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사랑이하고싶어사랑이하고싶어사랑이하고싶어
    티비를보다 2009. 7. 17. 01:38

       오늘 광화문에 가서 두 개의 선물을 샀다. 오늘도 생일, 내일도 생일이다. 뭐랄까. 생일이라는 거, 그냥 수많은 날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열심히 살아가야 하니까, 태어난 날을 축하해야 한다.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의미있는 축하의 선물을 건네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태어나서 다행이듯, 나도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힘을 내기 위해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우리 함께, 열심히 살아보자고. 이왕 사는 거 흥이 나게 살아보자고.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그리고 생일이 궁금한 사람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나는 믿고 있다. 언젠가 이런 내가 되어서 좋았다고 생각할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왜냐면 우리들은 슬프거나 외롭다는 생각을 하려고 지금까지 살아온 게 아니니까.' 그 분은 2월에 태어났다는 문자를 보내줬다.

        저 말은 내가 6월에서 7월까지 보았던 일본 드라마의 나래이션. 그러니까, 첫 눈에 반한 드라마라고 해두자. <수박>이나 <섹시 보이스 앤 로보>와 같은 일드를 찾고 있던 내게 Y언니는 말해줬다. <사랑이 하고 싶어*3>를 봐. 언니는 그냥 쉽게 '사랑이 하고 싶어 곱하기 삼'이라고 이 드라마 제목을 말하곤 하지만, 이 드라마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저렇게 짧게 말해서는 안 된다. 꼭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라고 말해야 한다. 숨이 차도 그렇게 말해야 한다. 귀찮아도 그렇게 말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요 드라마가 피부에 착 붙게 느껴지니까. 가슴에 착 달라붙는 제목이니까. 다같이 자-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 (이렇게 타자로 칠 때도 절대 컨트롤 C나 V를 쓰지 않는다. 일일이 다 친다구요. 그래야 간절해지니깐. /아흑/)

        그러니까 다시 생일 이야기로 넘어가자. 이 드라마에는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미칸짱이나 센세, 오다기리 조의 옛 연인 분 정도가 주인공 아닌가 반문하시는 분. 드라마 제대로 보신 거 맞습니까?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다. 다시, 생일. 드라마는 미칸짱의 생일로부터 시작한다. 호텔에서 일하는 귀염둥이 미칸짱은, 귀엽게 생겼으면서 자신의 매력도 모르는 바보같은 미칸짱은 사랑을 나누었던 흔적이 남겨진 이부자리를 정리하면서 이 도쿄라는 도시 안에 자신과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한다. 왠지 너무 쓸쓸하고, 불안하고 참을 수 없는 상태의 사람. 하지만, 그런 기분을 누구에게도 전하고 싶지 않아서 시간이 가는 것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런 사람. 미칸짱은 그런 사람이었다. 

        1화의 초반부에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다들 모인다. 규동집에서. 규동을 먹고, 맥주를 마시면서. 모두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다. 생일날 자신에게 선물하려고 찜해두었던 빨간색 샌들을 놓친 미칸짱과, 약혼녀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센세,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모네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와타루와, 자신을 무시하는 가족들에 둘러싸여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주부 오리에,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치로, 이치로의 말에 의하면 사랑하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아이, 그리고 규동의 점장, 분페이까지. 모두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미칸짱은 그 날, 놓쳐버렸던 빨간색 샌들을 선물받는다. 센세가 약혼녀에게 주려고 샀던 선물인데, 도망가버렸으니 그냥 옆에서 규동을 깨작거리며 먹고 있던 미칸짱에게 줘 버린 거다. 그런데 미칸짱은 모르는 사람에게 생일선물을 받은 셈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자기가 갖고 싶어 했던 빨간색 샌들. 영원히 함께하자는 축하 메세지까지. 그렇게 드라마는 시작된다.

       이 일곱 사람의 감정들이 얽히고 얽힌다. 에이는 삐를 좋아하고, 삐는 씨를 좋아하고. 디는 나이가 많고 이는 어리고. 당신과 사귀지만 단지 외로워서일 뿐이고. 당신이 필요하지만 좋아한다는 말도 못 건넬 뿐이고. 당신이 필요없다 생각했지만 당신이 떠나고보니 내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은 당신이라는 걸 깨닫을 뿐이고. 그렇게 얽히고 얽히던 일곱 사람이 다시 다같이 모인다. 이번에는 서로가 서로를 안다. 에이도 외로운 사람, 삐도 외로운 사람, 씨도 쓸쓸한 사람, 디도 쓸쓸한 사람. 누구에게도 말 못한 비밀 하나씩을 각자 털어놓는데,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다. 모두들 외롭다는 이야기다. 쓸쓸하고, 불안하고 참을 수 없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서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는 그런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고, 그래서 하루하루를 말할 수 있고, 쓸쓸하지 않게, 불안하지 않게, 참을 수 있게 보내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뭐. 한 마디로 꿈을 찾아간다는 이야기. 그들은 모두 성장한다. 마흔이 넘은 아저씨도, 대입 시험을 앞둔 고등학생도. 

       그러니까 단지,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 편하지 않은 사람들과 퇴근 후, 저녁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의 느낌, 외롭고 쓸쓸하고 참을 수 없는 그런 느낌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분명히 초반의 드라마는 그랬다. 역시 드라마는 성장해야 하기 떄문에, 주인공들도 성장한다. 그 외로운 사람들이 어느새 다들 꿈을 찾아 제각각 떠난다. 그 꿈이 사랑인 사람도 있고, 일인 사람도 있다. 모두들 확신은 없지만, 그 길을 향해서 씩씩하게 나간다. 무지개를 보았으니까. 비가 오고 무지개가 떴다. 그리고 일곱 명의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모두 같은 심정으로 그 일곱 빛깔의 무지개를 올려다본다. 이제 할 수 있을 거라는, 시작해보리라는 희망. 어딘가 이 무지개를 보고 용기를 얻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 그래서 규동집 점장이었던 분페이는 '미칸짱'이라는 이름의 빵을 굽는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빵이라니. 너무 멋지다규. 미칸짱도 감동했다지.) 미칸짱은 센세의 말에 의하면 예뻐졌고(원래 예뻤는데), 이치로는 진실된 삶을 살아간다. 모두 그렇다. 무지개를 보면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  

       '어쩌면 사람은 여러 가지 것을 잃어버리기 위해서 사는 건지도 모른다. 젊음, 꿈, 정열, 호기심, 용기, 그리고, 사람은 결국 희망을 잃어버린다. 희망이 없어진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이건 8화의 나래이션이고, 결국 드라마 속 사람들은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 헤매고, 그 희망을 주워서 묻은 흙을 탈탈 털고 앞으로, 앞으로 나간다. 그러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날 수 있으니까. 헤헤. 이 드라마를 보는 아침, 저녁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귀여운 미칸짱이 먹었던 규동도 먹었고, 이치로가 자주 마셨던 맥주도 마셨고, 이제 미칸짱이라는 이름의 귀여운 빵을 찾아야겠는데. 그렇다면 일단 빵을 구워야겠지? 빵을 굽는 사이 비가 올테고, 그 비가 그치면 무지개가 뜰테고, 그 무지개를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올려다보는 사람이 있을테지. 그러면 나는 언젠가 그 사람이 두고간 우산을 주울 수 있을테고. 우리의 꿈은 이루어지겠지. 희망은, 인간에게 희망은, 꼭 있어야 한다. 돈 드는 일이 아니니까. 꼭 붙잡고 있어야지. 도망가지 못하게.

        아, 정말 좋은 드라마였다. 아리가또,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 모두 알겠지만, 지금 키보드로 친 이 제목 절대 복사, 붙여넣기 안 한 거다. 온전한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라는 말씀. 다시 한번, 아리가또.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