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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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여행서재를쌓다 2014. 2. 12. 21:23
군산에 가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최갑수였다. 어느 토요일, 늦은 아침으로 죽을 사 먹고 들른 커피집에서 보게 된 최갑수 시인의 글 때문이었다. 최갑수 시인은 군산에 가라고 했다. 특별한 일 없이 가을을 쓸쓸히 보냈다면, 철길이 있고 예쁜 창문을 볼 수 있는 군산으로 여행을 떠나라고 했다. 그 글이 좋아서 결국 잡지까지 샀다. 여러 번 읽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군산에 가야지. 군산에 갔고, 철길과 예쁜 창문을 보지 못했지만, 쓸쓸한 기분이 더해져 돌아왔지만, 좋았다. 쓸쓸해서 마음에 남는 군산이었다. 또 어딘가 나를 떠나게 만들어 줄 것만 같아서 산 책이다. . 사실 처음에는 좀 실망했다. 여행지마다 소개하는 글이 너무 짧았다. 한 페이지에서 세 페이지 정도다. 에 실린 긴 글을 기대했던 내게는 너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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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르윈극장에가다 2014. 2. 11. 22:16
을 봤다. 아무 것도 모른채 보았으면 어땠을까. 길을 걷다 포스터를 보고 무슨 영화지, 하고 충동적으로 보았으면 어땠을까. 평론가들이 준 별점이 너무 좋아서 잔뜩 기대를 하고 봤다. 사실 그 별점 때문에 보러 간 셈이다. 나 언제 벅차 올라야 하는거야, 중반부터 내내 생각했던 것 같다. 내겐 좀 어려웠다. 영화를 본 뒤, 이해가 안 되서 찾아본 이야기들 중에 재미난 것은 많았지만 영화보는 내내 온전히 마음으로 느낄 수는 없었다. 영화를 보고 서촌을 걸었는데, 가려던 술집이 문을 닫아 그 앞에 있던 박노수 가옥에 들어갔다. 일제시대 때 지어진 집인데 박노수 화백이 구입해 살았다고 한다. 이층의 벽돌집이었다. 고인이 된 박노수 화백의 가족이 기증을 해 미술관으로 개장을 했단다. 정원도 있었다. 작은 동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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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4. 2. 6. 22:46
'1월의 일들'이라고 쓰고 '1월에 먹은 것들'이라고 해석한다. 새해에도 많이 먹었다. 12월 마지막날, 노사이드 문이 열려 있었다. 먹었다. 오꼬노모야키! 이번에는 소바 면으로만 주문했다. 역시, 맛있었다. 친구가 작년에 선물해 준 다이어리. 작년에 다이어리를 두 개 선물 받아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것은 보관해뒀었다. 드디어 개시. 새해 첫 날 아침은 포장해 온 남은 오꼬노모야키. 꿀맛. 동생이 남은 거 혼자 다 먹었다고 진정 화냈었다. 우리집 티비. 뒤가 볼록하고 화질도 구리다. 3만원인가 4만원에 중고로 사온 티비. 심지어 배달도 안해줬다. 그런데 나는 이 티비가 좋다. 왠지 정이 가. 동생이 사온 뎀셀브즈 커피잔. 바로 회사로 가져가서 딱 한번 커피 내려 마셨다. 덤셀브즈 자주 갔었는데, 씨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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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서재를쌓다 2014. 2. 5. 22:32
생각해보니 이번 겨울에는 주로 먹는 이야기를 읽었다. 음식 이야기를 읽으면 왜 이렇게 신이 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트위터에서 '하루키 레시피'를 팔로우했다. 하루키의 작품 속 레시피들을 트윗해주는데, 오늘은 이런 트윗이 올라왔다. "후카에리는 얼그레이를 마시고 토스트에 딸기잼을 발라 먹었다. 그녀는 마치 옷의 주름을 그리는 렘브란트처럼 주의깊게 시간을 들여 토스트에 잼을 발랐다." 의 문장이란다. 먹는 이야기를 쓴 책 뿐만 아니라 먹는 이야기를 하는 영상도 좋아한다. 을 즐겨보는데, 얼마 전에 못생긴 생선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보는 내내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속초에 갔을 때 '도치알탕'이라는 간판을 봤는데, 그저그런 알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야 알탕마니아) 을 보니 보통 알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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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히치하이킹극장에가다 2014. 2. 4. 21:55
설날에는 사촌동생들이랑 볼링도 치고, 인기 만발이라는 도 봤다. 은 너무 기대해서인지 생각보다는 그냥 그랬다. 연휴 마지막 날 올라왔다. 고성에서 가는 표가 없어 사천까지 와서 탔다. 올라오는 길은 생각보다 안 막혀서 금방 왔다. 이번 명절은 나름 괜찮았다. 재밌기까지 했다. 서른 다섯 싱글의 명절이 재밌었다니. 그래서 더 신나게 마무리하기 위해 동생이랑 나는 네네 파닭 치킨을 시키고, 냉장고에 있는 캔맥주를 꺼내놓고, 이 영화를 봤다. .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엘지티비에 올라와 있더라. 연휴 마지막 날이니까, 뒤가 볼록한 옛날 티비에 무려 만원짜리 영화를 봤다. 결과는 대만족. 처음엔 뭐 이렇게 개고생하면서 그 풍경 좋은 유럽에서 이동하는 영상만 찍고 있나 싶었는데, 중반쯤 가니 그 개고생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