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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구로, 비오는 밤
    여행을가다 2014. 10. 29. 22:09

     

     

     

     

     

     

     

     

       여행갈 때마다 늘 최고로 여기는 것. 하루종일 열심히 돌아다니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씻고 동네로 나가 맛있는 음식과 생맥주로 배를 채우고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것. 둘째 날 밤, 비가 오고 있었지만, 했다. 최고로 여기는 것! 

     

        7시에 메구로역에서 언니와 만나기로 했다. 누구든 10분이 지나면 벌써 돌아와 있거나, 늦는 거라고 생각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 버려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고 기다리다 10분이 되어도 언니가 안 나타나길래 아파서 먼저 들어가 있나보다 하고 숙소로 갔다. 방에 있을 줄 알고 카운터에서 열쇠도 안 받고 곧장 올라갔는데, 언니가 없었다. 카운터에서 열쇠 찾는 말을 언니가 알려줬고 그걸 적어뒀었다. 그 페이지를 찾아 더듬더듬 말을 건네고 열쇠를 찾아왔다. 옷이며 몸이며 다 젖은 터라 바로 씻었다. 그 사이 언니가 왔다. 씻고 나와 언니를 로비에서 만났다. 언니가 점심에 먹은 음식 사진을 보여줬다. 내게 헤매지 않았냐고 물어봐줬다. 비가 많이 와 힘들었지만 둘이 잘 다닌 걸로 결론. 언니가 물색한 동네 라멘집으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메구로 극장이 있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었다. 뭔가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라멘집은 손님이 많았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배가 고파 라멘도 시키고, 교자도 시켰다. 언니가 명란밥이 있다고 하길래 그것도 시키자고 했다. 당연히 생맥주도 시켰다. 맛있었다! 내일 날씨는 어떨까. 다음 날은 본격적인 태풍 진입의 날이었다. 앞에 앉았던 여학생 둘은 교자와 라멘 그릇을 깔끔하게 비우고 갔고, 옆에 앉은 여자 둘은 라멘을 다 먹고 담배를 폈다. 구석 테이블에는 중국인 가족이 와서 금방 먹고 일어났고, 창가 쪽에 서양인 부부도 있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기로 했다. 겨울 한정으로 나온 맥주도 사고, 짭잘해서 자꾸만 손이 가던 오징어 안주도 사고, 세일 중이던 파인애플도 샀다. 무척 달았다. 내일 먹을 페코짱 요거트도 사고, 커다란 UCC 커피 패트도 샀다. 숙소에 와 이바다시에서 사온 페코야끼를 꺼내봤는데, 애들 눈알이 으시시한 것이 무서웠다. 역시 디테일한 일본. 크림치즈 맛에 귀여운 치-즈 이쑤시개 핀을 꽂아줬다.

     

       언니는 씼었고, 나는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1회를 무려 생방송으로 봤다. 자막 따위는 없으나 책으로 읽어 대충 내용이 이해가 갔다. 마트에서 사온 맥주도 마셨다. 언니가 씻고 나왔고, 각자에 침대에 앉고 누워 각자의 술을 마셨다. 드라마가 끝나고 예능 프로를 했는데, 개그맨 둘이 썰렁한 몸개그를 했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웃겼다. 술 기운이 돌기 시작해서 그랬나. 언니가 지금 나오는 저 사람, <고잉 마이 홈>에 동네 아저씨로 나온 사람이 개그맨인데, 엄청 소심하고 집에만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개그맨이다, 그 사람이 낯가림 특집 토크쇼 같은 데 나왔는데, 낯가림이 심한 개그맨들이 모인 프로였다, 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엄청 웃겼다. 그리고 그 개그맨이 좋아졌다. 욕심내지 않고 딱 두 캔만 마시고 잤다. 내일 날씨는 어떨까 걱정하면서. 고생했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을, 그리고 벌써 남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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