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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눈
    모퉁이다방 2021. 11. 11. 00:15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 수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창밖으로 무언가 보슬보슬 떨어지는 게 보였다. 눈이 오나봐. 기저귀를 갈고 있던 남편이 그럴리가, 하고 반신반의했다. 내가 서 있는 창 가까이 와서 보더니 어, 진짜네, 한다. 오늘 첫눈이 왔다. 군포에. 오다말다 오다말다 하더니 어느 순간 폴폴 쏟아지길래 남편이 지안이를 안고 창가에 섰다. 아니 내가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며 아이를 안고 창가에 서보라고 했다. 남편은 자세를 잡더니 지안이 등을 토닥거리며 말을 건넸다. 와, 눈이네 눈. 지안아, 눈이 오네. 첫눈이네. 첫누-운. 창가의 둘, 조금 떨어진 곳의 나. 그렇게 셋이 가만히 아침의 첫눈을 지켜봤다. 셋이 되어 보는 생애 첫 눈. 그리고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보일러를 켰다. 천천히 따듯한 온기가 채워졌다. 이제 뒤집기도 되집기도 자유자재로 하는 아이는 커다란 침대를 만난 덕분에 어제 통잠을 잤다. 자다깼다 이리 움직였다 저리 움직였다 하며 아빠와 엄마의 토닥임없이 크게 칭얼대지 않고 열 시간 가까이 통잠을 잤다. 새벽에 깨지 않고 내리 잘 수 있다는 게 이리 행복한 일이었다니. 오늘도 잘 자주길. 다들 3월에 어린이집을 보내는 게 좋다고 해서 3월 입소로 신청해놓았는데 오늘 한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아직 먼 일인데 마음이 뒤숭숭하네. 내일은 좀더 신나게 놀아줘야지. 오늘 아이를 힙시트 위에 세우고 위아래로 살짝 움직여주니 꺄르르 웃었다. 내일도 잘 놀자, 아가.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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