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1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휴머니스트


 
 몇달 전, 푸른숲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공지영 작가와 함께한 상해 대담 기사에 곧 위화의 새 소설이 한국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식이 없어서 언제쯤 출간되느냐고. 푸른숲에서는 이번 책은 출판사 휴머니스트 사장님에 대한 우정의 표시로 그곳에서 7월 안에 출판될 거라는 답변을 받았다. 올해 봄, 나는 위화의 새 이야기가 너무 그리웠고 8월이 오기 전에 다 읽어버렸다. 책장이 너무나 빨리 넘어져서 다 읽어버렸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위화는 내게 봄과 여름의 경계선을 닮은 작가다.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읽게 된 계기가 된 연극 '허삼관 매혈기'도 그때 만났고, 연극이 너무 좋아서 원작을 찾아 읽었고, 그 원작이 너무 좋아서 다른 소설들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위화의 소설은 어두운 시절의 어렵고 힘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서술방식이나 문체가 전혀 무겁지 않다. 이번 '형제'의 작가노트에 있던 정여울씨의 글처럼 위화의 소설은 '즉시 이해되고, 생생하고, 직설적이고, 숨기지 않으며, 아무런 장막이 없다' 너무나 솔직한 이야기. 가볍게 책장을 넘기지만 깊이있게 작가 자신이 살아온, 살아가는 중국을, 사회를 이야기하는 작가. 나는 그의 소설들이 가벼워서 좋고, 가볍지 않아서 좋다.

   <형제>는 류진에 사는 광두와 송강,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다. 광두의 어머니와 송강의 아버지가 재혼을 하면서 두 사람은 형제가 된다. 문화대혁명으로 아버지가 개죽음을 당하고, 그 이후 어머니도 쓸쓸하게 늙고 병들어 돌아가시게 되자 이 세상에 가족이라고는 서로뿐이였던 두 사람, 형제. 서문에 보면 작가 위화는 이 두 사람을 통해 불균형의 삶을 살아가는 중국의, 우리 삶의 간극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뻔뻔스럽고 거침없던 광두는 성장해서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되고, 지나치게 순수하고 정직했던 송강은 만신창이 떠돌이가 된다.
 
    <형제>는 총 3권으로 나누어 출간되었는데, 다분히 위화'스러운' 부분은 1권이였던 것 같다. 1권은 광두와 송강이 형제가 되고, 어린 시절을 류진에서 함께 보내다 아버지 송범평이 죽고, 어머니 이란이 죽기까지의 이야기다. 이 1권은 몇 장을 읽으면 웃겨서 죽을 거 같고, 또 얼마 안가 몇 장을 읽으면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슬프다. 웃기고 울리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위화'스러운' 부분이다. 2,3권은 두 사람이 성장하고, 취직을 하고, 사랑을 찾고, 그 가운데 서로 감정이 상해 분가를 하고 인연을 끊기도 하면서 결국 각자 너무나 다른 길로 접어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서 위화가 말했던 간극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광두와 송강은 많은 돈이 있고, 많은 돈이 없고. 사랑하는 아내가 없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진실한 마음이 없고, 진실한 마음이 있는 등 한 때 둘도 없는 형제이자 유일한 친구였던 그들이였지만 여러 면에서 극과극을 보여준다. 뛰어나게 사업수완이 있고 대범했던 광두은 결국 중국 변화의 흐름을 타고 최고 졸부로 거듭나고, 지나치게 순수하고 소심했던 송강은 결국 그 흐름에 깔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위화는 가족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실제로 살아왔고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을 보여준다. '살아간다는 것'에서도 그랬고, '허삼관 매혈기'에서도 그랬지만, '형제'에서는 그 전보다 더 강력한 메세지를 전하는 것 같다. 그전의 작품들은 '삶'에 대해 더 깊게 이야기를 했다면, '형제'는 '사회'에 대해 더 크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몇십년 사이 너무나 많이 변해버린 중국 사회. 빠르게 성장했지만 몇십년 전에 소중히 간직해왔던 그것들을 자꾸만 잊어버리는, 아니 잃어버리는 지금의 현대 사회. 빽빽한 빌딩들이 들어서고 부유하고 풍요로워지고있지만 그것보다 더 풍요롭고 간절했던 어떤 마음들은 땅 밑으로 꺼지고 있지 않냐고. 그리고 그것은 비단 중국의 문제는 아니라고. 당신들의 사회도 그렇지 않느냐고.

   이광두. <형제>의 주인공인 본명이 이광이였던 이광두.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였던 이광두. 사실 가장 이상적으로 그려졌던 송범평보다 졸부로 전락하기 전까지는 이광두가 더 매력적이였다. 뛰어난 유머감각, 전혀 주눅들지 않는 베짱, 쾌활한 성격, 높고 넓은 앞날에 대한 포부,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던 마음, 자신이 신세진 사람들을 절대 잊지 않던 신뢰. 비록 연애는 지독하게 못했지만. 그런데 무엇이 이광두를 몰락하게 만들었을까? 돈? 명예? 사회? 그리고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걸까? 이광두가 우리의 모습인건 부인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니 나는 아직까지는 매력적인 이광두일까, 이미 몰락하기 시작한 이광두일까,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이광두일까?

   나는 전봇대에 대고 이건 성욕이라구요, 라고 외쳐대던 꼬맹이 광두가 그리워서 3권 중 1권만 책장 안에 고이 꼽아두고 싶다. 하지만 1권만으로는 <형제>는 완전할 수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