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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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역전번외지티비를보다 2013. 9. 28. 08:53
오래된 지인이 소개해주는 영화나 책이나 드라마는 결국에는 좋다. 오래 알고 지내는 사람은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니, 그 사람이 좋다고 한 것이 내게도 좋은 건 당연한 일. 그런데 반신반의할 때가 있다. 처음이 힘든 종류의 것들. Y언니가 추천해 준 이 드라마도 그랬다. 처음에 재미가 없고, 30분 여 남짓의 1회를 다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Y언니가 미리 해준 충고. 1회 보고, 2회 정도만 보고 나면 그 뒤로는 재밌게 술술 넘어갈 거라고. 그렇게 인내의 1회와 2회를 지나니 정말 언니의 말처럼 재미있는 시간들이 찾아왔다. 마지막회까지 금방 봤다. 마호로에서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다다와 교텐이 있다. 두 사람은, 아니 실질적으로 에이타인 다다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의뢰가 들어오면 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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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 소설, 대설주의보서재를쌓다 2013. 9. 25. 22:26
추석 동안 나와 함께 한 책. 이번 추석에 이 책과 나의 궁합이 잘 맞았다. 를 읽고 눈이 내리는 소설이 좀더 보고 싶어서 읽은 책이다. 소설집인데, 표제작인 '대설주의보'에서 눈이 많이 내린다. 펑펑 내려서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지고, 강원도의 절에서 여자와 만나기로 했던 남자는 발이 묶인다. 인연이었던 남자와 여자가 긴 세월을 둘러 다시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소설집 중에서 이 소설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특히 마지막 장면. 갤로퍼는 유턴을 한 다음 곧 눈발 속으로 사라졌다. 윤수는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눌러쓰고 주차장을 모로 지나쳐 걷기 시작했다. 산문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갈수록 바람이 잦아들어 그다지 추운 느낌은 없었다. 길은 완만했으나 정강이까지 눈이 차올라 걸음이 더뎠다. 손전등을 빌려오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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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십삼년의 추석모퉁이다방 2013. 9. 22. 16:51
간만의 긴 연휴였다. 다가오기 전엔 두려웠는데, 지나고 나니 나도 모르게 어떤 것들은 그리워진다. 요즘 나는 내게 없는 것들을 아주 커다랗게 들여다 보고 슬퍼하거나 절망하곤 한다. 친구 앞에서도 벌써 두어번 같은 이유로 울었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세수를 하면 내가 가을을 타기 시작했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오늘은 취한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빠는 내가 너무 착해서 너무 여리다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착한 건 당신 딸을 좋게만 본 것이고, 여린 건 분명하다. 좋지 않은, 여림이다. 강해질 필요가 있다. 자주 생각한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어쨌든 명절이 지났다. 연휴 전,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났다. 둘이서 겨울에 갔던 서촌의 통닭집에 가서 천 잔에 맥주를 마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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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요 - 마스다 미리서재를쌓다 2013. 9. 15. 22:41
결국 맥주를 사러 나갔다. Y씨에게 이 책들을 빌렸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처음 세 권의 책을 빌려 읽어서 그런지 마스다 미리 책은 계속 빌려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지 않고 기다렸다. 이번에 책을 대거 구입한 Y씨가 비닐도 뜯지 않은 이 책들을 빌려줬다. 오후 내내 잠에 취해 있었다. 영화가 보고 싶어서 무료영화를 찾아보다 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 그 전에는 Y언니가 추천한 2회를 보다 중간중간 잠이 들었다. 할 때쯤 잠에서 깨 추석을 앞둔 주말에 이게 뭔가,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들었다. 를 보고 마스다 미리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를 읽은 후에 맥주가 땡겼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편의점에 다녀왔다. 요즘 나의 홈메이드 안주는 번데기. 통조림 국물을 다 따라내고 물을 약간 넣어 끓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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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 제7일서재를쌓다 2013. 9. 14. 23:32
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푸른숲 위화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과거를 가진 작가일까. 이번 신작을 읽으면서 새삼, 그게 궁금해졌다. 를 읽고 엉엉 울었었다. 언제 그 책을 읽었는지,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오래 전 기억이라 자세하게 떠오르지 않는데, 그 소설을 읽으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은 있다. 내겐 의 절판된 하얀 표지의 책도 있고, 새로 개정된 빨간 표지의 책도 있다. 같은 내용인데 이 책만은 두 권 다 가지고 있다. 한 권도 처분을 하지 못하겠다. 흰색의 조금은 촌스런 절판된 책에 더 정이 가긴 한다. 처음 읽었던 판본이니까. 그렇게 위화의 책을 만난 뒤로 예전에 썼던 책을 읽기도 했고, 후에 출간된 책도 읽었다. 모든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내가 읽은 그의 모든 책은 애정을 가지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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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편지들서재를쌓다 2013. 9. 14. 22:05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진 도모노리 지음, 황선종 옮김/더숲 새로나온 책 목록을 보다가 발견한 책. 의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다. 의 부제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돌아가고 싶은, 낭비 없고 간소한 나만의 집을 짓는 것에 대하여'. 이번 책의 부제는 '세계적 건축가와 작은 시골 빵집주인이 나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건축 이야기'. 홋카이도에 '맛카리무라'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거기에 '블랑제리 진'이라는 작은 빵집이 있다. 꾸밈 없는 건강한 빵을 장작에서 구워내어 파는 빵집이다. 블랑제리 진에서 장작에서 빵을 구워내는 진 도모노리가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에게 손편지를 보낸다. '이런 저희 가족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빵집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마무리되는 의뢰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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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눈사람 - 눈의 여행자서재를쌓다 2013. 9. 5. 23:01
눈의 여행자 윤대녕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를 꺼내 읽은 건 김연수 산문집 때문이었다. 김연수는 언젠가 꼭 한번은 눈에 고립되고 싶다면서 두 작품을 언급하는데 한 작품이 이제하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이고, 다른 한 작품이 이다. 산문집을 읽고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를 찾아 읽었다. 그리고 를 꺼냈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다. 가물가물하지만 소설가가 나왔고, 소설가가 눈 속을 헤매였고, 한 여자가 있었다. 소설가가 눈 속에서 울기도 했다. 그런 이미지만 남아 있었다. 다시 꺼내 읽으니 내가 이 소설을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던 건, 순전히 눈 때문인 것 같다.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는 소설가는 어느 날 한 통의 소포를 받는다. 일본에서 온 소포 안에는 어린 아이들이 공부하는 숫자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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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전주여행을가다 2013. 9. 4. 23:28
저번 주에는 청계산과 전주에 다녀왔다. 청계산에는 평일에. 계단이 많아 힘들었다. 세 시간동안 등산을 하고 전주에 갈 때까지 다리가 땡겼다. 친구가 커다란 스타벅스 텀블러에 차가운 블랙커피와 삶은 달걀 네 개를 가져왔다. 이런 저런 야채를 파는 청계산 초입의 노점에서 오이도 샀다. 쉬면서 커피와 달걀을 먹고, 올라가면서 오이 하나씩을 손에 들고 통째로 아삭아삭 씹어 먹었다. 많이 움직이니 더운데 시원했다. 땀도 많이 흘리고, 물도 많이 마셨다. 내려와서는 장어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노래방도 갔다. 취하기도 했다. 주말에는 전주에 갔다. 이름하야 술 여행. 그래서 내내 먹었다. 기차를 탔을 때부터 맥주와 J오빠의 여자친구 분이 싸온 유부초밥과 소세지 볶음을, 내려서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가맥집에 가서 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