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의 한고은 편을 챙겨 보고 있는데, 이번주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포장마차에서 골뱅이탕에 레몬소주를 마시며 더위 때문인지 취기 때문인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한고은이 말했다. 여보, 나랑 결혼해줘서 정말 고마워. 이 말을 세 번쯤 한 것 같다. 그날의 대화에 의하면 평소에도 남편에게 자주 했던 말이었다. 한고은은 여보가 없었으면, 이라고 말하더니 울컥해져서 술잔을 놓았다. 이를 본 남편이 한고은의 등을 토닥여줬고, 한고은은 울 것같은 표정으로 남편을 안았다. 그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결혼하기 전에는 나한테 가장 쉬운 일은 죽는 거였어. 여보랑 결혼하고나서 가장 달라진 건 세상에서 죽는 게 제일 무서워. 한고은은 지난 날이 너무 힘들었고,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남편이 그동안 고생한 자기에게 수고했다며 준 선물같다고 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서 이 행복을  누리고 싶다고 했다. 지금이 너무너무 행복해서 이 행복을 누가 앗아갈까봐 겁날 정도라고 했다. 처음 만날 때부터 남편은 한고은에게 자잘한 칭찬들을 계속 해주었단다. 그게 자존감이 낮았던 한고은이 자기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단다. 어쩌면 이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나는 진짜 괜찮은 사람인 지도 몰라. 그렇게 자존감이 쌓여가고, 자신도 남편처럼 칭찬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단다. 한고은은 남편을 만나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알아간 것 같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는 회사원의 삶, 매달 나오는 월급, 집-회사-집으로 이어지는 쉴틈없는 평일을 보낸 뒤 맞이하는 달콤한 불금과 주말,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먹고 술잔을 기울이는 즐거움. 그래서 비록 살은 쪘지만 더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 없이 살자>. 이 책도 나는 자존감의 이야기로 읽었다. 남자와 여자는 같은 호텔에서 근무를 했고, 연애를 하다 결혼했다. 아이를 가지고 싶었지만,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무척 다른 사람이었고, 완벽한 하나가 되고 싶었던 여자는 그렇게 되지 않아 힘들었다. 몸에 이상이 왔고, 마음에도 이상이 왔다. 점점 더 예민해져갔다. 결국 아이는 생기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이혼 밖에 없을 것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남자는 결심을 했다. 우리, 1년동안 세계여행을 가자. 남자는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했고, 여자가 운영 중인 게스트하우스도 타인에게 넘기자고 했다. 남자의 결심에 여자는 쉽게 동조할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상태 그대로 살아가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했다. 결국 두 사람은 1년동안 여행을 떠난다. 남자에게는 세계여행의 꿈이 있었다. 여자는 비행공포증이 있었고, 생리통도 심했고, 장 트러블도 있었다. 여행 초반 여자는 모든 상황이 무섭고, 싫고, 불평스러웠고, 서러웠다. 그래서 눈 앞의 것들을 잘 즐기지 못했다. 그러다 여행 기간이 길어지고, 적응이 되면서, 비로소 받아들이게 된다. 눈 앞의 광경들을, 다시 못 할 이 시간 경험들을, 나와 다른 남편을. 여행지나 여행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여행을 하는 여자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다. 피폐했던 마음이 어떻게 회복되어 갔는지, 어떤 상황들을 겪어나가며 둘이 단단해졌는지, 아이가 꼭 있어야 완벽한 가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여자가 아이 없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기까지. 결국 자존감을 높이는 건 좋은 사람이 곁에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그런 준비가 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나저나 남미는 정말 축복인가 보다. 이 책의 저자도 남미의 자연을 보면서 가장 많은 위안을 받았다.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30번이 넘도록 비행기를 탔지만 그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힘들 필요가 없는 일인데, 무언가에 사로잡혀 두려워하는 내 모습이 한심하고 안쓰러웠다. 그러나 여행을 하고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분명 힘들었던 시간이 헛되지 않으리란 믿음은 있었다. 그 믿음은 나로 하여금 극도의 무서움을 이겨내고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이 세상에 100퍼센트 나쁜 일은 없다. 시련은 인간을 성숙시키기 때문이다. 시련의 늪에 빠져 있을 때는 그 시간이 힘들기만 하고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 과정이 내 인생에 얼마나 필요한 것이었고, 나를 성장시켰는지 깨달았다. 

    이제는 힘든 일이 있어도 크게 좌절하거나 감정이 바닥을 칠만큼 심하게 우울해하지는 않는다. 또 하나를 배우고 성장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 68-69쪽


   우리 부부는 더욱 외로움과 친해져야 할 의무가 있다. 나이 들어 찾아올 자식이 없는 우리는 노년에 남들보다 더 외로워할 지도 모른다. 게다가 언젠가는 둘 중 한 명은 혼자 남을 것이다. 그때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외로움과 친해져야 한다. 

- 191쪽


  10여 년의 치열한 전투와 상처, 1년간의 여행,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그는 잘못한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 또한 못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다름을 받아들이는 게 서투를 뿐이었고,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스스로 깨우치며 배우고 있었다. 10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결코 헛되지 않았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 내가 편안해지니 그가 편안해 보였다. 그를 배려하려고 노력하니 그가 알아주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니 상대방이 보였다.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 206쪽




  1. 하진 2018.08.31 01:4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언니. 한고은 남편 너무 괜찮지? 티비로밖에 볼수 없지만 너무 괜찮았어..