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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느리 전성시대, 수고하셨습니다
    티비를보다 2008. 1. 20. 03:52

       제가 즐겨 본 주말연속극을 돌이켜보니 주로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고, 그에 못지 않게 앓는 소리도 떠나지 않는 대가족 이야기예요.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스토리의 드라마들은 왠지 주말에까지 보고싶지가 않아요. 즐겁고 따뜻한 이야기들만 주말에는 땡겨요. 그래서 요 몇개월동안 주말에는 당연히 <며느리 전성시대>를 유쾌하게 시청했습니다.

       벌써 내일이 마지막 회더군요. 복수와 미진이가 티격거리면서 결혼을 하네, 마네하는 시점에서부터 맛을 들이기 시작해서 종방을 한 회 앞 둔 지금까지 참 재밌게 시청했습니다. 처음에는 족발집 복수네 분위기가 너무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네 같은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이 뭐길래> 방영 될 당시에는 충분히 공감이 되었던 보수적인 아버지 상이였지만 지금도 저렇게 보수적인 가정이 존재하나, 시대착오적인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죠. 시할머니는 권위적이고 시어머니는 그 밑에서 벌벌 떨고 여자는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구요. 아들 꼭 낳을 필요없다는 기사가 나오는 시대인데 말이죠.

       그런 저의 생각을 무너뜨린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내내 반복되었던 정신 하나. 바로 역지사지의 정신이 저를 매주 이 드라마 앞에 앉게 만들었어요.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자는. 이 드라마가 방영 내내 가장 중요하게 보여주었던 타인에 대한 이해에 관한 이야기요. 미진이를 시집 보낼 때 우리 딸이 족발집에 시집가서 고생만 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던 미진의 엄마, 인경의 걱정은 고스란히 겹사돈을 맺어 인우와 결혼하는 딸 복남에 대한 근심으로 이어지잖아요. 천하의 서미순 여사가 사돈에게 굽실거릴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복남이가 사돈 총각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안 서미순 여사가 방 안에서 예전 생각들을 하면서 아차, 하는 순간에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요. 새언니였던 미진이 시누이가 되고, 아가씨였던 복남이 올케가 되어버린 역지사지의 재미도 그렇구요. 나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다고 호언장담하지만 그 상황이 되면 별 수없이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사람 마음이죠. <며느리 전성시대>는 그런 마음을 겹사돈을 만들어 버리면서 유쾌하게 풀어냈어요.

       항상 염두해주어야 하지만, 늘 잊어버리고 마는 내가 만일 너라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만일 그애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었겠지, 라고 넓게 이해하고 지나가는 역지사지의 정신을 드라마가 끝나는 한 회 한 회마다 되뇌였었죠. 그래, 잊지 말자. 역지사지의 정신, 하면서요.


       <며느리 전성시대>를 보면서 예전 <보고 또 보고> 드라마 생각도 많이 났어요. 시대가 흘러서 그런건지 작가와 드라마 성향의 차이인건지 겹사돈 문제도 반대가 심하긴 했지만 <보고 또 보고>보다 유연하게 넘어가더라구요. <보고 또 보고> 때는 김지수가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었잖아요. 뭐 인우도 끙끙 앓긴 했지만요. <보고 또 보고>는 시집살이도 엄청났었죠. 당시에 처음 겹사돈을 접했었는데, 꽤 놀랐어요. 저렇게도 가족이 되는구나 하구요. 지금은 자주 드라마 소재로 쓰여지더라구요. 많이 유연해진 것 같아요.

       즐거웠어요. 며느리들. 그리고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멋졌던 남자들두요. 몇 대가 모여 옹기종기, 아웅다웅거리며 살아보지 못한 제게는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러운 대가족 드라마를 보면서 이상적인 대가족을 꿈꿔보기도 해요. 가족이란 조금씩들 양보하고 이해하면 따뜻해지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홈드라마가 저는 좋아요. 특히 주말 시간대에는요.

       <며느리 전성시대> 후속작으로 김수현 드라마더군요. 저 김수현 작가의 주말 홈드라마도 좋아해요. <목욕탕집 남자들>에서부터 <부모님 전상서>까지 매 주 너무 재밌어서 외출하지도 않고 꼬박꼬박 TV앞에서 닥본사했었어요. <엄마가 뿔났다>도 많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늘 미진이와 복남이 돌아가신 할머니가 직접 몰고 온 아기 복돼지를 덥석 안았으니 할머니가 돌아가신 빈 자리에 새로운 두 생명이 태어나겠네요. 혹시 쌍둥이들일지도 모르니 둘 이상의 생명일지도. 가족이란 이렇게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는 이가 있고, 남은 가족들이 목 놓아 슬퍼하고, 무언가를 남기려고 태어나는 생명이 있고, 모든 가족들이 다 함께 행복해하는 건가 봐요. 마지막 회 잘 보겠습니다. 며느리팀 수고하셨어요.    


       아, 그리고 서영희씨. 고 예쁜 얼굴 귀엽게 가려주고 커다란 뿔테안경 마지막까지 안 벗어줘서 고마웠어요. 저 영희씨 그 안경 정말 좋아했거든요. 가지고 싶을 정도로요. 원래도 귀엽지만 고 안경때문에 복남이 짱 귀여웠어요. 이러니 오늘 비록 오버했지만 훈훈했던 서미순 여사의 시상식 멘트를 제가 이어가는듯 하네요. 네. 며느리들, 남편들 모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작품들로 곧 만나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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