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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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 설국티비를보다 2014. 3. 15. 21:23
일본행의 보다 직접적인 계기는 소설가 나카자와 케이 씨와의 만남이다. 그녀와는 2000년 5월(아오모리)과 2002년 11월(원주) '한일문학작가회의'에서 두 번 만났는데, 원주에서 만났을 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내가 눈을 배경으로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말하자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더니 일본 동북부의 아키다나 야마가타로 가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정말 눈 때문에 갈 거라면 말이다. - 윤대녕, 작가의 말 중에서 다시보기 리스트를 뒤적거리다 EBS 세계테마기행 일본 설국 편을 봤다. 윤대녕의 책에서 본 것처럼 홋카이도만큼 혹은 더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이었다. 혼슈 지방의 나가노, 니가타, 기후, 아오모리. 처음에는 겨울을 보내며 눈 구경이나 실컷하자는 마음이었는데, 다큐를 보면서 여행을 소개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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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극장에가다 2014. 3. 15. 15:17
사실은 어제 보고 싶었다. 퇴근하고 늦은 시간에 혼자 보고 밤산책하며 집까지 걷고 싶었다. 그러면 요란하지 않고 완벽한 금요일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야근을 하는 바람에 계획 취소. 대신 오늘 조조로 봤다.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사람이 많지 않을 때 보고 싶어서 일찍 일어나 서둘렀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 가지고 들어갔는데, 커피집에서 가져온 휴지가 모자랐다. 영화 보는 내내 울었다. 몇 번은 의자가 흔들릴 정도로 흐느끼며 울었다. 이야기는 예고편에서 봤던 그대로였다. 짐작할 수 있었던 그대로 이어졌다. 새로울 것도 없었다.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좋았다. 우리 이제 더이상 그러지 말자고. 그렇게 악해지지 말자고. 나빠지지 말자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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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서재를쌓다 2014. 3. 12. 16:45
하루키 편을 읽다가 읽다 만 하루키 소설이 생각났다. 에서 하루키의 인터뷰는 움베르트 에코, 오르한 파묵 다음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인터뷰가 무척 궁금했지만 책의 순서대로 읽기로 했다. 그래야 즐거움이 증폭되니까. 그런데 뭐랄까. 에코와 파묵 다음에 이어진 하루키의 인터뷰는 기대했던 것만큼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존 레이의 글에서처럼, 하루키는 역시나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다. 존 레이는 '가급적 정확한 대답을 찾으려고 오래 뜸을 들이기도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하루키의 담백한 인터뷰를 읽고나자 생각이 났다. 다자키 쓰쿠루의 이야기를 끝내야지 생각했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어떤 이유 때문인지 잘 읽히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잘 읽혔다. 책장도 잘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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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모퉁이다방 2014. 3. 2. 14:18
토요일. 박노해 사진전에 다녀왔다. 사람이 많았다. 40여 분 줄을 서서 기다려 입장했다. 사람들이 많아 느리게 사진 한 점 한 점 길을 따라 이동했다.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고, 그 옆 시인의 글귀들도 오래 들여다봤다. 사진 길이 너무 막혀 안 되겠다 싶어 사람들을 뛰어 넘으며 사진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백발에 야구모자를 눌러 쓴 왜소한 체구의 할아버지는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나면 가지고 있던 디지털 카메라로 그 사진을 찍었다. 할아버지를 만난 뒤로,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 사진을 구경했다. 할아버지가 어느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카메라의 액정에 찍힌 할아버지의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봤다. 그러다 전시장의 한 구석에서 사인을 해주고 있는 시인을 발견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