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코코 샤넬 - 오두리 토투'만' 보아요!
    극장에가다 2009. 9. 2. 22:31



       요즘 몸을 좀 가볍게 하려고 먹는 걸 줄이고, 예전보다 좀 더 걷고 있다. 집으로 오는 길이면, 또 저녁을 못 먹는다는 사실과 내일 점심 때 뭘 먹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책이고 음악이고 읽고 들을 틈이 없다. 이틀 전부터 한 정거장 일찍 내려서 동네에서 가장 큰 홈플러스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사고 있는데, 거긴 넓으니깐 구경도 하고 걸을 수도 있다. 그제랑 어제는 샐러드를 먹었으니, 내일은 야채랑 닭고기, 새우를 듬뿍 넣은 월남쌈을 싸가자고 왕십리 역을 지나며 생각했다. 월남쌈 재료를 사러 갔는데, 그 매장은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화장품 코너, 다음이 맥주 코너다. 홈플러스 매장에는 얼마나 많은 세계 맥주가 있는지. 며칠 전에는 그냥 와 버렸지만, 오늘은 프랑스 맥주를 한 병 샀다. 아주 작고 귀여운 병에 소량의 맥주가 들어있다. 이름은 비어 스페셜. 4.8도다. 내일 싸갈 월남쌈 준비를 다 해놓고, 고 맥주를 땄다. (안주 없이 맥주랑 먹는 거니깐 괜찮겠죠? ㅠ) 그러니까 이게 프랑스로부터 물 건너온 프랑스맥주란 말이다. 캬, 맛도 좋다. 

       프랑스 맥주 하니까 생각나는 프랑스 배우. 오드리 토투가 나오는 영화를 지난 주말에 봤다. <코코 샤샤넬>. 뭐랄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두 가지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모두에게 해당될 지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그랬다. 하나는 오드리 토투가 많이 늙었다는 거. <아멜리에>의 상콤한 이미지는 이제 찾을 수 없다. 살이 더 빠진듯한 느낌인데, 나는 지금의, 이 영화 속의 오드리 토투의 분위기가 참 좋았다. 차분하고, 약해보이지만 강한 사람이다. 표정은 어두워 보이지만, 결코 어둡지 않은, 당당하게 자신을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그게 샤넬이기도 하지만, 오드리 토투이기도 하다. 둘째는, 이 영화가 샤넬의 전기영화라기보다, 사랑 영화라는 거. 이 부분은 좀 실망스럽다. 이 영화에서 샤넬이 만든 옷이나, 일에 대한 열정, 어떻게 그녀가 성공했는가를 찾기란 좀 힘들다. 그걸 찾으려면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한다. 영화는 샤넬의 사랑에 집중한다. 오직 사랑 그 하나만. 그래서 마지막의 콜렉션은 좀 황당하다. 지금까지 사랑이야기만 보여주다가, 고 사랑이 없어지고 나니까 1분 동안 열심히 옷 만들다가 콜렉션인 셈이다. 사랑이랑 일 이야기를 적절히 배분했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차라리 일과 성공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좋았을텐데. 사랑은 뭐랄까. 허무하잖아.

         그래도 이 영화의 분위기만은 좋았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취해있었던 이유도 영화의 분위기였다. 고요하고, 잔잔하다. 사랑의 감정은 샤넬의 가슴 속에 번개처럼 찾아와서 강렬하게 불 붙었겠지만, 그걸 표현하는 영화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오드리 토투도 이 영화에서 정말 예쁘다. (그 우스꽝스런 드레스며, 화려한 모자장식들 속에서 단아한 오드리는 얼마나 빛났던가!) 그녀의 미소는 빛난다. 화려하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고요하게 번진다. 게다가 아름답고, 단아하다. 그걸로 된거지. 뭐. 성공하고 싶고, 일하고 싶고, 당당해지고 싶었던 그녀는 영화 속에서 계속 남자의 그늘 속에 있었지만, 영화는 그것밖에 표현하지 못했지만, 그래서 아쉽지만, 뭐. 뭐. 오드리 토투가 예뻤으니까. 빛났으니까. 그걸로 됐다, 싶다. 아, 우습게도 샤넬의 진짜 사랑이 나타났을 때, 내 마음이 콩닥거렸다. 별 것도 아닌 영화 속 사랑놀이에 내 가슴이 벌렁벌렁대서, 그게 너무 이상해서, 올 가을에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지. 휴우. 그나저나, 정말, 왜 그랬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