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노리플라이 공연 - 그의 목에는,
    무대를보다 2009. 7. 12. 02:30

         쓰기, 버튼을 누르고 새하얀 창이 열린 순간, 우두둑 빗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한 방울, 두 방울씩 오후 내내 콧물같이 찔끔찔끔 내리더니 드디어 우두둑 여름비가 온다. 오늘 밤은 선풍기를 끄고 잘 수 있겠다. 아, 좋아라. 내가 노리플라이 노래를 따로 찾아 들어봐야겠다고 결심한 건, 라라라에 나온 권순관(씨. 아, 호칭이 어색하구나. 난 오늘 그를 오고왔으니. 뭔가 친숙하게 부르고 싶건만. ㅠ)을 본 뒤였다. 그 날 건반을 치면서 타루랑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를 불렀는데, 그의 얼굴이 점점 시뻘개지더니 나중에는 목에 선 시뻘건 핏대까지 보였다. 그야말로 열창을 하는 권순관. 나는 그 날 그에게 반한 거다. 

        오늘은 1시간 반동안 그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보았는데, 오른쪽 목에 생기는 핏줄을 매우 또렷하게 보았다. 그를 가질 수 있다면, 난 그의 노래부를 때 핏줄부터 가질테닷. 그리고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그가 혼자 솔로로 건반을 치면서 불렀던 '흐릿해져'라는 '오늘의' 곡이 음반 속의 풍성한 사운드의 버전보다 더 좋았다는 사실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알았다. 아, 그 노래는 정말 그 버전으로 다시 듣고 싶다. 오늘 공연으로 인해 좋았던 곡들은 더 좋아졌고, (나는 6월에 매일 하루에 열 번씩 '그대 걷던 길'을 들었다. 내가 6월에 사랑했던 노래.) 마음에 없던 곡들도 좋아졌다. 

        아. 오늘은 친구랑 맥주랑 칵테일을 나눠 마시긴 했지만, 흡족하진 않은 양이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맥주캔도 맥주병도 사지 않았다. 클렌징 폼과 에그 비누로 깨끗하게 씻고, 스킨이랑 에센스 크림도 꼼꼼하게 바르고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가득 따라 벌컥거리며 마셨다. 차가운 물만으로도 좋은 밤이다. 친구랑 헤어지고 버스를 탔는데, 모든 게 완벽했다. 친구는 마침 지나가는 버스로 내 몸을 떠밀어주었고, 덕분에 난 버스를 기다리지도 않았다. 자리도 많았다. 혼자 앉는 뒷자리가 있는 버스였다. 고 자리도 비어있었다. 그 자리에 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엠피쓰리플레이어를 꺼내 노리플라이를 들었다. 버스는 쾌속 질주했고, 밤의 풍경도 아름다웠다. 권순관의 목의 핏대가 다시 떠올랐으며, 게스트로 나온 오지은의 열창도 생각났다. 함께 부른 '오래전 그 멜로디'도 오늘 공연 버전이 훨씬 좋았다. 라이브가 이리도 아름답다니. 유재하의 금상과 동상을 나눠 가졌다니, 과연 대상은 누굴까 궁금해졌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우두둑 여름비가 쏟아지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그 2006년 17회 유재하 경연 대회 대상의 노래를 찾아 듣고 있다. 이름은 오윤아. 제목은 '마음을 다해 부르면'. 담백한 곡인데, 비소리와 잘 어울린다. 오늘 버스 안에서 기분 좋게 노리플라이 이번 앨범을 한 번씩 다 들었으니, 오늘 새벽에는 이 노래만 반복해서 듣고 잠에 들 거다. 그러면 마음을 다해 좋은 꿈을 꿀 수 있을까? 정말 좋은 꿈을 꾸고 싶은 밤이다. 이번 앨범에서 내가 좋아하는 한 구절의 가사가 있다. 어쩐 일인지 몰라도, 그 멜로디에 이 가사가 나오면, 내 심장이 스르르 떨린다. 별 거 아닌 구절인데. 이상하지. 바로 이 구절. '그대 손 잡던 버릇이 아직 남아서'. 그대 손 잡던 버릇이 아직 남은 '손'은, 얼마나. 쓸쓸할까.





    (친구야, 마지막 페이지 유심히 보니, 사진이 생선작가야. 역시. 사진 잘 찍는다아.)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