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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루시드 폴을 듣는 이유
    음악을듣다 2007. 12. 13. 12:26

    Lucid Fall (루시드 폴) 3집 - 국경의 밤


       친구 생일을 핑계로 대학 때 자주 모이던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친구 둘이 서로 결혼을 하니 친구네 집에 가서 마음 편히 놀 수 있어서 좋아요. 미역국과 닭매운탕, 전을 부쳐서 도란도란 식사를 합니다. 이것도 맛나고, 저것도 맛납니다. 상을 물리고 설겆이를 하고 마트에서 사온 와인과 맥주와 과일과 안주들을 꺼냅니다. 짠. 예전처럼. 짠. 오늘도 변함없이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음에. 짠짠짠.

       뭔가 허전해서 음악을 듣습니다. 제가 친구에게 말해요. 루시드 폴 듣자. 친구가 루시드 폴을 틉니다. 짠짠짠. 한 친구가 말합니다. 노래가 너무 처진다. 또 한 친구가 말합니다. 음악이 좋긴 한데. 우리는 루시드 폴을 끕니다. 그리고 너무 방방 뜨지 않고 너무 처지지 않는 음악을 고릅니다. 결국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듣습니다. 짠짠짠. 한 친구가 말합니다. 이거야. 그리고 우리는 예전에 즐거웠던 이야기, 이제는 웃어넘길 수 있는 그 때의 실수담들을 서로 이야기하며 신나합니다. 깔깔깔. 그리고 취해갑니다. 술에, 추억에.

       요즘 계속 루시드 폴을 듣습니다. 뭐 어떤 글은 너무 무난해서 예전 음악보다 별로라는 평을 하지만, 저는 이번 앨범이 너무 좋습니다. 중랑천을 걸으면서 이어폰으로 듣고, 잔뜩 쌓여있는 설겆이를 하면서도 이어폰으로 듣습니다. 확실히 스피커를 통해서 듣는 것보다 이어폰으로 듣는 것이 좋아요. 더 정확하게 들리 거든요. 사람이라는 단어, 소녀라는 음절, 햇살이라는 내음새, 친구라는 따스함, 온기라는 온도, 바람이라는 향기, 혼자라는 외로움. 이런 단어들이 또렷하게 들리면서 내 마음이 사르르 떨리는 것. 이것이 이 겨울, 루시드 폴을 반복해서 듣는 이유입니다. 좋은 사람들이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들으면 그 맛이 살아나지가 않아요. 혼자일 때 가장 잘 들려요. 어떤 일을 하다가 사람이라는 가사에서, 바람이라는 가사에서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사람에 대해, 그 바람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이 겨울이 끝날 때까지 제가 루시드 폴을 들을 이유입니다.

       노래해주세요. 계속 노래해주세요. 당신이. 당신이. 당신이. 당신이.


    01. 사람이었네
    02. 마음은 노을이 되어
    03. 무지개
    04. 국경의 밤
    05. 가을 인사
    06. 노래할께
    07. 빛
    08. 날개
    09.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10. kid
    11. 라오스에서 온 편지
    12. 당신 얼굴, 당신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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