014. 4. 3. 21:40
전날 닭발을 먹은 게 잘못이었다. 아니다. 어두운 조명의 술집에 들어간 게 잘못이었다. 사실 나는 어두운 조명의 술집을 좋아한다. 자고로 술집은 어두워야 술맛도 나고 상대도 예뻐보이고 하는 법. 동대문의 어느 어두운 조명의 술집에서 닭발과 주먹밥을 먹는데, 요즘 먹는 모든 것의 사진을 찍는 나는 그것도 찍어야 했다. 그때 친구가 플래쉬를 켜고 휴지 한 장을 플래쉬 불빛에 가리고 찍으면 잘 나온다는 이야기를 했다. 평소 사진찍을 때 플래쉬 따위는 켜지 않는데. 그래서 다음날 현충원에서도 내내 플래쉬가 켜져 있었다. 봄볕이 너무 밝아서 플래쉬가 켜진 줄도 몰랐다. 집에 와서 사진을 확인하고 뭔가 이상해서 알아 차렸다. 그러니까 이 사진들은 플래쉬의 봄. 현충원에는 수양벚꽃이 많더라. 처음 봤다. 수양벚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