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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의 초콜릿 - 장수하는 음악프로그램으로 남아주길
    티비를보다 2008. 3. 14. 16:09

       <김정은의 초콜릿> 첫 회가 방송됐다. '달콤하고 감미로운 음악과 토크가 흐르는' 무대를 만들겠다며 다소 떨려 보이는 김정은이 준비한 첫 방송을 시청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즐겨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음악 무대가 왜 한 방송사밖에 없을까. 많은 가수들이 러브레터에 출연하는 것을 영광으로 꼽고,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서 열창을 하는 이런 무대가 좀 더 많으면 가수에게도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매주 꼬박꼬박 시청하지는 못했지만 <김동률의 포유>가 없어질 때도, <김윤아의 뮤직 웨이브>가 없어지고, <이적의 음악공간>이 없어질 때도 아쉬웠다. 왜 다들 늦은 시간에 방송되어서 시청률은 현저하게 낮고 오래 가지 못하는가. 다행히 <김윤아의 뮤직 웨이브>에서 <이적의 음악공간>으로 이어진 무대는 <포유>처럼 아예 사라지지 않고 <김정은의 초콜릿>으로 이어졌다.

       이런 작고 따뜻한 노래와 이야기가 흐르는 무대가 이번에는 제발 없어지지 않고 <이소라의 프로포즈>만큼 <윤도현의 러브레터>만큼 장수하길 바라면서 첫방송을 시청했다. 김정은은 예의 그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긴장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며 첫 무대를 장식했다. 80년대의 히트곡 박혜성의 '도시의 삐에로'였다. 한 번 실수를 하긴 했지만 곧잘 불렀다. 박정현의 말대로 '귀여운' 실수였다. 그리고 박정현이 초콜릿같이 달콤한 노래 '달아요'를 불렀고, 유리상자도 함께 나와 그 날 결혼을 한 커플들을 아름다운 하모니로 축하해줬다. 그리고 백마탄 왕자님같은 컨셉의 하얀 이서진이 등장했고, 첫회라 꼭 출연하고 싶었다며 '고해'를 불렀다. 마지막 초대손님은 김장훈, 객석을 열광으로 이끌었다.

       물론 문제점들도 눈에 띄었다. <이적의 음악공간>의 처음에 많은 문제를 야기했던 편집문제가 <김정은의 초콜릿>에서도 보였다. 도무지 토크의 편집이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방송 시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토크 부분에서 편집을 감행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도무지 대책없이 툭툭 싹둑거리며 잘라낸 느낌이다. 편집만 보면 첫번째 손님이였던 박정현과 나중에 함께 나온 유리상자는 인사도 없이 갑자기 생뚱맞게 무대를 내려가버린 듯 했고, 이서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인사를 하고 다음 순서로 넘어가는 연결이 이렇게도 어색하다니.

       김정은은 이런 프로그램을 예전부터 꿈꿔와서 이렇게 맡게 된 것이 너무나 좋다고 했다. 그래서 잘 해나가고 싶다고. 1개월내내 연습한 피아노 연주며 프로그램 주제가까지 직접 부르는 그녀에게서 정말로 이 프로그램을 오래, 잘 해나가고 싶다는 의지가 보였다. 김정은이 무대를 떠나지 않고 가수가 노래하는 동안에도 무대 한 켠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객석과 함께 박수치며 공감하는 모습을 봐도 그렇고, 달콤한 레시피, 제스트 메리드나 스위트 커플 등 따뜻하고 달콤한 코너들도 스텝과 그녀가 프로그램에 대해 많이 고민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오래 좋은 프로그램으로 남아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어쩌면 이전의 진행자들과 달리 가수가 아니라 배우인 그녀가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붙임성 많은 성격의 그녀가 최대한의 장점을 살려 특색있는 화요일 밤의 음악이 흐르는 무대를 만들어주길 멀리서 응원해본다. 어쩌면 한번쯤 당첨되어 그 무대 가까이에 초대받을 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런 행운이 올 때까지 많은 사랑을 받길. 가수에게는 꼭 한번쯤 서고 싶은 무대로, 시청자들에게는 늦은 밤 잠을 설칠 정도로 기다려지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박력있는 무대와 <김정은의 초콜릿>의 달콤한 무대로 일주일이 즐거워지는 기쁨을 맛 볼 수 있길 바라며. 첫 방송 축하드려요.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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