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
-
제주 2013.07.14여행을가다 2013. 7. 23. 00:05
* 일요일의 단어 검멀레해변 고래동굴 산굼부리 물칫오름 사려니숲길 1100도로 삼나무숲길 첫 날의 게스트 하우스는 매일 아침 오름을 오를 수 있게 안내해 준다. 6시 10분에 숙소를 출발해 세 시간 동안 오름을 오르내렸다. 바람이 아주 많이 불었다. 오르막 길을 오르느라 땀이 삐질 나는데, 한 순간의 바람이 땀을 식혀줬다. 소리도 컸다. 오름의 풀들이 바람에 세차게 움직였다. 올라갈 때는 빙 둘러서 간 것 같은데, 내려올 때는 공포의 내리막길이었다. 정말 아차하면 엉덩방아 찧고 그대로 오름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의 내리막이었다. 동생은 한 번 엉덩방아를 찧었다. 흙길에 미끄러질까 무서워 조심조심 느리게 내려왔더니 내 뒤에 커플들 뿐이고, 그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려 깊은 S가 길 중간..
-
제주 2013.07.13여행을가다 2013. 7. 21. 22:47
* 토요일의 단어 삼양검은모래해변입구 호텔해수욕장 마늘도난집중단속기간 무지에서 산 105*74mm 더블링 메모장을 들고 제주로 떠났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의 메모장이다. 매일 이동하면서 본 인상적인 단어들을 수첩에 옮겨 적었다. 3:20 김포 출발. 4:20 제주 도착. 서울에는 내내 비가 왔다는데 제주에 있는 내내 폭염이었다. 하늘은 맑았고 구름이 많았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오름의 바람에서는 파도소리가 났다. 첫 날 느즈막이 도착해 동네 사람들이 가는 국수집에 가서 고기국수를 먹고 맥주 한 병을 나눠 마셨다. 이번 여행은 버스 여행. 사실 얻어타기도 해서 버스는 예상보다는 덜 타긴 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월정리 숙소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제일 앞 자리에 앉아 혹시나 정거장을 놓..
-
배를 엮다극장에가다 2013. 7. 21. 15:10
Y언니와 오랜만에 만나 부천영화제에 다녀왔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딱 한 편. 올해 영화도 좋았다. . 사전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만들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업부에서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던 마지메가 사전편집부로 스카우트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사전편집부에는 몇 십년이 넘게 사전 만드는 일만 해온 사람도 있고, 전혀 사전일이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오다기리 조도 있고, 척하면 딱인 아주머니 계약직 직원도 있다. 그저 혼자서 책 읽고,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생활하는 일에 익숙한 마지메가 이 사전편집부에서 일하게 되면서 '함께' 하는 법을 배워간다는 이야기이다. 마지메가 사전편집부에 들어오던 해 시작되었던 '다도해' 사전 작업은 십..
-
언젠가, 바닷가서재를쌓다 2013. 7. 11. 22:27
그래. 이 책들을 또 다 포장하고 풀고 할 순 없다. 언제고 이사를 또 갈거고, 제일 문제는 책이다. 이사짐센터 아저씨들도 책이 제일 싫다고 했다. 몇년 전에 사 놓고 아직도 안 본 책들, 아끼지만 두 번 읽을 것 같지는 않은 책들, 이미 마음 속에 담아 놓아 보내도 될 책들. 그리고 점점 책 욕심이 많아져서 (여기서 책 욕심은 책을 소유하고픈 욕심.)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그리하여 결심했다. 지금 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당장 필요한 두 권의 책을 제외하고 이제 책을 팔고 난 돈으로만 새 책을 사기로. 그러려면 안 읽은 책들을 열심히 읽어야 겠지. 그렇게 팔고, 또 사고, 읽고, 팔고, 그렇게. 그런데 죄다 아끼는 책이니 그냥 보낼 순 없다. 너와 내가 만났다는 기록은 남겨두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