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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밤
    서재를쌓다 2014. 7. 14. 21:54

     

     

     

     

     

        택시 안이었다. 혹시 인디밴드 음악 좋아하지 않아요? 내가 그렇다고 하니,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일산에서 1차를 하고 2차를 하러 합정으로 넘어가는 택시 안이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우리가 만나기도 전, 같은 공간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크리스마스 날, 루시드 폴의 공연장에. 그것도 그녀도, 나도 혼자서. 좋아할 것 같다면서 이 만화책을 빌려줬다. 정말 아끼는 만화라면서. 바닷마을 다이어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화한다는 뉴스를 보고, 기억이 가물가물해 고민하다가 주문을 했다. 누군가 이 책의 100자평에 "계속 벼르다가 산 만화책들. 안 샀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라고 남긴 걸 보고서 바로 주문했다. 다시 읽는데,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처음 읽는 것만 같았다. 읽으면서 지금은 일을 그만둔 그 사람 생각이 났다. 내게 인디밴드를 좋아하지 않느냐고 하던 사람. 우리는 공통점이 꽤 있었는데, 좀더 친해지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밤, 다섯 권을 다 읽고 나니 누군가 남긴 100자평처럼 나도 "계속 벼르다가 산 만화책들. 안 샀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 가마쿠라에 더 가고 싶어졌고, 잔멸치 토스트를 꼭 만들어 먹고 싶어졌다. 첫눈에 알아보지 못해도, 시간을 두고 보면 꽤 괜찮은 사람에게 서서히 물들어 가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아야세 하루카가 과연 첫째 딸 역할에 잘 어울릴까도 생각했다. 그 사람은 임신을 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애기를 낳고 누구의 엄마로 카카오톡 대화명이 바뀌더니, 얼마 전에는 부쩍 자란 아이의 사진이 올라왔다. 한번 연락을 해 볼까 하다 말았다. 잘 지내고 있겠지. 내년 초여름이면 영화를 볼 수 있겠지. 그녀의 아이는 그때가 되면 몰라보게 더 자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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