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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윤 공연 - 꽃, 다시 첫번째
    무대를보다 2009. 7. 7. 21:38

        지난 토요일에는 박지윤을 만나러 서강대에 갔다. 이번 박지윤 앨범에 루시드폴이 작곡, 작사한 '봄눈'이라는 곡이 있다길래 찾아서 듣기 시작했는데, 앨범이 좋았다. 어찌어찌해서 콘서트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운 좋은 여자라지. 공연에서 안 사실인데, 이번 앨범이 무려 7집이다. 7번째에서 다시 시작하는 그녀의 앨범 제목은 '꽃, 다시 첫번째'. 7은 행운의 숫자니깐 잘 될 거다. 공연은 좋았다. 역시나 눈물 많은 여자인 나는 공연의 처음과 마지막에 가슴이 벅차서 눈물을 흘릴 뻔 했는데, 첫 곡은 이번 7집의 '봄, 여름 그 사이'였고, 마지막 곡은 한 때 내가 정말 사랑했던 곡, 그래서 애창했던 곡 '환상'. 동생은 마지막 곡을 들으며 꼭 지가 눈물 흘린 걸 나한테 보여줬다. 언니, 나 봐. 지금 울고 있어. -_-

        무대가 너무 예뻤다. 기타, 베이스, 드럼, 피아노가 박지윤의 뒷편과 양옆으로 자리잡고 있었고, (첼로와 바이올린도 있었는데, 내 자리에선 안 보였다. 박지윤이 나중에 소개해줘서 알았다) 박지윤은 작은 마름모 꼴의 조명이 비치는 무대 위에 서서, 그리고 앉아서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불렀다. 편한 운동화를 신고, 머리를 위로 동그랗게 묶고,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2시간 내내 노래를 불렀다. 지금의 노래들도 불러주고, 예전의 노래들도 불러줬다. 아, 내가 어디선가 듣고 첫 '귀'에 반해버렸던 레이첼 야마가타의 'Over and over'도 불러줬다. 'Over and over'의 전주가 쏟아져나올 때의 감동이란. 그리고 중간중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들려줬다. 혼자서 낮에 영화를 보러 가는 걸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번 앨범을 낸 흡족함에 대해, 지나간 노래들에 대해, 지나간 사랑에 대해, 이번 앨범에 실지 못했던 곡에 대해, (아, 이 노래는 직접 불러줬다. 제목이 '지금, 그대'였나.) 좋아했던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았던 일에 대해, 초콜릿을 좋아하는 자신에 대해, 꽃에 대해, 책에 대해.

       그리고 내가 반해 버린 무대 장치들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우선 첫 곡이 시작되기 전에, 무대 앞에 있던 하얀 장막 위로 박지윤의 영상이 펼쳐졌다. 그녀의 소소한 일상을 찍은 연출된 게 분명한 아주 예쁜 영상이었다. 영상이 끝나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말했다시피, 첫 곡은 '봄, 여름 그 사이'. 아직 장막은 올라가지 않은 상태. 그 장막 위로 초록빛 커다란 여름 나무의 길이 펼쳐졌다. 여름의 나무가 바람을 만나 샤르르 흔들렸다. 그 가운데 그녀가 앉아 노래했다. 나뭇잎이 쉴 새없이 샤르르 흔들였다. 샤르르. 노래가 끝나자 장막이 스르르 올라갔다. 그 뒤로도 나무는 무대 위에 자주 얼굴을 내밀었다. 분명히 초여름의 나무였다. 나뭇잎도, 나무기둥도 그랬다. 꿋꿋한 여름의 나무. 

       <원스> 노래를 부를 때는 무대 뒤에 세 개의 작은 화면이 이어져 나왔다. 그녀의 얼굴을 잡은 화면, 기타를 치는 그녀의 손을 잡은 화면, 노래를 부르는 무대 위의 그녀. 영화 같은 화면이었다. 그리고 또 하늘이 무대 뒤로 펼쳐졌던 노래가 있었는데, 그 노래가 생각이 안 난다.  '괜찮아요'였나. 조그맣고 파랬던 하늘이 점점 커지더니 무섭게 변했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이. 노래가 계속되고, 하늘은 점점 맑아지더니, 그래서 본래의 하늘을 되찾고, 다시 작아졌다. 파랗고 파란, 맑은 하늘만 조그맣게 무대 뒤켠에 남았다. 맞다. 노래를 들으니 알겠다. '괜찮아요'가 맞다.

        앵콜곡으로 '하늘색 꿈'과 '환상'을 듣고 나와서는 사인 시디를 샀다. 시디도 예쁘더라. 앨범에 예쁜 꽃들이 자그맣게 있었다. 나무, 꽃, 하늘을 좋아한다고 공연 중에 말했던 것 같다. 예쁘고 앙증맞은 사인이 꽃처럼 예쁘게 그려져 있었다. 뭐랄까. 흠. 난 이제 그녀의 팬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 전엔 그냥 그녀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팬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생각보다 털털했던, 운동화가 무척 잘 어울렸던, 힘 하나 안 들이고 노래를 잘만 부르던, 예쁜 그녀, 아무튼 박지윤은 노래할 때 제일 멋지다. '바래진 기억에', '4월 16일', '돌아오면돼'가 특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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