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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ncert 아무 것도 아닌 나
    무대를보다 2011. 8. 6. 20:26
    토마스 쿡 - 2집 journey
    토마스 쿡 (Thomas Cook) 노래/로엔


        동생이 혼자 점을 보러 갔다. 가족들 사주도 조금씩 보아준 모양이다. 언니는 조금 외로운 사주래. 결혼을 못 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조금 외롭대. 금요일에 토마스 쿡 공연을 다녀왔다. 그 공연을 보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동생이 말해 준 사주 생각이 났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 사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외로웠으니 이제 외롭지 않고 싶었다. 어제 버스 안에서 그 사주 생각이 났다. 그리 나쁜 사주 같지 않았다. 나는 예전에도 외로웠고, 지금도 외롭고, 앞으로도 외로울 거고. 외로운 건 이 세상에 나 뿐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자 이 사주가 꽤 근사해졌다. 조금 외로운 사주. 생각해 봤는데, 나는 이 남자가 무대에서와는 달리 외로운 면이 많은 사람이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혼자가 된 그의 공연은 셋이었던 예전 공연만큼 좋았다. 유머러스한 면도 여전하고, 음악은 잔잔하고도 깊었다. 

         우리는 자그마한 공연장 안에 따닥따닥 앉아 있었다. 앞 사람 때문에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공연장이었다. 앞사람이 움직이면 나도 따라 움직여야 하는 공연장 안에 앉아 있었다. 키가 크고 마른 그가 무대 위로 나왔다. 마지막 곡과 앵콜 곡들을 제외하고 그는 내내 앉아 있었다. 의자에 앉아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긴장한 게 분명했다. 처음 몇 곡이 지나자 내가 좋아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혼자 기타를 치면서 불렀던 세 곡. 데미안 라이스의 노래와 이적의 노래와 그리고 마이앤트메리의 노래. 그가 '사랑은 어디로'를 불렀을 때 옆자리의 친구가 울어 버릴까 걱정됐다. 친구는 얼마 전 오래 사귄 사람과 헤어졌다. 정작 친구는 다른 노래들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나는 이 노래만 들으면 가슴이 철컹한다. 어떤 사람이 생각나는 게 아니라, 사랑, 그 감정이 생각나서. 정말 그 시절 설레였던 사랑의 감정들은 어디로 가버린 건지.
     
        나흘 동안 게스트가 다 다른데, 금요일은 루시드 폴이었다. 흰 티를 입고 모자를 쓰고 그가 기타를 들고 나왔다. 8년 전 순용이와 이 무대에 선 적이 있다면서, 공연이 끝나고 근처 호프집에서 그 날의 수익을 나눠가졌던 기억이 있다면서, 앨범 만드는 내내 순용이는 두문불출했다면서, 그게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를 믿었다고, 순용이는 자신의 거울과도 같다고, 이런 소극장 공연을 좀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면서, 아마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8년 전에도 이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을 거라면서, '새'를 불러줬다. 그리고 '그대는 나즈막히'도. 

        주로 씨디의 앞 부분들을 반복해서 들었는데, 공연장에서 들으니 뒷 부분의 노래들도 좋았다. '아무 것도 아닌 나'를 불러버리기에 마지막 곡이 뭘까 궁금했었는데 '폭풍 속으로'였다. 이 노래, 그냥 들을 때는 몰랐는데 공연장에서 들으니 가사들이 내게 하는 말들 같았다. 그가 내게 말했다. 바람 속으로 뛰어들어가라고, 달아나지 말라고, 약해지지 말라고, 꿈을 잊지 말라고, 숨 쉬는 동안 나를 느껴보라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발을 내딛으라고, 뛰어가라고. 음악은 이렇게 좋구나, 외로운 그는 여전히 좋구나, 느낀 금요일 밤. 고마웠어요. 또 봐요.우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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