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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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앨리스씨서재를쌓다 2013. 11. 30. 01:58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많은 아버지가 있고, 많은 어머니가 있다. 많은 아들이 있고, 많은 형제가 있다. 이 소설은 그 중 한 명의 아버지, 한 명의 어머니, 두 명의 아들, 한 형제의 이야기. '씨발'년인 어머니와 폭력을 방관하는 아버지를 부모로 둔 앨리시어와 그의 동생의 이야기다. 처음엔 뭔가 싶었다. 잘 읽히지 않고 자주 책장이 덮혔다. 이런 식의 이야기 진행이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황정은이 말하는 당신,이 누굴까 생각했다. 짧은 소설인데, 속도가 더뎠다. 그러다 마지막 장이 가까워지고, 마침내 책을 덮게 되었을 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마음에 남았다. 황정은을 직접 본 적이 있다. 홍대에서 했던 작가와의 만남이었는데, 그 때 황정은이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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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과 십일월모퉁이다방 2013. 11. 29. 14:41
그 날의 1차. 친구가 선물해주며 말했다. 딱 보자마자 내 생각났다고. 마음이 좋지 않았던 어느 날, 고흐가 생각나서. 시월에는 향초에 빠졌었다. 어느 날의 도시락. 자주 걷는 길. 카세 료. 실패하는 날도 있지. 삿포로식 카레 스프였나. 정체성. 항정살. 작은 가게에서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셨다. 이 초에서는 커피 향이 났다. 세 박스나 생겼다. 고구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생각이 났다. 친구가 집에 초대해 조개국을 끓여줬다. 화이트 와인도 줬다. 대하도 구워줬다. 나는 가을 한정판 맥스 여섯 캔을 사갔다. 허니와 클로버. 디비디를 사 놓은 것들이 있는데, 정작 사 놓고 못 보고 있다. 아침 혹은 오전. 아이비의 생명력. 구몬 때문에 모아뒀던 연필을 드디어 '사용하고' 있다. 몽당 연필은 따로 모아두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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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마이 홈티비를보다 2013. 11. 24. 15:41
어젯밤, 드디어 마쳤다. 고잉 마이 홈. 처음 방영을 시작했을 때 시도했었는데 매번 2시간 가까이 되는 1화를 넘기지를 못했다. 가을. 뭔가 마음에 진하게 남을 드라마를 보고 싶었다. 가볍지 않고 여운이 남는 그런 이야기. 우리 집에 여덟 개의 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을 오르면 가슴 정도까지 오는 복층 공간이 있다. 여름에는 더워서 올라갈 생각을 못했는데, 조금씩 쌀쌀해지자 밤이 되면 올라갔다. 따뜻한 이불을 깔아놓고 그리고 덮고서는 노트북을 켰다. 그렇게 1화부터 천천히 봤다. 늘 한 회를 무사히 넘기지 못했다. 어떤 날은 반쯤 보다 잠들었고, 어떤 날은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켜자마자 잠들었다. 같은 회를 여러 날에 걸쳐 봤다. 그렇게 조금씩 보니, 그 시간들이 기다려졌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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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희극장에가다 2013. 11. 4. 21:21
아마도. 토요일 날 집에서 뒹굴다가 를 보지 않았다면, 일요일 날 굳이 광화문까지 나가서 를 보지 않았을 거다. 토요일 날, 나는 를 보고 핸드폰 검색 창에 '모항'이라고도 검색해 보고, '이자벨 위페르'라고도 검색해보고, '홍상수'라고도 검색해봤다. 일요일, 일어나 보니 비도 그쳤다. 맥모닝 세트 시켜먹고 뒹굴거리다 그래, 보러 가자고 생각했다. 씻고 나오니 광화문까지 늦을 것 같아 택시를 탔다. 택시까지 타고 가서 볼 영화인가, 생각하다 창밖의 노오란 은행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가을이었지. 크레딧 올라갈 때 보니 영화 속 상호가 실제 상호와 똑같았다. 핫썬 치킨, 아리랑, 카페 공드리 등등. 누군가 홍상수 여행 패키지를 만들어주면 좋을텐데. 주인공들이 앉았던 벤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