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유쾌한 안티문화 정착을 위해
    티비를보다 2007. 10. 21. 12:15
       케이블 채널 MBC 무비스가 MBC 에브리원으로 바꾸면서 초호화 가수들을 초대하며 개국쇼를 했습니다. 가수들의 무대를 재미있게 보다가, MBC 에브리원에서 새로 시작하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 소개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다른 케이블 채널에서 본 것과 같은 뻔한 프로그램들도 있었고, 기획의도가 신선한 볼만한 프로그램들도 있었습니다. 꽤 많은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하는 것과 개국쇼의 멘트 중 에브리원은 어느 연령층만 소화해 내는 채널이 아니라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케이블 채널이 되겠다고 하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일단 저희집에서는 요즘 MBC 에브리원을 즐겨 보고 있습니다. 본 MBC 프로그램의 재방송들이 여전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프로그램도 많이 생겨 신선하기도하고 유쾌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역시 케이블인지라 튀고 다소 수위가 높은 프로그램들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이것이 정규방송에서는 절대 시도될 수 없는 과감하고 적극적이라는 점이 케이블의 장점이기도 하겠지만요.

       어제 제가 본 프로그램은 <서경석의 유쾌한 공방전>이였어요. 서경석씨가 사회를 보고 연예인들과 그에 상응하는 여러 직업과 시각을 가진 안티팬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일단 기획의도는 좋아보입니다. 연예인들이 무차별적인 악플에 시달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요. 뒤에서 모습을 숨친채 비방하는 안티팬이 아닌 당당히 얼굴을 내비추며 단순하고 이유없는 비난보다는 설득력있고 애정을 담은 비난을 하고, 연예인들은 그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고 솔직하게 답변도 하는 좋은 취지예요.


       첫 회에는 김영철씨, 김C씨, 김현철씨, 이유진씨, 김효진씨가 출연을 했구요. 방청객들 중에서 비공개로 각각의 안티의 숫자를 투표한 후, 선정된 안티팬 패널들이 나와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 후에 마지막에 다시 한번 방청객의 안티의 숫자를 투표해요. 진솔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안티가 줄 수도 있고, 안티가 되려 늘어날 수도 있어요. 어제 방송에서는 김C씨가 안티 2명이 더 늘었던 거 같애요. (김C..씨라는 호칭이 영 어색하네요. ^^;)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갔어요. 김C씨의 솔직한 방송에 대한 자신의 생각, 김영철씨와 김현철씨의 늘 똑같은 개그만 우려먹는다는 것에 대한 의견, 이유진씨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 김효진씨의 드라마 출연 부진 이후에 대한 이야기. 적극적인 공방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VCR로 각각 나온 연예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뒷담화,라고 뒷담화 요원이 한 명 투입이 되고 요원 가까운 분들이 나온 연예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갔는데요. 이건 좀 민망하더라구요. 사실 우리가 수다를 떨면서 연예인을 이야기할 때 당사자는 절대 듣지 못한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조금 심한 이야기까지 하잖아요. 호칭도 그렇구요. 그런 모습이 그대로 방송에 나가니까요, 특히 김현철씨 뒷담화에서는 당구를 치는 세 남자가 욕설을 섞어가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삐-소리로 대체되어서 나갔는데요. 실제로 방송에서는 편집이 됐지만 김현철씨가 많이 불편해하고 화를 냈었던 것 같앴어요. 저도 불편했는데, 당사자는 오죽 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나에 대한 비판은 우리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고 불편한 일이잖아요.


       마지막에 김효진씨와 안티팬들이 나눴던 이야기들이 인상에 깊었어요. 안티팬 중 한 분은 심한 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망을 하게 되는 부분들도 커서 그런 것같다고 애정이 담긴 비판이라며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는 말을 했구요. 김효진씨도 그런 것들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인간이기에 그런 사소한 말들에 연예인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고 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어요.

       저같은 경우도 그렇거든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하지만 저에 대한 비판은 조그만 것이라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힘든 일인거 같아요. 연예인이기 때문에, 공인이기 때문에 사생활도 보장받지 못하고, 어떤 일이든지 평가받고 비난을 받기도 일쑤지만요, 연예인들과 안티팬 모두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알아가야 할 것 같아요. 단순한 비방이 아닌 애정을 가진 발언들이 분명히 있고, 또 그들이 얼마나 조그만 말에도 상처를 입고 있는지 말이예요.

       아무튼 안티 팬과의 만남이기 때문에 아슬아슬할 수밖에 없는 <서경석의 공방전>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케이블 방송이라 너무 보기 불편하게 과감한 건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수면 위로 떠오른 안티팬과의 만남. 좋은 프로그램으로, 더불어 좋은 팬 문화 정착으로 거듭 나시길 바랍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