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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꼬치
    모퉁이다방 2021. 12. 6. 18:19

     

     

      내일부터 이유식에 소고기를 넣어야 해서 정육점에 갔다. 가까운 정육점과 마트에는 한우를 팔지 않아서 (처음이라 비싼 한우를) 한 블럭 떨어져 있는 정육점까지 갔다. 날씨가 그리 쌀쌀하지 않아 유모차 방풍 커버 지퍼를 잠그지 않고 걸었다. 아이도 간만의 산책이라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유모차에 가만히 있었다. 주말에는 결혼식이 있어 서울에 갔다. 정말 간만의 외출이었고 별다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마음이 허했다. 이어폰을 가져가지 않아 음악을 듣지 못했고 책은 가지고 나갔는데 읽을 기분이 들지 않아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만 봤다. 아이 동영상을 찾아 가만히 보고 있다 내려서 남편에게 영상통화를 했다. 아이가 나를 알아보고 싱긋 웃어주는 걸 보고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엄마 얼른 갈게,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는데 참, 나도 별 수 없구나 싶었다. 육아만 하던 엄마들이 간절히 갈망하던 혼자만의 시간, 자유를 얻게 되어 떠나게 되었을 때 결국 호텔방에서 아이 동영상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더니. 그런 시간을 잠시 가졌다고 해서, 바깥세상의 허함을 잠시 경험하고 돌아왔다고 해서 혼자만의 육아 시간이 고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무튼 지난 주말에는 그랬고 오늘은 아이와 함께 잘 보내고 있다.

     

      한 시간 걷다 왔는데 벌써 저녁이네. 이 동네에 가게가 거의 없다가 최근에 많이 생기고 있는데, 산책을 하며 새로 생길 가게를 탐색하는 일이 재미나다. 동네 사람들도 모두 그런지 가게가 하나 생기면 오픈발이 장난 아니다. 그러다 맛없는 가게는 바로 한산해지고. 최근에 곱창집 두 군데와 미국식 햄버거집, 떡볶이집, 떡집, 양꼬치집이 문을 열었다. 양꼬치집은 문전성시다. 남편 친구 부부와 한 번 갔는데 희안한 메뉴가 많았다. 맥주를 마시게 되고 아이가 앉아 제 몫을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면 (흑흑 언제?)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양꼬치 하면 상암에 진짜 맛난 집이 있었는데 동생과 정말 자주 갔었다. 가면 너무 맛나서 배가 부른데도 음식을 더 시키고 술도 더 시키고 그랬더랬다. 나중에 남편도 데려가고, 독서모임 사람들도 데려가고, 고향친구도 데려갔는데 다들 맛있다고 했다. 고향친구는 얼마 전에 양꼬치를 먹는다고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다. 상암 양꼬치 맛이 생각이 난다며, 정말 맛있었다며. 동생이 검색을 해보니 그 맛있는 상암집은 코로나 전후에 폐업을 한 것 같단다. 그 소식을 전하는 동생이나 듣는 나나 너무 안타까웠다. 추억이 많은 곳인데. 거리가 멀어졌지만 언젠가 작정하고 한 번 가볼 생각이었는데. 아무튼 오늘 산책을 하며 탐색을 해 본 결과 12월에 정육점이 집 가까이에 하나 더 생기고 1월에는 닭꼬치집이 생긴다. 

     

      창밖은 어두워졌고 아이는 오늘의 마지막 낮잠을 자고 있다. 아이 물건 가득한 거실을 마주하고 아델 노래를 틀어놓고 추억의 양꼬치집 생각을 하니 마음이 뭐랄까 이상해진다. 서글픈 것 같기도 하고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싶어 따듯해지기도 하고. 지하철에서 내려 그 가게로 가던 길, 문을 열면 문 바로 앞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생, 숯불이 들어오고 양꼬치를 올리던 순간, 마늘을 시켜 다 먹은 꼬치에 끼우던 순간이 마치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북경소주는 거기서만 팔았다. 꼬치를 다 먹고 나면 고수가 가득했던 돼지고기 볶음요리를 시켜 칭따오와 함께 하곤 했다. 그 요리는 먹을 때마다 기가 막혀서 먹을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고향친구는 거기서 술을 마시고 택시에 겉옷을 두고 내렸다고 했다. 남희언니는 거기서 결혼선물을 건넸다. 크기가 다른 접시 두 개였는데 정말 잘 쓰고 있다. 접시를 쓸 때마다 언니 생각이 난다. 그 접시를 건네주며 언니가 했던 말들도. 동생이랑 나는 퇴근 후 거기서 만나 양껏 먹고 택시를 잡아 함께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갑자기 많이 그리워지네, 별 것 없는 시절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보니 참 좋은 시절이었던 그 시절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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