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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의 메모들
    모퉁이다방 2014. 10. 25. 08:24

     

     

     

        바야흐로 가을. 추워졌다. 며칠 전에 두꺼운 후드티를 꺼내 입었는데, 앞 주머니에 지난 초봄의 메모가 있었다. 무지에서 파는 에코백에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을 스탬프로 찍어서 가지고 다닐 생각으로 적어놓은 거였다. 정작 무지에 가보니 가방 끈이 너무 짧아서 쓸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던 계획. 메모에는 헤밍웨이, 카버, 고흐, 서머셋 몸, 앤드류 포터, 호시노 미치오, 위화의 이름이 영어로 씌여져 있었다.

     

        여행은 '나중에 노년이 되어서 시간과 돈이 넉넉할 때 해야지'라고 뒤로 미뤄두는 것이 아니라 돈은 비록 빠듯하더라도 젊었을 때 부지런히 다니며 견문을 넓혀야 지적 재산으로 추적되어 세상에 다른 모습으로 재생산될 수 있음을 지우펀에서 배우고 간다. 하루라도 어렸을 때 여행을 떠나야 한다.

    - 이건 올해 가을의 메모. <오! 타이완> 21쪽에서 22쪽 사이의 글이다. 뭔가 이 구절을 읽고 설레여져서 적어뒀다.

     

        이번 주 합정의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친구와 캔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불현듯 노란 단풍잎이 우리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떨어졌다. 그 날 친구가 카뮈의 <이방인>을 빌려줬는데 그 나뭇잎을 그대로 책장 사이에 키워뒀다. 오늘 아침 일찍 눈이 뜨여 책을 읽으려고 보니 그 단풍잎이 빳빳하게 잘 눌러져 있었다. 대학교 때는 떨어지는 단풍잎을 손으로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나무 밑에 서 있곤 했는데. 어느새 서른 다섯의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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