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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깐 저기까지만,
    서재를쌓다 2014. 8. 10. 01:14

     

        원래 여행을 좋아했던 건 아닙니다. 예전에 일본에는 47개의 도도부현이 있다 하니, 전부 한번 가보자 하고, 혼자 전국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서랄까, 떨떠름하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여행은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은 걸핏하면 여행을 갑니다. 혼자일 때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잠깐 저기까지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갑니다.

        처음으로 혼자 외국여행도 경험했습니다. 핀란드에 있을 때의 '나'도, 평소의 '나'라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그럴 때, 나는 내 인생을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실감합니다.

    - p.5, 시작하며.

     

        '어제까지 몰랐던 세계를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날 밤은 이불 속에 누우면 언제나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p. 194, 마치며.

     

     

        사실, 사람들이 하는 커다랗고 화려한 여행들이 부러웠다. 내가 하지 못한 모든 여행들이 부러웠다. 좀 더 일찍 그곳들에 가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스다 미리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작은 여행이라도 괜찮아. 아니, 작은 여행이라서 좋아. <잠깐 저기까지만>과 <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을 연달아 읽었다. 이 책들에서 마스다 미리는 작은 여행들을 한다. 길게 떠나는 여행보다 가고 싶어질 때, 그래 한번 가볼까, 하고 훌쩍 떠나는 짧은 여행들. 그 여행길에서 먹은 것들, 한 것들, 떠오른 생각들을 써내려 간다. 돌발 상황은 거의 없다. 계획했던 대로다. 그걸 담담히 써내려 간다. 엄마랑도 떠나고, 남자친구와도 떠나고, 친구들과도 떠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혼자서도 떠난다. 기차에서 바다에 잠기는 노을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곳을 발견하면 줄을 서서 얼마나 맛있는지 꼭 먹어본다. 청춘이란 지난 뒤에도 어딘가 가까이 있다가 이따금 얼굴을 내미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버섯을 보고 다양한 생물이 있구나 생각한다. '즐거웠던 날이 끝나고, 언제나의 생활로 돌아와 청소와 빨래로 정신없이 바쁘네! 고맙다. 즐거운 추억이 생겼구나'라는 엄마의 문자를 받기도 한다.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다음에도 같은 여행이 될리는 없다는 진리를 깨닫기도 하고, 집단에서 잘 어울리는 못하는 혼자 있는 아이를 보고 빨리 어른이라는 장소로 도망쳐 오라고, 어른이 되면 좀더 자유롭다고, 혼자 여행을 떠나도 괜찮다고 빔을 보내기도 한다. 7월에는 여러모로 우울했다. 우울한 동안 이 책을 읽었다. 이 책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8월이 되자 거짓말처럼 마음이 괜찮아졌다. 그래, 이대로도 괜찮아, 라고 생각되기 시작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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