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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스트 서클 공연
    무대를보다 2009. 5. 10. 01:08

        나는 마이앤트메리의 3년 된 팬이니까. 그 중에도 토마스의 열혈팬이니까. 오늘 내가 보았던 공연의 토마스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다. 오늘 토마스는 '아티스트'라고 예쁘게 새겨진 티를 입고 등장했다. 그리고 오늘의 토마스는 조금 쓸쓸해보였다. 아니, 고독해보였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3년 된 팬으로써, 그리고 2년 동안 모든 공연을 보러 간 팬으로써, (하지만 아직까지 첫 번째, 두 번째 줄을 예매할 정도로 부지런하지도, 자신도 없는 팬으로써. 그렇지만 오늘은 혼자서 꿋꿋하게 공연을 즐긴 팬으로써), 오늘의 토마스는 조금 고독해보였다. 지금까지의 공연장 중에 제일 무대가 커다랬던 공연장이었는데, 조명 때문이였을까. 하얗고, 노랗고, 파란 조명이 무대 가득 퍼지고, (천장이 무척 높았다.) 그 아래 토마스가 우두커니 서서 실루엣을 비추며 노래하는데, 언젠가 그가 했다던 어떤 말이 생각났다. 화려한 옷을 입고, 행복해보여도 집에 들어가서 새벽 시간에는 다 마찬가지로 외롭다고. 거의 3시간 동안의 공연 내내 나는 오늘 토마스의 새벽 시간을 상상했다. 공연을 하고 난 밤은 특히 더 허무하고 외롭다고 했는데. 그는 오늘 얼마나 고독할까. 하물며 오늘 그는 무대 위에서도 고독해보였다. 자꾸 누군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 그의 실루엣은 살짝 눈물을 닦는 듯도 했다. 토마스는 맨날 전화하라고 손짓하고 사라지지만, 전화번호를 알 길 없는 팬들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전화할 수도 없지만. 만일 내가 토마스의 전화번호를 알고, 그래서 그에게 고독한 새벽시간 전화를 건다 해도, 그 공허함은 누구도 채워줄 수 없다는 걸 난 알고 있지. 내 경우도 그러하니까. 그런데 그가 고독해서 내게 오늘의 공연은 좀더 좋았다. 토마스가 고독한 덕분에 '나이트 블루'를 들으면서 코 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어쩜 이런 가사를 쓰는걸까. '쏟아지는 빗 속에 나 혼자일 때 / 길 잃은 밤에 문득 돌아선 골목 / 빛나는 내 꿈이 세상에 꺾일 때 / 힘겨운 언덕 위를 올려다 볼 때 / 술 취한 밤에 문득 생각 날 때면'. 이건 정말 내가 사랑하는 가사다.

       오늘 나는 많은 노래들을 들었다. 거의 3시간 가까이 그 곳에 있었으니까.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고, 폴짝폴짝 뛰기도 하면서. 정말 많은 곡들을 들었다. '랑겔한스'랑 '너는 내 맘 속에'에 맞춰 전제덕의 하모니카 연주도 들었고, 조원선도 실제로 봤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부를 때 그녀의 표정이 좋다. '사일런스'는 정말로 처음 앨범을 들을 때, 제목을 모르고 계속 듣기만 했는데 사일런스라고 반복하는 그 가사가 '사랑'인 줄 알았다. 그래서 사랑이라니, 순용아. 했지. 왜냐면 사랑,이라는 말은 가사에 넣지 않고, 말도 잘 하지 않는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으니까. 그런데 역시나 그건 '사일런스'였다. '사일런스'를 '사랑'으로 듣다니. 나도 참. '내게 다가와'를 들을 때는 조명이 꺼져 있었다. 그래서 이 가사가 더욱 잘 들렸다. '보이는 게 전부란 생각들 /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믿었어'. 아, '파도타기'도 불러줬다. 다른 편곡으로. 정말 좋았다. 역시 토마스가 고독한 실루엣을 보이며 기타를 치는데 마음이 찡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그건 토마스의 재치있는 멘트도, 꽃가루도, '락앤롤 스타'도 아니었다. 무대가 끝난 뒤에 이어지던 야외의 공연. 혼자라 공연이 끝난 뒤에 후다닥 나왔는데, 거기에 멤버들이 있었다. 작은 공연이 이어졌다. 담배를 한 대씩 물고, 연주를 시작하더니, 사람들이 꽤 모이니 1집의 노래로 두 번째 앵콜 무대를 선사했다. '가족사진'과 '강릉에서'(캬. 내가 좋아하는 곡들)를 불러줬다. 1집의 노래로만 부른 이유는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일까, 그 때가 그립다는 것일까, 팬들이 요청했서였을까, 그들이 아끼는 곡들일까. 아무튼 신났다. 나는 첫 번째, 두 번째 줄에 자신없는 관객이었는데, 그 자그만 무대에서는 두 번째 줄에 행복하게 서 있는 관객이었다. 그래서 고독한 토마스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그는 행복하지만, 쓸쓸한 표정이었고, 벅차지만, 고독한 표정이었다. 응. 내가 보기엔 그랬다. 중간에 그런 말도 했지. '오늘 날씨 죽인다'. 정말, 날씨가 환상적이었다. 어디선가 시원한 5월의 바람이 불어왔고, 5월은 늦봄이자 초여름이니까. 나는 초여름의 바람을 좋아하니까. 그리고 토마스가 앞에 있으니까. 그의 고독한 표정이 멋지니까. 노래도 멋지고, 기타연주는 더더욱 멋지니까. 신이 았다. 5월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 그래서 좋은 일들만 있었고, 쭉 좋은 일들만 있을 것인가,라고 생각하니 행복해졌다. 5월의 공연을 5월 내내 기억할께요. 수고했어요. 난 올해가 지나면 당신들의 4년 된 팬이 될 거고, 5년 된 팬이 될 거니까, 다시 새 앨범으로 만나요. 그럼 또 설레는 마음으로 모든 공연을 따라다닐 테니까.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고, 콩콩 뛸 테니까. 오늘 진짜 멋졌음. 씨익- 아, 첫째 줄의 팬처럼 토마스에게 술 사줄 수 있어요. 좀 오래 굶지 뭐. 전화해요. 히히- 내 번호 모를테지만. 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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