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민음사


   어느날 새벽에 잠이 안 와 뒤척거리다 서머싯 몸의 <레드>라는 단편을 읽었습니다. 단숨에 단편을 다 읽고나서 멍하니 잠을 이루지 못한 기억기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그리도 아름답고 허망한 묘사라니. 그리고 서머싯 몸의 소설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달과 6펜스>와 이번 <인생의 베일>밖에 읽어보질 못했지만요.

   아무튼 많은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습니다. 꽤 두꺼웠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잘 읽혔습니다. 그리고 이번 소설 역시 좋았습니다.

   저는 서머싯 몸이 이야기하는 '열정적 사랑이 시간과 명예 앞에서는 언젠가는 차갑게 식어버리고 만다'는 식의 태도가 마음에 듭니다. 어떤 사랑이든 열정적인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저의 생각과 맞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래서 그의 책을 읽을 때면 마음이 착찹해지고 쓸쓸해집니다. 진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식어버린 사랑 앞에서 고독해지는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소설은 주인공 '키티'의 성장소설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키티'는 소설 속의 사건들을 통해서 성숙해갑니다. 자신만을 생각했던 이기적인 그녀가 불륜과 배신, 어쩌면 죽을 지도 모르는 낯선 곳으로 떠나게 됨으로써 겪게되는 여러  경험들이 약하기만 했던 그녀를 강하게 만들어갑니다. 한낱 바비인형에 불과했던 키티가 어엿한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해 가는 것을 보면서, 때로는 너무 이기적인 그녀를 나무라고, 때로는 한순간 성숙하고 모든 일에 초연해진 그녀를 부러워하면서 재밌게 소설을 읽었습니다.

   나는 그녀가 부러웠습니다.  여전히 나는 이기적이고 초연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사람이라. 그리고 나중에 깊은 밤, 잠 못 이루게 되면 키티가 생각 날 것 같습니다. 제가 읽은 서머싯 몸의 소설 속 인물들이 그랬던 것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